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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7 14:52 수정 : 2011.03.17 20:05

북유럽의 그늘, 간결한 문체에 담겨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사회의식 짙은 ‘스칸디나비아 누아르’ 세계적 인기

스웨덴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인 이케아는 현재 스웨덴 정부에 세금을 안 낸다.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는 세금을 피하려고 30여년 전 스위스로 이주했고, 재산을 모두 네덜란드에 세운 재단으로 넘겼다. 올해 초 스웨덴 국영방송사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진 이케아의 탈세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북유럽 국가들 중 외국인에게 가장 우호적이라고 평가받는 스웨덴에서도 극우정당이 의회에 입성했다. 밝은 색감의 디자인에 가려진 이런 북유럽의 그늘은 추리소설에서 엿볼 수 있다.

북유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엔 여행을 테마로 한 감성적인 에세이집이나 인테리어 소개서 등이 출간됐다. 올해도 북유럽 관련 책 출간은 이어질 예정인데 출판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추리소설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누아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언론인 출신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사진)이 2005년부터 3년에 걸쳐 출간한 <밀레니엄> 시리즈는 영국과 미국에서만 15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라르손은 책 출간 6개월 전 심장마비로 숨졌다. 국내에서도 2008~2009년에 소개됐다가 올해 출판사가 바뀌어 재출간된다.

탐정 대신 인간적인 경찰이 주인공

지난해 3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북유럽 추리소설의 성공요인 세가지를 분석했다. 그중 하나는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으로 꼽혔던 간결함이다. 은유나 어려운 단어가 없어 쉽게 읽히는 문체를 지녔다는 것이다. 또 연민이 느껴지는 주인공이 등장하며, 자본과 권력을 지닌 이들과 복지 혜택에서 배제돼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이들의 경계를 탐구한다.

번역가 김명남씨는 2000년 스웨덴 작가 헤닝 망켈의 소설을 처음 접하고 북유럽 추리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겉모습은 추리소설이나 경찰소설이지만 내용은 사회소설에 가까웠다. “북유럽이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사회민주주의의 길을 걸으며 부딪쳤던 고민들이 소설 속에 잘 반영돼 있어요.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것 같지만 권력과 자본이 결탁해 추악한 일을 저지른다든가, 복지혜택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든가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죠. 평등함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것 같아요. 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찰은 절대 선이 아니에요. 영웅이 아니라 인간적이죠. 공권력이라도 시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게 옳은가 의구심을 던져요. 결론도 현실적이고요.”


스티그 라르손. 도서출판 뿔 제공
북유럽 추리소설의 경우, 20세기 초 노동문학의 사회비판 전통을 계승했다는 해석도 있는데 좌파 노선을 지지하는 작가가 적지 않아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북유럽 문단은 한국과 달리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의 이분법이 없어 이른바 순수문학 작가들도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쓴다. 현재 북유럽 추리소설을 번역중인 이승재씨는 “저자가 두명인데 한명은 탐사보도 저널리스트고 또 한 사람은 전과자 출신의 사회운동가로, 소설 내용이 무거운 편이라 장르소설로 소개하기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영미권이나 일본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들 중에는 북유럽 추리소설을 지루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쪽은 주로 사립탐정이 사건을 해결하지만, 북유럽 추리소설은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북유럽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펼쳐지면서 사회구조 문제도 짚고 넘어간다. 특히 유명 작가 중에는 언론인 출신이 많다. 아이슬란드의 아르날뒤르 인드리다손, 스웨덴의 리사 마르클룬드, 노르웨이의 안네 홀트가 대표적이다.


영어판 중역이 다수, 시리즈는 나오다 말다

스웨덴 추리소설로 본격 성공을 거둔 작품은 1965~1975년 사이에 출간된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외 부부가 함께 지은 ‘마르틴 베크’ 10부작을 들 수 있다. 주인공 마르틴 베크 경감은 전형적인 스웨덴 경찰로 그려진다. 10부작 전체가 미국과 스웨덴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1990년대 들어 헤닝 망켈, 리사 마르클룬드 등 유명 작가들이 등장했고 2000년대에는 오사 라르손, 카밀라 렉베리 등 여성 소설가들이 여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을 내놓아 큰 인기를 얻었다.

북유럽 추리소설은 대개 독어판이나 영어판을 중역해서 국내에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북유럽 국가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이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출판계에서는 판권을 구입해놓고도 영어판이 나오지 않아 국내에 소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나오던 시리즈도 감감무소식이다.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도움말 스웨덴 책소식(트위터 @swedish_books)

‘스칸디나비아’ 두배 즐기기

헤닝 망켈 <한여름의 살인>
■ 이국적 배경, 현실적 이야기

국내에 소개된 북유럽 추리소설은 아직 다양하지는 않다. 애호가인 김상현, 티스토리 블로거 필론의 도움을 받아 추천작을 골라봤다.

⊙ 헤닝 망켈 <한여름의 살인> 등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좋은책 만들기) | 스웨덴 남부 소도시 위스타드를 주요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발란더 경감은 스트레스·우울증·알코올·당뇨병에 시달리는 중년남성으로 부친과는 불화 관계고 행색도 초라하다. 미국 추리소설에 나오는 비현실적 초인이나 멋쟁이가 아니라는 점이 좋다.


아르날뒤르 인드리다손 <저주받은 피>

⊙ 아르날뒤르 인드리다손 <저주받은 피>·<무덤의 침묵>·<목소리>(영림카디널) | 아이슬란드라는 이국적인 배경이라 흥미롭다. 더구나 인드리다손은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는 황금단도상(<무덤의 침묵>) 등 최근 몇년간 주요 추리문학상을 받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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