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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27 13:41 수정 : 2011.01.27 13:41

평소 변비 증세가 있는 나는 집 떠나면 더더욱 볼일을 못 본다. 명절이나 장거리 여행 때 사나흘씩 변을 묵히는 건 흔한 일이다. 10년 전 친구 만나러 뉴욕에 갔을 땐 더욱 열악했다. 처음 경험하는 비좁고 답답하고 지루한 장시간의 비행과 시차 문제 등으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일주일이 되도록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더부룩한 배를 안고 친구와 쇼핑을 하다 한 신발 가게에 들어갔다. 마음에 드는 구두를 고른 뒤 신어보기 위해 상체를 숙였다. 그 순간 일이 벌어졌다. 대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유독가스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분출된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내 뒤엔 금발의 젊은 커플이 서 있었고, 가스는 정확히 그들 쪽으로 발사됐다. 금발 커플은 그야말로 대경실색하더니, 가게가 떠나가라 폭소를 터뜨렸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가리키며 뭐라뭐라 떠들고 웃어댔다. 순간, 나는 과감히 국적을 버렸다.

“아, 스미마센~.” 친구와 나는 머리를 조아리고 ‘스미마센’을 연발하며 가게를 빠져나와 줄행랑을 쳤다. 작은 애국을 실천한 그날 밤, 나는 아무 탈 없이 엄청난 양의 묵은 변을 볼 수 있었다.

김지윤/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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