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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06 15:53 수정 : 2011.01.08 10:15

esc VS 작심삼일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이병학 기자의 초콜릿 복근 도전기

〈esc〉 팀원들이 얼굴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사생활 노출도 각오했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이제 일주일. 곳곳에서 ‘아~ 올해도 작심삼일이로구나’ 하는 자조와 한탄이 흘러나올 때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esc〉팀 기자 5명이 지난해 연말부터 새해계획 실천에 돌입했습니다. 지금부터 생생한 그 체험담을 공개합니다. 부디 실패기는 ‘반면교사’ 삼으시옵고, 성공담은 또다른 성공의 밑거름으로 쓰시길 바라옵니다.

정리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술에 무너지고, 운동 맛에 일어섰다

작심 |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 후줄근한 내 몸. 더 방치하는 건 죄악이고 불효다. 이대로 골골하다가 시들어갈 것인가. 그럴 수 없다고 마음먹게 된 건 신년호 팀 회의 때, 몸짱 만들기 작심삼일 돌파 실천 기획안을 전격 수용한 덕이다. 그때 맘속으로, 이랬다. “아, 이거,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거, 식은 죽 먹기겠군.” 담배 끊기, 친환경적으로 생활하기, 몸무게 줄이기, 재정적자 엎어치기를 맡은 다른 팀원들 미션에 비하면 아주 수월한 과제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회의 직후 화장실에 앉아 내 몸을 찬찬히 살펴보고 만져보면서 난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밋밋한 상체, 허약한 하체, 불룩 튀어나온 배. 절망적이었다.

그래 이참에 운동을 하자. 수십년 방치해온 몸 일으켜, 위신도 체통도 체면도 번듯하게 세워보자. 울퉁불퉁 근육맨은 아니어도, 초콜릿 복근은 아니어도, 근육으로 조직된 상체와 탄탄한 하체, 뱃살 빠진 복근을 생성시켜 보리라. 막상 결심하고 보니 내 앞의 적들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잦은 출장, 야근, 술자리 등 모든 일상이 다 탄탄한 근육의 ‘적’이었다.

선택 | 전철역 부근의 꽤 큰 헬스클럽 문을 두드렸다. “근육질 몸매요? 3개월이면 가능합니다.” 강사는 대뜸 “안 될 이유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체지방 분석 프로그램, 전문가가 짠 웨이트 식단, 근육별 운동기구와 운동 방법을 설명하며 자신감을 북돋워 줬다. “근육생성 보조제를 복용하면 효과가 더 커지지요. 개인 맞춤식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따라오시기만 하면 성공합니다.”


문제는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출장과 야근, 회식, 불규칙한 퇴근이 일상인 터에 월·수·금 주 3회, 새벽이나 심야시간의 정해진 시간에, 최소 1시간 이상씩 프로그램을 실천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고단백 저지방의 규칙적인 식사도, 규칙적인 퇴근도, 술자리 대폭 줄이기도 어려워 보였다. 여기에 한달 40만원의 비용이 짓눌러왔다. 포기.

인터넷을 뒤졌다. ‘몸짱이 되려면?’ ‘초콜릿 복근 만들기’ ‘집에서 만드는 몸짱’…. 몸짱 열풍을 반영하는 가지각색의 운동 방법들이 끓어넘쳤다. 다 비슷한 말들인데, 요약하면 세 마디였다. ‘집 가까운 체육관에서’ ‘강사의 도움을 받아’ ‘걍 꾸준히 하라!’ 매일 망가지고 구겨져야 하는 직장인이 그나마 ‘꾸준히’ 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거의 유일한 희망이 거기 있었다. 아파트단지 경로당 지하 ‘여러분의 9단지 헬쓰장’을 찾은 건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었다. 집에서 3분 거리, 한달 3만원, 환상적인 조건 아닌가. 석달치를 끊으면 6만원으로 할인까지 된다!


술에 무너지고, 운동 맛에 일어섰다
실행 첫날 | “몸짱 식단, 초콜릿 복근 다아 필요 없어요. 몇달 사이에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루 세 끼 잘 드시고, 꾸준히 하세요. 꾸주~운히.” 딱 벌어진 어깨, 울퉁불퉁한 팔다리를 자랑하는 관장이자 강사인 50대 중반의 아저씨가 내 빈약한 몸을 훑어본 뒤 아주 낙관적으로 말했다. “하다 보면 어느 날 몸이 돼가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아무 때나 와서, 하루에 몇번씩이라도, 시간 허용하는 만큼 운동할 수 있는, 30여종의 운동기기를 갖춘 곳. 우선 한달치를 끊고 운동복을 갈아입었다. 그는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을 병행하되 먼저 러닝머신으로 30~40분 몸을 풀고, 부위별 근육운동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뱃살 등 특정 부위 체지방만 따로 뺄 수는 없으므로 걷기나 달리기 등으로 몸 전체의 지방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푸는 게 중요해요.” 스트레칭 뒤 30분간 걷기와 달리기를 마치고 어깨·가슴 근육운동과 윗몸일으키기 두 가지에 매달렸다. “한번에 15회 정도를 하고 2~3분 쉬고 다시 하기를 5차례 반복하세요. 12회까지는 부담 없이 들어올리다가 마무리 2~3회는 안간힘을 써서 마무리하는 정도의 무게가 적당합니다.” 5회쯤부터 안간힘을 써야 했고, 다 마쳤을 땐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첫날 1시간30분을 운동한 뒤 후들거리는 다리로 체육관을 나설 때 관장이 말했다. “내일 아침 몸이 쑤실 겁니다.”

