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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말투로
천천히 대화하고
책 읽게 하세요
윈스턴 처칠, 마릴린 먼로, 브루스 윌리스, 개그맨 김현철,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말 더듬는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뤄낸 이들이다. “밥, 밥, 밥 줘”, “이모, 이모…”처럼 음절이나 소리를 반복하거나 “아~안~녕하십니까”처럼 길게 발음하는 경우, 말 중간에 “아…” “그런데” “음…” 같은 군더더기 말을 삽입하는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 의학적으로 유창성 장애라 하는데, 대개 두 낱말 조합을 시작하는 2살부터 5살 사이에 흔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말더듬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저절로 낫는 장애라고 착각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말더듬을 방치할수록 여러 특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치료 효과가 반감되고 치료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2~5살 사이에 자주 나타나저절로 낫는단 생각은 오산 ■ 말더듬, 저절로 낫는다고? 다행히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말더듬은 말을 더듬기 시작한 지 6개월 이내 정도라면 자연치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개 40~80%까지 회복이 되는데,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불일치에서 오는 경우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은 “다만 6개월 이내더라도 초기 말더듬 정도가 심하거나 이차적인 부수행동을 보일 때에는 전문기관에 찾아가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말더듬은 기질적인 요소, 언어-심리적인 요소, 환경 요소 등 원인이 복합적인데다 아직까지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말더듬은 어린 나이에 생기는 것으로 저절로 낫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6살 이후에 말더듬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고 15살 이후 말더듬 증상이 새롭게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말을 더듬는 또래의 영향을 받아 생기기도 하는데, 저절로 낫는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명확한 원인 진단과 적절한 치료, 부모와 자신의 노력 없이는 개선될 수 없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특히 뇌의 기질적인 문제나 유전자의 문제가 원인인 경우 자연치유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심리적 문제 동반이 더 문제 말더듬은 그 자체보다 주위의 놀림이나 왕따, 꾸지람 등으로 수치심이나 좌절감 등 심리적인 부담을 느껴서 말하는 것을 꺼리거나 힘들어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일례로 “더듬지 마라” “다시 말해라” “천천히 말해라” 등의 말은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사람과의 대화를 단절하고 혼자 지내려고 해 사회생활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시선을 피하거나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말더듬을 고쳐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머리를 흔들거나 손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말을 하거나 눈을 깜빡거리는 등의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말더듬이 틀린 것이 아니라 조금 늦게, 조금 다르게 하는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천석 원장은 “늘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족들 단순한 문장 사용을
복식호흡과 입술떨기 도움
■ 복식호흡·책읽기 등 효과적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말더듬 교정 방법은 복식호흡과 입술 떨기, 천천히 책읽기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고 호흡을 편안하게 해 말더듬 증상을 완화해준다.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는 연극을 통해 말더듬을 극복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가급적 천천히 말하는 습관을 들여 언어 모델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혜주 행복한아이연구소 언어치료사는 “어른들이 말을 할 때 어절 단위로 끊어서 쉼표를 주고, 가능하면 짧고 단순한 문장을 사용해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아이한테서 말더듬이 나왔을 때 아이의 말을 대신 이어주거나 끝내주는 행위, 빨리 말하도록 재촉하는 행위, 자주 고쳐주거나 비난하는 등의 습관은 오히려 말더듬 치료에 방해가 된다. 안철민 원장은 “말더듬 증상 자체를 스스로 단점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더듬이 나타났을 때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야 돈과 시간 낭비를 막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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