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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10 11:29 수정 : 2011.02.10 11:29

지난달 31일 낙원상가 취재에 동행한 한동원씨가 한 매장에서 기타를 치며 소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기타리스트 한동원과 함께한 ‘생초보용’ 낙원상가 가이드

‘통기타 한번 쳐보련다’는 결심 뒤 밀려드는 궁금증은 어디서 어떻게 어떤 기타를 사야 하는가다. 웬만한 물건은 인터넷을 통해 다 살 수 있는 요즘이지만, 기타는 매장에 들러 직접 소리도 들어보고, 안아보고 사라는 조언이 많다. 기타 매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서울 종로의 낙원상가다. 1969년 완공된 낙원상가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상가건물 중 하나로 1970년대엔 옷가게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토산품 가게가 주로 입점해 있었다. 음악상가로 변하기 시작한 건 1979년 탑골공원 정비사업 이후다. 공원 담장을 허물면서 인근에 있던 피아노 등 악기점이 낙원상가로 들어왔다. 1980년대엔 아시아경기대회·올림픽 유치 등으로 유흥업소 규제가 풀어지면서 라이브밴드 시장이 커져 기타·드럼 가게가 생겨났고 지금의 모습이 됐다.

뮤지션을 꿈꾼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가봤을 명소이지만 ‘생초보’가 낙원상가에서 기타를 사는 건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초보자는 처음 들른 매장 점원의 기에 눌려 다른 곳에 가볼 엄두도 못 내고 기타를 샀단다. 게다가 용산전자상가엔 어리바리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소위 ‘용팔이’가 있다면 낙원상가엔 ‘낙팔이’가 있다는 괴담을 듣다 보니, 안내자가 절실해졌다. 적임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연휴특집 <적정관람료>를 납품하는 모범 필자 한동원씨다. 그는 무려 사반세기 동안 낙원상가를 들락거린 블루스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설 연휴를 코앞에 둔 지난달 31일 낙원상가 탐방에 나섰다.

‘톱밥기타’ 피하면 인터넷보다 낫다

초보자들이 주로 사는 기타는 10만~20만원대다. 기타리스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파는 10만원 이하의 예뻐 보이는 기타는 ‘절대 비추’다. 일명 ‘톱밥 기타’로 불리는데 잘 망가진다. 대체로 크래프터·덱스터·스윙·데임·콜트 등 국내 브랜드의 중저가 모델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 중국에서 만든 제품과 한국에서 만든 제품의 질적 차이가 여전히 있는데, 25만원 정도면 한국산을 살 수 있다.

가장 먼저 들어간 낙원상가 2층 ㄱ매장에서도 여성 초보자가 사용할 20만원 안팎 기타를 찾으니 크래프터 준, 덱스터 DD-15 등을 추천했다. 현금가로 각각 20만원, 22만원. 인터넷 최저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낙원상가 복도 중간에 있는 ㄴ매장에서도 역시 같은 브랜드를 추천했는데, 가격은 2만원 정도 더 저렴했다. 사려는 모델을 정했다면 미리 인터넷 최저가를 알아본 뒤 매장 몇 군데를 돌며 가장 싼 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가방과 기타 스트랩, 튜너(조율)기 정도는 서비스로 얻을 수 있다. 한씨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초보자들이 많이 찾는 대표 제품들이 생겼고 대체적으로 가격도 고정된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낙원상가 매장 점원이 기타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같은 모델이라도 기타 소리는 제각각일 수 있다. 제품의 질이 확연히 차이 나는 경우를 제외하곤 초보자들에겐 소리의 좋고 나쁨을 감별할 능력이 없다. 더구나 매장을 여러 군데 돌다 보면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가 아닌 ‘복병’ 브랜드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소문으로 듣던 제품보다 질이 떨어질 수도,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기타 좀 치는 오빠·언니가 있다면 밥 한번 통 크게 쏘고 함께 고르는 게 가장 좋다. ㄱ매장에서 멀지 않은 ㄷ매장 점원은 “합판으로 만들어진 크래프터나 덱스터 모델은 브랜드 때문에 비싼 것이니 같은 돈으로 톱솔리드(앞판에 원목이 쓰인 제품) 기타를 사라”며 다른 브랜드를 권했다. ㄹ매장에서는 17만원짜리 세고비아 제품을 추천해 주었다. 한씨는 “매장 주인들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 오로지 가격과 소리만 신경쓰라”고 귀띔한다. 세고비아 제품을 한참 연주해보더니 “괜찮은 편”이란다. 사실 구분은 잘 되지 않았으나 듣고 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이런 것이 전문가의 아우라. 여러 매장에서는 ‘여성용’이라며 가장 널리 쓰이는 드레드노트 보디(몸통)보다 허리가 좀더 파인 오엠(OM) 보디의 기타를 추천했다. 품에 안아보니 드레드노트 보디보다 좀더 편하긴 했다. 그러나 ‘여성용’ 기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몸통이 작아지면 울림도 작아지니 웬만하면 드레드노트를 사는 게 좋다고.