둘째 날 | 천근만근. 온몸이 쑤시고 땅기고, 팔다리에 아령을 매달아 놓은 듯 몸이 무거웠다. 전날 술자리가 없었던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간신히 일어나 운동복을 챙겼다. 이겨내야 할 건 천근만근 몸뿐만이 아니었다. 아내가 말했다. “쯧쯧, 매일 집안일 도우면 근육 엄청 키워질 텐데. 보나 마나 며칠 하다가 집어치울걸.” 나는 다시 한번 결심했다. 반드시 몸짱 과업을 완수하리라!

전날 무리한 탓에 스트레칭 자체부터가 문제였다.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비지땀이 흘렀다. 운동 코스는 전날과 동일. 가슴과 어깨 근육운동은 한번에 15회가 너무 벅차, 10회로 줄였다. 윗몸일으키기도 허리가 땅겨 10회씩으로 줄였다. 힘은 들었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몸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대퇴근과 종아리 근육을 키우는 기계, 팔근육을 키우는 기계도 익혔다. “우선 하루 2~3종씩, 하루 걸러 기계를 바꿔가며 반복해서 운동하세요. 그래야 운동효과를 볼 수 있어요.”

퇴근 뒤 예정된 연말 마지막 송년회 자리. 집으로 와 다시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두잔만 가볍게 하겠다는 결심은 소주 폭탄주 몇잔에 무너졌고 자정 넘어 술이 떡이 돼서 돌아왔다.

셋째 날 | 7시에 맞춰놓은 알람도 못 듣고 뻗었다. 운동은커녕 출근시간에도 늦어 허겁지겁 내달려야 했다. 온몸은 뻐근하고, 좀처럼 술은 깨지 않았다. 온종일 몸은 쑤시고 정신은 흐릿한 상태로 뭉갰다. ‘뱃살의 적’인 술이야말로 운동의 ‘주적’이었다. 그러나 저녁엔 또 처가 쪽 식구들과의 술자리가 기다렸다. 저녁 운동을 하러 갈 엄두도 시간도 나지 않았다. 아, 작심 이틀 만에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아내의 말은 또 예언처럼 적중하고야 마는구나.

문제는 ‘꾸주~운히’가 끊기는 데 있었다. 약속 시간을 1시간 늦추고 운동복을 챙겼다. “운동 시늉이라도 내야 한다”는 얄팍한 생각. 하지만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20분만 하고 돌아가려 했지만, 하면 할수록 몸이 풀리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땀이 솟고 몸이 개운해졌다. 아, 이 맛이구나. 1시간을 다 채우고 주변을 둘러보니, 단단한 팔뚝을 자랑하는 20~30대들, 조각상 같은 가슴 근육의 40~50대 아저씨들이 새삼 눈에 띄었다. ‘그래, 나도 한번 해보자’는 의지가 다시금 샘솟았다. ‘꾸주~운히’ 결심은 그러나, 그날 밤 다시 술에 떡이 되면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정확히 작심 삼일 만이었다. 그날 밤 ‘딱 한잔’은 2차로 이어졌다. 나는 다시 뻗었고 운동 나흘째 되는 다음날 온종일 누워 지냈다.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해가 지고 다시 ‘술 마시기 좋은 저녁’이 찾아왔다. 몸을 일으켰다. 운동 뒤의 개운했던 기분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래! ‘6개월 뒤면 아내도 아이들도 놀라 탄성을 터뜨리고, 팀원들도 부러워할 거야.’ 운동복을 들고 집을 나서며 나는 속으로 외쳤다. ‘아, 근육 만들기 좋은 저녁이야!’

leebh99@hani.co.kr


최소 1주에 3일…무리하면 다쳐요

■ 2011 ‘esc’ 5대 대기획 공개

〈esc〉팀, 그들은 오늘도 독자들의 행복을 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섭외·시간·장소·돈에 발목 잡히는 일이 다반사. 새해를 맞아 가 작심한 올해의 ‘희망사항’ 5대 대기획을 공개한다.

① 대한민국 성생활 특집 ‘그들이 즐기는 법’

② 개마고원 8박9일 캠핑여행 ‘한반도의 지붕에 텐트 치다’

③ 원양어선 체험기 ‘거기! 참치가 있었네’

④ 놀고 먹고 자는 베짱이의 배짱여행 ‘세계 미식도시 어디까지 가봤니’

⑤ 문근영·고현정·윤여정과 찜질방 수다 ‘대찬 언니들의 소신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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