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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7 14:54 수정 : 2011.03.17 20:02

“소리없이 번진다” 북유럽 스타일 (1. 핀 율 작품 2, 5. 아리카 3. 섹토 디자인 4. 쇼룸핀란드 6. 요한나 굴릭센 7. 마리메코 9. 톤피스크 10. 북바인더스디자인)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인간중심적이고 심플한 스웨덴·덴마크·핀란드 디자인 인기

지난해 12월 말 스웨덴계 가구·생활용품 회사 ‘이케아’가 느닷없이 인터넷 인기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설 때문이었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케아가 수도권 매장 부지를 물색중이며 4~5년 뒤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병행수입업체를 통해 웃돈을 주고서라도 이케아 제품을 샀던 젊은 소비자들은 이 소식을 반겼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북유럽 디자인’을 담고 있는 가구나 소품을 비교적 싼값에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미 명동 한복판에는 스웨덴 패스트패션 에이치앤드엠(H&M) 매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덴마크 오디오업체 뱅앤올룹슨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이케아, 에이치앤드엠 등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간결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실용성을 갖춘 북유럽풍 디자인이다. 트렌드를 좇지 않는다는 북유럽 디자인이 국내에선 친환경, 빈티지, 아날로그, 손맛, 삶의 질 등 여러 가지 열쇳말과 맞물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서울 마포역 인근 북유럽 디자인제품 쇼핑몰 노르딕파크 사무실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핀란드 이탈라 컵, 덴마크 로열코펜하겐 접시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회사의 김사원 대표가 2년간 북유럽을 다니며 제품들을 수집했고, 지난해 전시공간까지 마련했다. 이탈라·로열코펜하겐 등은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업체들로, 이들의 제품을 하나하나 모으는 마니아들도 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컵이나 접시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면서도 아름답다. 잡거나 겹쳐놓기에 편한 컵, 꽃무늬 장식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접시들.

빈티지 가구 비싼 건 인건비와 재료 탓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도 북유럽 디자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웨덴 문구(북바인더스디자인)를 비롯해 덴마크·스웨덴 빈티지 가구(덴스크), 핀란드 생활잡화(마리메코), 덴마크 주얼리(트롤비즈) 매장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가구는 간결한 원목을 그대로 살렸는데 북유럽 국가 중 서유럽에 가장 가까운 덴마크 디자인은 스웨덴 쪽보다 좀더 섬세한 모양새다. 이런 특징은 그릇에서도 나타난다. 핀란드 패브릭 제품은 북유럽 하늘이나 숲을 닮은 선명한 색깔이 특징이다.


“소리없이 번진다” 북유럽 스타일 (11. 북바인더스디자인 12, 13. 아리카 14, 15, 18, 19. 마리메코)
20세기 초 독일 바우하우스가 강조한 모더니즘·기능주의의 영향에 천혜의 자연과 손재주가 결합된 북유럽 디자인은 이미 1950~60년대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때 만들어진 빈티지 가구가 최근 미술·건축에 관심있는 고소득층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빈티지 가구는 미술품 못잖게 비싸다. 덴스크의 김효진 대표는 “덴마크가 디자인에 일찍 투자한 덕분에 당시 천재성을 지닌 가구 디자이너들이 쏟아져 나왔고 좋은 목재로 가구를 만들 수 있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인건비와 목재 사정 때문에 비슷한 품질의 가구를 만들 수 없게 되면서 빈티지 가구에 희소성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덴스크에선 핀 율이나 한스 웨그너 등 덴마크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빈티지 가구는 서울 성북동 등에 매장이 있는 모벨랩에서 살 수 있는데, 세일 행사가 종종 열리는 편이다. 경기도 과천시에 매장이 있는 디자인와츠는 진짜 빈티지 가구가 아니라 북유럽 디자인을 재현한 가구를 팔고 있다. 디자이너 빈티지 가구보다 저렴하다. 북유럽 빈티지 그릇 마니아들도 많은데, 홍대 인근에 위치한 더쿠모스탁이나 서울 부암동 카페 데미타스 등에서 빈티지 그릇을 구경하거나 살 수 있다.

현대 북유럽 디자인 제품도 물론 국내에 들어와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쇼룸이 있는 유통업체 이노메싸는 덴마크 업체 무토의 자작나무 조명을 소개하고 있다. 이노메싸의 마재철 대표는 “북유럽이 한동안 침체기였다가 요즘 들어 신진 디자이너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별로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북유럽 스트리트 패션도 그릇이나 가구 디자인과 일맥상통한다. 국내에선 데님 브랜드인 칩먼데이나 누디 진, 아크네 등이 편집숍을 기반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는데,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들 제품이 미국 쪽 데님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신세계백화점 편집매장 바이어 최재혁 과장은 “미국 데님은 화려하고 기교가 많은데, 북유럽 데님은 굉장히 심심한 편으로 소재에 충실해 사람들이 입는 과정에 찢어지거나 늘어나거나 해지는 감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데님보다 심심한 데님이 요새 트렌드이기도 하다. 또 북유럽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믿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험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2000년 스웨덴 스톡홀름 교외 중고숍에서 탄생한 칩먼데이는 감각적이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했다.

