등록 : 2010.12.14 08:43
수정 : 2015.10.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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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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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고기를 보관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고기라는 것이 단 며칠만 지나도 상하는 터라 스테이크는 어느 정도 부패한 상태에서 요리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이것이 나름의 풍미를 주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려 고생했다. 이렇게 먹기 힘든 스테이크가 대중화된 데는 냉장고의 도움이 크다. 냉장고 발명 이후 고기를 상온에 방치하다 요리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라이에이징’ 기법으로 과거의 방식을 재현하는 스테이크가 미식가들에게 유행하고 있다. 약간의 부패가 좀더 풍부한 맛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인데, 이 경우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아이들 체벌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체벌을 용인하는 쪽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 일부에서도 다시 체벌을 도입하는 학교가 있다는 주장을 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그 학교에서 체벌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야 겨우 때릴 수 있구나’ 할 정도로 복잡하다. 체벌이 갖는 부정적인 독소를 빼고 긍정적인 영향만 주기 위해서는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만들 듯 고급 기술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과거 방식대로 스테이크를 먹었다고 누구나 식중독에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그랬다면 스테이크란 음식 종류가 없어졌으리라.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이유로 과거의 방식은 역사의 유물이 되었다. 체벌도 마찬가지다. 막무가내식 체벌이 모든 사람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부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아이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썩은 고기를 먹이는 부모는 없지 않겠는가? 체벌이 안전하게 효과를 내려면 아주 고급의 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
문제는 기술의 부족이다. 어떤 교사는 매를 대지 않고 어떻게 요즘 아이들을 다룰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호소한다. 하지만 매를 대지 않고도 훌륭하게 키울 교사도 분명 있다. 아이를 매를 이용한 위협과 공포를 통해 바른 태도를 가르치는 부모도 있지만, 똑같은 아이를 매를 전혀 대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부모도 있다. 여기서 어느 교사가 훌륭하고, 어느 부모가 좋은 사람이냐는 말은 의미가 없다. 체벌 말고는 아이를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없는 부모와 교사가 우리 사회의 대다수라는 객관적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 수준이 그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체벌의 부작용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부작용의 강조도 체벌과 마찬가지로 위협에 불과하다. 위협을 하면 인간은 자기 방어를 위해 애쓴다. 최근의 체벌 논란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한쪽은 아이의 미래를 걸고 위협하고, 한쪽은 방어한다.
중요한 것은 대안이다. 또 대안을 체화하도록 도와줄 수단이다. 체벌 외에는 아이를 다룰 방법을 갖지 못한 교사와 부모를 도와줄 방법을 찾고 알려줘야 한다. 아이들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융통성 있고 다양한 대처 방안을 능숙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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