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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0 14:13 수정 : 2011.03.10 14:13

“이게 쌍걸이요.” 지난 5일 창원시 진해 앞바다 선상낚시에서 큼직한 도다리 두 마리를 편대채비로 끌어올린 낚시꾼이 흐뭇한 표정으로 채비를 들어올리고 있다. 4.

진해 포구 바다낚시 출조기

길고도 모진 겨울 나느라 모두들 힘드셨겠다. 입맛·술맛 쓰디썼던 겨울 지나가고 다시 봄이다. 햇살 따스한 남해안 논둑·밭둑에선 향기로운 쑥과 냉이가 새순을 내밀고, 그 맛있는 봄 바닷고기 도다리들이 다시 몰려왔다. 바다 밑바닥에 납작 엎드렸던 도다리가 입질을 시작하자, 낚시꾼들은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봄 도다리, 가을 낙·전(낙지·전어)’이란 말이 있듯이, 도다리는 봄을 대표하는 어종이다. 제철 맞은 봄 도다리가 기다리는 남해안으로 떠난다. 최근 몇년 사이 도다리 낚시꾼들 발길이 부쩍 잦아진 창원시 진해 앞바다다. 짜릿한 손맛과 상큼한 봄맛을 즐기며, 잃었던 입맛·살맛 되살려 오는 여정이다. 낚싯배 타고 나가, 눈 모로 뜨고 달려드는 도다리들과 밀고 당기며 한나절 흔들리다 보면 높고 낮은 푸른 물결, 후려치고 매만져주는 바람결이 다 펄떡이는 ‘100% 자연산’ 보약임을 깨닫게 된다. 새봄의 힘이다.

진해 앞바다에 늘어선 도다리 낚싯배들.
2개의 줄낚시를 양손에 잡고 번갈아가며 고패질하는 낚시꾼.

“자, 고패질을 억수로 해가 뻘물을 이래 흔들어놔야 합니더. 싸악 땡기 보고 아니면 또 고패질 해가 다시 땡기소.”

지난 4일 아침 7시 창원시 진해구 행암포. 낚싯배를 타기 직전, 도다리 낚시 경력 10년의 전종국(47·한성호 선장)씨가 도다리 줄낚시 방법을 설명했다. ‘고패질’이란 낚싯줄을 당겼다 놓았다를 되풀이해, 낚싯줄 끝에 매단 묵직한 추(봉돌)로 바다 밑바닥을 두드리는 걸 말한다. 뻘흙을 일어나게 해 도다리의 관심을 끌고 공격성을 자극하는 유인책이다. 전씨는 부지런히 고패질을 한 뒤 당겨올릴 때 파닥이는 느낌이 있으면 줄을 다시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다리가 갯지렁이를 빨아들이도록 내비두소. 그래가 쫌 있다가 땡기보고 끌어올리면 되는기라.”

새봄 남해안 월척 노리며 몰려드는 낚시꾼들


9.77t 낚시 전용선(22인승)을 탄 일행 13명은 15분 뒤, 멀리 가거대교가 바라다보이는 초리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매서운 바람 몰아치는 아침 바다에, 마치 대규모 해전을 앞둔 듯 크고 작은 배들이 진을 치고 있다. 늘어선 낚싯배엔 꾼들도 빼곡한데, 하나같이 낚싯줄 잡은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고패질에 여념이 없다. 몇은 릴대를 들었지만 “물살이 센 때라 장대 원투낚시(낚싯대로 묶음추 바늘을 멀리 던져 천천히 끌어당겨 낚는 방법)론 별 재미 못 본다”는 게 전씨의 귀띔이다.

