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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3 11:30 수정 : 2010.12.25 10:33

덕유산 향적봉에서 동엽령을 향해 걷고 있는 겨울 산행객들.

[매거진 esc] 겨울산행 ‘이것만 알면 된다’ 완벽 가이드

평소 등산 좀 한다고 자부하던 회사원 김강산(가명·35살)씨. 지난 주말 북한산 산행에 나섰다가 큰 고생을 했다. 김씨가 선택한 등산로는 삼천사~비봉~구기동 코스. 이날 오전 10시께 김씨가 집을 나설 때 어깨엔 가벼운 배낭만이 걸쳐져 있었다. 삼천사를 출발할 때만 해도 김씨는 즐거운 상상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산행 마치고 구기동에서 늦은 점심으로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잔 해야지….” 그러나 그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 5시가 가까워서야 가까스로 산에서 내려왔다. 여느 때라면 3시간이면 족할 코스를 6시간이나 걸려 마친 것이다. 김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비봉의 암릉 구간에서 소비했다. 날씨가 갑자기 얼어붙으며 바위능선이 얼음판으로 바뀌자 등산객들이 오도가도 못하면서 정체를 빚은 것이다. 김씨 역시 등산객 무리에 갇혀 오후 내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젠과 스패츠, 지팡이 등은 겨울 산행의 기본 장비다.
김씨처럼 겨울 산행에선 뜻밖의 복병을 만나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 산을 탈 때 등산장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등산 코스와 산행시간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산행에 나서야 즐거운 추억을 쌓게 된다. 때로는 완벽하게 준비하고 나서도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져 산행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주변 북한산이나 관악산은 한겨울에도 주말이면 등산객으로 미어터진다. 바위가 많은 위험지대에 등산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짧은 구간에서도 한두시간을 그냥 허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겨울 산행의 기본상식과, 다 알고 있으면서도 소홀히 하기 쉬운 주의점들을 짚어본다.

걸을 땐 최대한 가볍게 입고, 쉴 땐 보온에 신경을

‘겨울 산행은 장비가 반’이라는 말이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튼튼한 몸과 등산화, 작은 배낭 하나면 산행에 충분하다. 그러나 겨울은 다르다. 추위와 눈길·빙판에 대비한 장비를 갖춰야 한다.

방한의류는 기본이다. 보온력과 땀을 배출하는 발수 능력이 뛰어난 소재의 옷으로 만든 옷을 기본으로 입어야 한다. 폴라플리스 소재는 가볍고 땀 배출 능력이 뛰어나다. 반대로 면 소재의 의류는 땀을 흡수만 할 뿐 배출하는 기능은 아주 약하다. 즉, 면 소재의 의류를 입고 있으면 산행 내내 젖은 수건을 몸에 두르고 있는 것과 같다. 특히 춥다고 면 소재의 겨울 내의를 입고 산행에 나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최악의 선택이다. 반면 겨울 등산용 내의는 땀을 빠르게 배출해 빨리 건조되는 특징이 있다.

간혹 청바지를 입고 산행에 나선 사람들도 있다. 흔히 ‘청바지는 튼튼하다’고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청바지는 겨울 산행에서 경계해야 할 가장 나쁜(?) 의류다. 신축성과 보온력을 기대하기 어렵고 땀에 젖어도 잘 마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청바지는 겨울뿐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노 생큐’다.

라푸마의 사계절용 펠릭스 등산화.