사방이 도자기, 조심 또 조심!

1만~2만원 깎으려고 목을 매다 어이없는 실수로 수십만원을 날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낙원상가 곳곳에 놓여 있는 기타를 망가뜨리는 경우다. 상황은 이러했다. 기타를 살 때 넥(손가락을 올려놓는 부분)이 휘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는 건 중요하다. 소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이날 한동원씨가 낙원상가에서 살펴본 약 10대의 기타 중 1대가 휘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넥 상태를 확인한단 말인가. “기타 머리 쪽에서 몸통 쪽으로 총을 겨누듯 바라보면서 플랫 끝 부분이 일렬로 정렬돼 있는지 보는 거죠. 한번 해보시죠~.” ㄱ매장에서 여행용 기타를 들고 넥 상태를 확인하려던 순간 “한쪽 눈 감으시고”란 말에 기타를 쥐고 있던 왼손의 힘도 스르르 풀려버렸다. ‘쿵!’ 기타는 그렇게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살펴보니 몸통 가장자리에 칠한 부분이 들고 일어나 버렸다. 점원은 안 됐다는 표정으로 물어내거나 사가란다. 기타 판매가격 15만원 중 5만원을 내놓고 나서려니 점원 왈, “여기서 기타 구입을 전제로 5만원을 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정도 흠집이면 7만원은 주셔야 돼요.” 매장에 있던 사장이 나서 장부를 보여준다. 몇 백만원짜리 망가뜨려 물어낸 경우도 있는데 이건 별일 아니라며.

이렇게 쉽게 기타가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생초보들이여, 자칫 가방에도 기타가 밀려 넘어질 수도 있으니 도자기 가게에 온 것처럼 조심, 또 조심하시라.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 <낙원상가의 변천: 악기와 음악인력 시장을 중심으로>(권정구, 세계음악학회, 2009)

■ 우쿨렐레 구입 팁

‘지지징 소리’ 점검은 필수!

우쿨렐레는 낙원상가뿐 아니라 홍익대 인근 전문매장에서 살 수 있다. 기타와 달리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차는 거의 없다.

추천 제품 | 현재 유통되는 악기의 가격대는 10만원 이하부터 2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15만원 정도면 ‘카운티스’ ‘꿈’ 등 초보용으로 무난한 국산 브랜드 제품을 살 수 있다. 대만 브랜드 고야마 KUK-55 모델은 12만원으로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편이다.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일본 브랜드 기와야 KS-1을 20만원 후반대에 구입할 수 있다. 몸통 크기에 따라 소프라노 < 콘서트 < 테너 < 바리톤 네가지로 나뉘는데 주로 소프라노·콘서트형을 많이 산다.

매장에 나가라 | 저가 모델을 살 땐 매장에서 직접 보고 사는 게 좋다.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마감이 제대로 안 된 채 유통되는 제품도 있다. 특히 버징(불량으로 ‘지지징’ 소리가 나는 것)은 꼭 점검해 보아야 하는데, 매장 점원에게 1번줄부터 4번줄까지 한번씩 쳐서 소리를 점검해 달라고 하는 게 좋다.

튜너기는 필수 | 쇠줄로 된 통기타와 달리, 나일론줄이라 치기 쉽지만 느슨해지기도 쉬워 연주할 때마다 조율을 해야 한다. 1만~2만원 사이면 진동 튜너기를 살 수 있다.

글 박현정 기자·도움말 네이버 카페 ‘우쿨렐레속 행복’ 운영자 이민희, 우쿨렐레 나눔 강좌 여는 남윤원, 정광교 한국우쿨렐레교육협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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