전씨는 “지금이 물살이 센 사리 때라 어신이 그리 잦지는 않다”면서도 “포인트를 잘 잡으면 섭섭지 않을 정도의 손맛은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디 도다리 낚시에 좋은 시기는 조금 전후, 물살이 느려지는 때다. 사리 전후엔 유속이 빨라져 먹이활동이 활발하지 않다고 한다. 선장이 처음 포인트로 잡은 곳은 들물과 날물이 만나는 지점. 다른 지역에 비해 유속이 느린, 이른바 물돌이가 일어나는 장소다. “수심 22m, 여기서 한 삼사십분 승부를 하고 이동합니다. 자, 낚시 채비 내리소.” 일행은 낚싯바늘 둘을 철사 양쪽에 매단, 묵직한 봉돌이 달린 ‘편대채비’를 앞다퉈 물에 던져 낚싯줄을 풀고, 봉돌로 바닥을 두드리는 고패질을 시작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왔구나!” 하는 외침과 함께 부산에서 온 이희봉(54·진구 개금동)씨가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를 끌어올렸다. “하이고 차암 예쁘다, 예뻐. 씨알도 개안타.” 여기저기서 부러움의 탄성이 터진다. 이씨는 도다리가 삼킨 낚시를 빼지 않고 낚싯줄을 가위로 잘라버렸다. “도다리는 먹이를 깊이 삼키므로 무리해서 낚싯바늘을 빼다간 도다리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꾼들은 그래서 바늘을 여유 있게 준비한다.

첫 도다리를 신호탄으로, 여기저기서 도다리 끌어올리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양산 범어리에서 온 김용봉(52)씨도, 울산 무거동에서 온 김영호(46)·손준희(43)씨 부부도 크고 작은 도다리를 잇달아 잡아냈다. “깻잎(깻잎 크기의 도다리)은 마이 올라오네.” “요건 콩잎이다.” 몇몇은 두 바늘에 두 마리를 한꺼번에 낚는 ‘쌍걸이’에 성공하기도 했다. “깻잎도 좋고 콩잎도 좋다. 많이만 올라와라.” “깻잎쌈·콩잎쌈 마이도 싸묵겠네.” 이어지는 도다리 입질에 갑판은 타작마당처럼 소란스러워졌다. 도다리뿐 아니라 간혹 쥐노래미(게르치)·삼식이(쏨뱅이 또는 삼세기)·낙지도 걸려 올라온다.

낚싯배 선장은 갓 잡은 도다리를 즉석에서 썰어 낸다. 묵은지에 싸 먹으면 꿀맛이다.

물때 가려 고패질 거듭하면 손맛 100%

입질이 뜸해지자 선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자, 저기 흙탕물이 보이지예? 채비 거두소. 이동합니다.” 노련한 선장은 물 흐르는 방향과 세기, 물빛을 보고 도다리 낚시 포인트를 판단해 수시로 배를 옮겨가며 낚시를 한다. 물살이 다소 느린 초리도 가까운 곳에 배를 대고, 일행은 다시 부지런히 고패질을 시작했다.

이날 일행 대부분은 도다리 10~20마리씩을 낚아올렸다. 최대어는 35㎝가량. 물때가 안 좋은 시기임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과”다. “휴일이면 거의 바다에서 논다”는, 바다낚시 20년 경력의 김용봉씨는 쥐노래미 등을 포함해 20여마리를 낚았다. 직접 고패질을 해 ‘깻잎’ 몇 장 낚아 보니, 입질이 그리 크지는 않다. 은근히 툭툭 치는 느낌이 손끝에 전해져 온다. 전종국 선장은 “물살이 약해지는 조금 전후에 나서면 30마리 이상씩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조금 무렵엔 가거대교(거가대교) 주변 저도·망와도 부근이 포인트가 된다.

진해만 도다리 선상낚시는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무렵까지 이뤄진다. 밤엔 도다리가 활동하지 않아 밤낚시는 하지 않는다. 점심시간 낚싯배 위에선 즉석 도다리 잔치가 벌어진다. 낚싯배 선장들은 대개 횟집 요리사 버금가는 칼질 솜씨를 자랑한다. 잡은 도다리를 손질해 회도 뜨고 도다리쑥국도 끓여 낸다. 갑판을 돌며 조언도 해주고 커피도 타다 준다. 선장이 “밥 묵고 합시다” 하면, 꾼들은 선상에 차려진 식탁에 둘러앉아, 상추·깻잎·풋고추·마늘·된장·초고추장에 묵은김치를 곁들여 싱싱한 도다리회를 양껏 즐긴다. 소주 몇 잔 곁들여 먹는, 갓 잡은 도다리회의 졸깃한 맛에 초보자도 숙련자도 입이 벌어진다. “신선이 따로 없는기라.”