값비싼 공예품도 신문지로 포장돼 수입

사실 국내에 소개된 북유럽 디자인은 의류를 제외하곤 매우 비싼 제품이다. 인건비가 비싼 북유럽에서 장인들이 ‘한땀 한땀’ 손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 제품이 현지에서 ‘사치품’으로 대접받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비싼 브랜드라도 재료를 낭비하지 않기 때문에 포장재 역시 간소하다. 이런 문화는 국내 유통업체에 ‘포장’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스웨덴 목각 말 공예품 달라헤스트를 파는데 굉장히 비싸요. 그런데 이게 국내에 들어올 땐 그쪽 신문지에 둘둘 말려서 옵니다. 그래서 따로 박스를 만들었어요.”(북바인더스디자인 박종덕 대표)


“소리없이 번진다” 북유럽 스타일 (24. 요하네스 안데르센 작품 26. 아르네 야콥센 작품 27, 28, 29. 아라비아핀란드 30, 32. 아리카 31. 이탈라)
북유럽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북유럽 지역의 복지제도는 어린이·노약자·임산부에 많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디자인 역시 이들을 배려한 제품이 많다. 소득격차가 4배를 넘지 않는 등 평등의식이 강해 디자이너들도 자연스럽게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관심을 쏟게 된다. 북유럽 디자인에서는 사회적 책임의식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노르딕파크 김사원 대표가 핀란드 주얼리 아리카를 소개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리카 제품의 90%가 핀란드에서 직업을 가질 수 없어 집에서만 머무는 사람들이 손으로 만드는 거예요.”

북유럽인들에게 경쟁에서 이겨 명성을 얻는 건 가장 큰 가치가 아니다. 핀란드·스웨덴 등을 거쳐 현재 덴마크에 거주하고 있는 배준향씨는 “북유럽인들은 가족과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게 삶의 목표”라며 “직장이 끝나도 딱히 갈 데도 없고 가족중심적인 사회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시하는 것을 꺼리는 문화라 값비싼 옷이나 차를 사기보다는 집을 꾸미는 데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인다. 국내에선 한동안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가 유행어처럼 퍼져 나갔다. 그런데 북유럽 인테리어는 과연 무엇일까. “북유럽에는 햇볕이 부족하기 때문에 빛이 많이 들어오는 인테리어를 해요. 하얀색 벽이나 빛을 반사하는 거울이 필수죠. 집에서 오래 머물기 때문에 늘 봐도 지겹지 않을 따뜻한 나무 소재의 소품을 활용하고 추우니까 천연모피나 양털을 활용해서 따뜻한 느낌을 줘요. 북유럽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는 조명이에요. 거기선 어둠을 즐길 줄 알아요. 초도 많이 사용하고. 우리는 너무 밝은 형광등 문화죠.”(인테리어 디자이너 양진석씨)


“소리없이 번진다” 북유럽 스타일 ( 20. 스벤 마센 작품 21. 이탈라 22. 요한나 굴릭센 작품 23. 사미 린네 작품)
복지사회 가치 오롯이 디자인 철학으로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내느라 한국인 대다수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부족하다. 또 천장이 낮은 아파트 거주자가 많기 때문에 북유럽 스타일을 고스란히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북유럽에 대한 높은 관심은 그들의 여유있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2005~2009년 사이 155개국 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이 차례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4위를 차지했다. 물론 덴마크나 노르웨이는 이민을 거의 받지 않기에 그들만의 행복일 뿐이지만.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표지디자인 이정희 기자 bbool@hani.co.kr

사진 제공모벨랩, 노르딕파크, 이노메싸, 북바인더스디자인, 마리메코

‘스칸디나비아’ 두배 즐기기

선반 걸기
■ 액자·선반이 인테리어 포인트

북유럽 인테리어를 해보겠다고 굳이 값비싼 가구부터 들여놓을 필요가 있으랴. 인테리어·가구 디자이너인 양진석씨가 손쉬운 인테리어 방법을 제안했다.

⊙ 선반 걸기 | 한국에선 선반이 아직 낯설지만 북유럽 스타일을 표방하는 일본식 카페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책상 위나 부엌 한켠에 흰색 선반을 짜넣으면 저렴한 방법으로 수납도 해결하고 아기자기한 장식품을 올려놓으면 귀여운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 신발 박스의 변신 | 박스를 재활용해 수납박스를 만들 수 있다. 박스 겉면을 흰색 마스킹 테이프로 감으면 페인트로 칠하는 것보다 쉽고 깨끗하게 색을 통일할 수 있다. 테이프 위에 숫자들을 프린트해 붙여주고 박스 한면에 칼집 2개를 넣어 봉투에 손잡이 끈을 끼우듯 리본을 묶어주면 된다.

나무액자 활용

⊙ 나무액자 활용 | 북유럽 가정에는 일상이 찍힌 사진들이 액자에 담겨 거실 소파 뒤편이나 부엌 식탁 옆에 걸려 있다. 다양한 수의 액자를 걸어두면 하나의 오브제로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미지들이 들어가도 벽을 멋지게 꾸밀 수 있다.


알쏭달쏭 북유럽 국기 맞혀보세요
■ ‘알쏭달쏭’ 북유럽 국기 맞혀보세요

북유럽 5개국 문화가 비슷한 것처럼 각 나라 국기도 헷갈릴 정도다. 북유럽 국기 속에 그려진 십자 무늬는 세로축이 왼쪽으로 치우쳤는데 이는 ‘스칸디나비아 십자’로 불리며 가로·세로축 길이가 똑같은 ‘그리스 십자’와 구분된다.

덴마크는 1397년 국기 ‘단네브로’를 만들었는데, 현존 국기 중 가장 오래됐다. 서로 물고 물리며 오랫동안 한 나라였던 노르웨이·스웨덴·아이슬란드 국기도 단네브로와 유사하다. 핀란드는 스웨덴·러시아의 지배를 받다 1917년 독립해 1918년 국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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