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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30 14:42 수정 : 2010.12.30 14:42

[매거진 esc] ‘특별히’ 웃긴 여행 울린 여행

피임약 있어요?

1984년 10월, 아내와 나는 결혼식을 마치고 당시 신혼여행지로 선호되던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게 되었다. 지방에서 결혼식을 했기 때문에 곧바로 제주도로 가지 못하고 광주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광주공항에서 비행기로 제주에 가는 일정이었다. 광주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아내와 나는 호텔 로비로 내려왔다. 1층의 토산품가게 앞을 지나는데 아내가 갑자기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가게 여점원에게 큰 소리로 질문했다. “피임약 있어요?”

나는 순간 멈칫했다. ‘피임약을?’ ‘호텔에서는 토산품가게에서 피임약도 파나?’ ‘결혼하더니 아내가 담대해졌구나. 저렇게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보니’. 그러나 토산품가게 점원은 아내의 말을 못 알아듣고 아내에게 되물었다. “뭐라고요?”

이때 나는 ‘담대해진’ 아내를 편들어줄 겸 해서 아가씨에게 용기를 내어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아, 피임약 있냐고요?”

순간 점원의 얼굴과 아내의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점원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내는 급히 나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요? 피임약이라고?” “당신이 금방 피임약 있느냐고 물었잖아.” 아내는 얼굴이 더 빨개졌다. “세상에! 그게 아니고, 난 ‘필름 있어요’라고 물어본 거야.” “…” “토산품가게에서 피임약을 왜 찾아?”

아내의 질책에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로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와야 했다. 결혼생활 26년이 흐른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은상철/서울시 성북구 길음1동



어 리틀!

20년쯤 전 그러니까 1992년, 30대의 여자 넷이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유레일패스 15일권과 유스호스텔 회원증을 손에 쥐고서. 거의 한달 동안 6개국을 무단횡단 하다시피 하며 좌충우돌 부딪쳤는데, 그중 세명은 영어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 소통엔 신경을 안 썼다. 입국심사대를 별 무리 없이 통과하기 위해 영어가 도통 안 되는 한명에게 간단한 대답 몇 마디를 알려주었다. 항상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 “캔 유 스피크 잉글리시?”에 “어 리틀”(A little)이라고 대답하면 된다는 것, 그리고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 몇 가지를 더 가르쳐주었더니,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녀의 영어가 영국과 프랑스 공항을 무사히 통과했고, 우리는 마침내 헤매고 헤매어 베르사유 궁전 앞에 해질녘에 도착하게 되었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기엔 너무 늦은 시각, 눈앞에 펼쳐진 멋진 정원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생리적인 현상이 너무 급하다는 거였다.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내게 잠시 망을 봐달라고 했다. 정원의 어둑한 나무 아래로 들어가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물었다. “아니 여기서?!” 그때 화급하게 나무 밑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대답.

“어 리틀!”

박상리/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호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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