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웃긴 여행 울린 여행
1996년 12월, 나와 아내는 결혼식을 마치고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난생처음 들어간 고급 호텔에 짐을 풀었다. 아내가 목욕을 하는 사이 나는 아내에게 줄 초콜릿과 과자를 사러 밖으로 나갔다. 나는 호텔 부근에 있는 조그만 가게에 들어가 과자와 초콜릿 등을 잔뜩 산 뒤에 호텔 부근을 산책했다. 30분쯤 걸렸을까. 나는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빨리 안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호텔로 돌아와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찌된 일인지 객실 안은 칠흑처럼 깜깜했다. 깜짝 놀라 들어가니, 욕실 안에서 아내가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자기야, 왜 그래? 왜 우는 거야?” “흑흑흑….”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훌쩍훌쩍….” 나는 아내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서, 카드키를 꽂았다. 저절로 객실 안에 불이 들어왔다. 아내는 더욱더 큰 소리로 흐느끼며 울었다. 오~ 맙소사, 이런 바보 같은 짓을! 아내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난생처음 고급 호텔에 가 본 나는 카드키를 뽑으면 자동으로 불이 꺼진다는 것을 몰랐었다. 돌아올 때 문 열고 들어올 생각만 하며 카드키를 빼서 밖으로 나갔던 것이다. 카드키를 뽑을 땐 불이 잠시 뒤에 꺼지게 돼 있었다. 아내는 어둠 속에서 30분 동안이나 혼자 울었던 것이다. 토라진 신부를 달래느라 3시간 이상 쩔쩔맸던 건 물론이다. 한예찬/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한겨레 주요기사]
■ 박지원의 전략, 박근혜로 이 대통령 견제?
■ 아이폰 팔릴수록 일본이 웃는다
■ “아반떼 잡아라” 일본의 새로운 야심작
■ 800만년 전 모든 게 묻혀버린 ‘숲 미라’ 발견
■ ‘20년 정체’ 일본인이 한국을 부러워하지 않는 이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