잡아도 못 잡아도 자연산 도다리에 소주 한잔

낚시인들은 이런 배낚시(선상낚시)를 ‘생활낚시’라고 부른다. 가족·연인·친구들이 함께 배를 타고 낚시하며 특별한 점심식사도 즐기는, 일상생활의 연장이란 뜻을 담은 용어다. 고기를 많이 잡지 못해도 걱정할 게 없다. 선장들이 미리 낚아 배에 저장해뒀던 도다리를 꺼내 점심상을 차려 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 회식모임이나 야유회 장소로 낚싯배가 선호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닷바람 쐬며 신선처럼 즐기는 선상 야유회다.

“봄엔 도다리, 가을엔 갈치 낚시를 즐기러 자주 온다”는 이희봉씨는 “10여년간 감성돔 낚시만 해오다 3년 전 친구 따라 진해 왔다가 생활낚시에 맛을 들였다”고 말했다. “손맛 좋고 입맛·술맛 다 좋으니 함 해본 사람은 홀딱 빠진다 아입니꺼.”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 안쪽 진해만이 “최상의 도다리 낚시터”가 된 건, 해군 군항 덕이라고 알려진다. 진해 삼포항의 블루피싱클럽 대표 김성진씨는 “군항 쪽은 어선 출입이 금지돼 도다리뿐 아니라 감성돔·농어 등 다양한 어종이 안전하게 서식하는 일종의 어족 창고”라고 말했다. 한때는 고깃배 서너척이 선단을 이뤄 금지구역으로 들어간 뒤, 한척이 단속에 걸려 조사받는 사이 나머지 두척이 잠깐의 그물질로 엄청난 고기를 잡아왔다고도 한다. “단속 걸린 배 벌금 내주고, 영업정지 기간 보상까지 해줘도, 잡은 고기가 워낙 많으니 남는 장사였다”는 것이다. 이 고기떼가 이동하는 통로가 진해 앞바다 거제도와 가덕도 사이가 된다.

속천·이동·장천·행암·삼포·수치·명동·괴정항 등 진해 포구의 어민들은 2월부터 5월 말까지 통발그물과 낚시로 도다리를 잡는다. 300여척의 어선 중 160여척은 낚싯배다. 통발그물에 홍합살·조갯살 등을 넣고 유인해 잡으면 대량으로 잡히지만, 고기가 갇혀 있는 동안 상처를 입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상품성은 떨어진다. 전종국씨는 “낚시로 잡은 도다리가 20~30%가량 비싸게 거래된다”고 말했다.

알아둘 점 하나. 군항제가 열리는 4월 초중순 진해 일대는 벚꽃 나들이 인파와 차량으로 덮인다. ‘임도 보고 뽕도 따려는 낚시꾼’들도 몰려든다. 따라서 여유 있는 도다리 배낚시를 즐기려면 이 기간은 피하는 게 좋다. 진해만 도다리 낚시는 5월 말이면 마무리되고 꾼들의 관심은 붕장어(5~8월)와 갈치(8~11월) 낚시로 이어진다.

진해(창원)=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올봄 도다리 ‘조금 전후’를 노려라

물 흐름이 약해져 도다리 낚아올리기 좋은 때는 조금 전후 4~5일간이다. 조금은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이가 가장 작은 음력 초순과 보름 사이, 보름과 그믐 사이다. 반대로 밀물과 썰물의 수위차가 가장 큰 음력 초순과 보름 때를 사리라고 한다. 마침 주말을 낀 조금 물때가 4월 말까지 격주로 이어져 주말 선상 도다리 낚시에 딱 좋다.

3~4월 조금 날은 양력 3월12일(토)·3월27일(일)·4월10일(일)·4월25일(월)이고, 사리 날은 3월19일(토)·4월2일(토)·4월17일(일)이다. 조금 전후로 출조해 고패질을 부지런히 한다면 손맛 제대로 볼 듯. 5월엔 10일(화)·25일(수)이 조금이다. 조과가 떨어지는 5월 사리는 2일(월)·17일(화)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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