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2.24 13:09
수정 : 2011.02.24 13:28
|
‘콘셉트 코리아’에 참가한 한국 대표 디자이너들. (왼쪽부터) 스티브 제이와 요니 피, 도호, 이상봉, 최범석.
|
[매거진 esc]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 3년째 참가한 ‘콘셉트 코리아’ 참관기
|
바이어와 디자이너를 연결해 주는 비즈니스룸.
|
지난 15일 미국 뉴욕 62번가 링컨센터 아트리움홀. 한파 속 보도엔 인파가 몰렸다. 250명 정도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650여명이 줄지어 행사를 기다렸다. 행사장 안에는 도호, 스티브 제이(J)와 요니 피(P), 이상봉, 최범석 등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대기중이었다.
런던·파리와 더불어 세계 3대 패션위크로 꼽히는 뉴욕패션위크(9~17일) 2011 F/W(가을·겨울) 컬렉션에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국내 패션디자이너들의 뉴욕 진출 프로젝트인 ‘콘셉트 코리아 III’을 통해서다. 올해로 3년째인 이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대구광역시가 지원에 나섰다. 뉴욕 브라이언트파크를 떠나 링컨센터로 행사장을 옮긴 지 두해째인 뉴욕패션위크는, 신인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전세계에 문호를 개방해 상업성과 예술성의 조화와 균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상봉 동양적 젠 스타일 재해석에 “원더풀”
“원더풀!” 디자이너 이상봉의 쇼에선 감탄사가 여기저기 터져나왔다. 동양적 젠 스타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낸 그는 이미 파리에 정통한 터다. 이번에 그는 뉴욕을 타깃으로 동양적 감성의 아름다운 선을 느낄 수 있는 의상을 준비해 ‘국민 디자이너’로서의 저력을 확인했다.
|
인터뷰 중인 이상봉 디자이너.
|
여성복의 스테디셀러 디자이너인 도호는 깊이 있는 색감과 정교한 디테일로 아방가르드 룩을 고혹적으로 표현했다. 새로운 트렌드를 낯설지 않은 방식으로 제시하면서 뉴욕 패션에 새로운 빈티지 룩을 선보여 뉴욕시장 진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스티브 제이와 요니 피는 런던 컬렉션 진출 이후 신선한 감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급부상중이다. 이 개성적인 부부 디자이너는 검은색에 다채로운 컬러를 사용한 패턴과 디테일로 톡톡 튀는 젊은 감성을 재현한 의상을 선보였다. 특히 그들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본 젊은 패션 관계자들은 “재미있다”거나 “신선하다”고 입을 모았다.
|
최범석 디자이너의 제너럴 아이디어 컬렉션.
|
최범석은 이미 뉴욕패션위크에 수차례 진출해 뉴욕 현지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번 프레젠테이션 쇼에서도 그의 경험과 노하우는 한껏 도드라졌다. 그가 선보인 밀리터리와 아웃도어 스타일을 믹스한 트렌디한 아웃도어 룩은 한국의 남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 이번 ‘콘셉트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 패션학교 ‘에프아이티’(FIT)의 패션 큐레이터인 밸러리 스틸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톰 포드 같은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패션 트렌드 자문을 구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 그가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로 잡은 것은 우리나라의 ‘청자’다. 수려한 색감의 쪽빛을 주요 컬러로 하고 ‘문화적 보물’(Cultural Treasures)이라는 테마로 전체 행사를 구성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밸러리 스틸은 “각각의 브랜드가 서로 잘 어울리는 게 목표”라면서 “개개인의 다양한 창조력이 담긴 한국 패션으로서 뉴요커들에게 선보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다채로운 색상과 패턴을 선보인 스티브 제이&요니 피.
|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는 유명인사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적인 패션그룹 아이엠지(IMG)의 전 부회장인 펀 맬리스, 뉴욕패션위크 총괄디렉터 크리스티나 놀트,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총괄디렉터인 스티븐 콜브, 유명 패션 스타일리스트인 어맨다 로스 등이 ‘콘셉트 코리아’를 찾았다. 세계 언론의 취재 경쟁도 치열했다. 한국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엔에이치케이>(NHK), <뉴욕 타임스>, <보그>, <바자> 등이 줄지어 기다렸다.
한국 패션을 알리는 멋의 향연에 또 하나의 맛도 가미됐다. 뉴욕 스타 셰프인 톰 콜리키오가 퓨전 한식과 막걸리 등을 선보여 참석자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의 멋과 맛이 한데 어우러진 향연이 열린 셈이다. 올해부터 ‘콘셉트 코리아’는 패션쇼에 그치지 않고 바이어와 디자이너를 직접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도 맡았다.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뉴욕 첼시·미트패킹 지역에서 바이어를 공식 초청해 디자이너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식·막걸리에 참석자들 즐거운 비명
이날 행사에 참석한 ‘패션피플’들은 한국 패션 문화의 높은 수준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스타 디자이너가 탄생하지는 않겠지만 한국 디자이너의 역량이 세계에 통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뉴욕 타임스>의 스타일 디렉터인 에릭 윌슨은 “최근 각종 컬렉션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뛰어난 감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콘셉트 코리아’ 패션쇼에서는 섬세한 디테일과 디자인의 콘셉트가 정확히 드러나는 무대 연출이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정부가 패션 문화의 외국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
‘콘셉트 코리아’ 행사장에서 한식을 즐기는 패션 관계자.
|
‘콘셉트 코리아’ 행사 외에도 뉴욕에선 이미 한국 디자이너들이 열정적으로 활약중이다. 구호, 손정완, 박춘무 디자이너는 이번 뉴욕패션위크에 단독으로 참가해 한국 패션의 위상을 알렸다.
뉴욕=글 김주옥 브릿지컴퍼니(패션홍보대행사) 이사·사진 제공 콘셉트 코리아 III
|
아방가르드 룩을 고혹적으로 표현한 디자이너 도호.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