제대로 된 방한의류를 입었다 해도 입는 법을 제대로 모르면 헛일이다. 추운 날씨에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은 대개 위아래로 잔뜩 껴입는다. 그러나 오르막을 만나고 어느 정도 몸이 풀리면 땀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이럴 때는 점퍼를 벗어 배낭에 넣어두는 게 좋다. 걸을 때는 최대한 가볍게 입고, 쉬며 땀을 식힐 때 껴입어 보온을 하는 게 정석이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오리털 점퍼를 계속 입고 가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이렇게 계속 가면 속옷은 물론, 오리털 점퍼도 젖어 보온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젖은 옷은 저체온증을 부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손과 머리, 얼굴의 보온을 책임지는 장비도 필수다. 장갑은 가볍고 얇아 활동성이 좋은 것과 방수기능이 되는 두툼한 것, 두 가지를 기본으로 갖고 다녀야 한다. 머리는 우리 몸 가운데 열을 가장 많이 빼앗기는 부위다. 모자는 귀까지 덮을 수 있는 것이 좋다. 산에서 맞는 겨울바람은 정말 눈물 나게 맵다. 진짜 칼바람이다. 이때 ‘바라클라바’처럼 눈만 빼놓고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도록 뒤집어쓰는 모자가 있다면 든든하다.

익스트림 라인 고어텍스 재킷(왼쪽).땀 흡수·배출 능력이 뛰어난 기능성 티셔츠(오른쪽).

겨울 등산장비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아이젠과 지팡이, 스패츠, 방수 등산화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겨울용 배낭에는 항상 이 장비들을 넣어가지고 다녀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지팡이(스틱)는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몸의 균형을 잡는 데 아주 유용한 장비다. 중년 등산객의 경우 ‘티(T)자’ 형을 많이 선택하는데, ‘1자’ 형이 정석이다. 사용법을 충분히 숙지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눈이 등산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스패츠는 땅이 녹아 질척거릴 때도 효과적이다. 날이 어두워질 것에 대비해 헤드랜턴(머리 전등)도 갖춰야 한다.

등산로 꼼꼼히 점검, 해 지기 2시간 전까지 산행 마쳐야

겨울 산행에선 등산로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당연한 얘기 같지만 거리가 긴 코스는 피해야 한다. 해가 짧은 겨울 산속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어두워진다. 빙판길 등 여러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산행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너무 긴 코스를 잡으면 해 지기 전에 내려오기 어렵다. 어두워지기 2시간 전에는 산행을 마칠 수 있는 코스를 잡도록 한다.

동남쪽으로 난 등산로를 잡는 것도 요령이다. 서북쪽은 응달이 많아 춥고 빙판도 많다. 산행을 하다가 쉴 때 받는 한 줌 햇살의 따뜻함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바람이 센 날은 능선보다는 계곡으로 난 등산로를 택하는 것이 바람을 적게 맞는 요령이다. 겨울엔 바위가 많은 코스는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서울 근교의 북한산이나 관악산, 도봉산 등은 도심에서 가깝다고 얕잡아봤다가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이 산들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만 암릉 구간이 얼어붙으면 아주 어려운 코스가 된다. 따라서 암릉 구간은 되도록 피하고, 계단과 흙으로 된 산길을 택해야 한다. 겨울 산행에선 잘 모르는 산보다는 산행 경험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카프리콘 배낭.(사진 제공 라푸마)

산행 때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유형을 알고 있으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끄러짐에 의한 낙상사고는 주로 하산 중에 일어난다. 잠시 딴생각을 하거나 한눈을 팔고 있다고 여겨질 때 어김없이 엉덩방아를 찧게 된다. 따라서 내려갈 때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북한산 백운대나 도봉산 포대능선, 관악산 연주대 등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인파가 몰려 정체를 빚는 곳이다. 이 정체를 피하겠다고 등산로를 벗어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항상 정규 등산로를 따라가는 게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음식. 먹을거리는 겨울 산행의 아주 중요한 요소다. 다른 계절엔 김밥이나 과일처럼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음식이 좋지만, 겨울철엔 따뜻한 것이 최고다.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나 차 한잔만큼 추위를 녹이는 데 유용한 음식은 없다. 밥은 보온 도시락에 담아 간다. 꽁꽁 언 김밥은 급체를 유발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체력이 소모되고 찬 바람에 노출되면 저체온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초콜릿이나 육포, 치즈 등 칼로리가 풍부한 간식은 저체온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글·사진 김산환/캠핑·등산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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