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생활동의보감’을 대신해 우리말 속에 담긴 한방의학 상식을 알아보는 ‘우리말과 한의학’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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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혈자리 막혀 가누기 힘든 상태 |
우리말과 한의학/ 오금이 저리다
우리나라에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군포시 두곳에 오금동이라는 곳이 있다. 재밌는 것은 이 오금동이란 지명이 우리 몸의 일부인 다리를 지칭하는 ‘오금’이란 말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이다. 송파구 오금동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난가는 길에 이 지역 백토고개에서 쉬면서 ‘아이고, 내 오금이야’ 하며 말에서 내렸다 해서 그 지역을 오금골이라 불렀다가 결국 오금동이 되었다. 군포시 오금동은 과거 호랑이의 출몰이 잦은 이 지역 사람들이 이곳에서 호랑이를 만나 ‘오금이 저린다’ 해서 오금절이라 했다가 일본강점기 오금동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출처 : 송파구·군포시 홈페이지)
인체에서 오금이란 부위는 원래 무릎 뒷부분의 오목한 곳을 지칭한다. 하지만 ‘오금을 걸다’ ‘오금을 박다’ ‘오금을 꺾다’ ‘오금아 나 살려라’ ‘오금을 떼다’ ‘오금에서 불이 나게’ 같은 표현들에서 보듯 대체로 다리 전체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오금이 저린다’ 역시 위험한 상황에서 다리 전체를 가누기 힘든 상태를 의미한다.
그럼 오금은 왜 다리 전체를 대표하는 표현으로 사용된 것일까? 그 해답은 오금 부위에 위치한 혈자리를 살펴보면 대략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오금 부위에 위치한 혈자리가 ‘위중’인데, 이 위중은 족태양방광경의 합혈이고, 이 합혈이란 각 경락의 혈기가 가장 왕성한 혈자리를 의미한다. 각각의 경락은 우리 인체를 고루 순행하는데, 그중 족태양방광경은 우리 몸의 뒷면 전체에 걸쳐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다리 뒷면을 지나고 있다. 따라서 오금이 넓은 의미에서 다리 전체를 대표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이는 현대 해부학적 고찰로도 입증이 가능하다. 이 오금 부위에는 매우 중요한 신경(후대퇴피신경, 경골신경)과 혈관(소복재정맥, 슬와정맥, 슬와동맥 등), 림프관이 흐르는데, 이런 신경과 혈관, 림프관의 문제가 생기면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오금이 저리거나 쑤시거나 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여러 가지 질환을 의심할 수 있으나 디스크로 알려진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증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질환들을 다스리는 데 오금 부위의 혈, 즉 위중혈과 아울러 방광경락의 혈자리를 고루 사용한다. 실제로 위중 부위의 자침이나 사혈(해당 부위에 피를 배출시키는 것)은 고대로부터 사용되어 왔다. 다만 이곳은 여러 신경과 혈관들이 얽혀 있는 곳이므로 전문적인 의료기관에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방광경의 정혈로 방광경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끼발가락 발톱 옆에 있는 지음이란 혈자리를 지압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오금을 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마음을 놓고 여유있게 지내다’라는 뜻이다. 걱정거리가 없고, 심신이 안정되면 여유를 찾게 되어 다리를 쭉 펴고 편안함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국민 모두가 오금을 마음껏 펴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이종/하늘벗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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