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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14 11:46 수정 : 2011.04.14 17:03

2010년 브릿 어워드에서 노래하는 레이디 가가.

[매거진 esc]
내한 스타들 포복절도할 무대 밖 뒷이야기들

그해 여름 한 강남 고깃집에는 벽안의 여인이 수영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손에 김치를 들고 죽죽 찢어 먹는 틈틈이 남자친구와 핥고 물고 더듬는 과감함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것도 남자친구의 무릎 위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누굴까. 전세계에서 이런 기행을 즐길 수 있는 이라면, 레이디 가가 정도 말고 누가 있을까. 2009년 여름, 입국할 때부터 팬티와 망사스타킹 차림이었던 레이디 가가는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도 역시 일반인의 예상을 넘어서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레이디 가가.

당시 레이디 가가는 단 한번 정장을 입었다. 서울 봉은사에 갈 땐 웬일인지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나타났다. 물론 그녀 본인의 의사는 아니었다. “절에 갈 때는 차분히 입어야 한다”는 코디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봉은사 경내에서 어떤 소동이 일었을지 모른다. 그나마도 절에서 나오자마자 치마는 벗어던져졌다. 과연 스스로를 ‘뮤지션’이 아니라 ‘행위예술가’라 소개하는 그녀답다고 할밖에.

지난 3월10일 내한한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 그들이 타고 온 전세기 앞에 서 있다. 왼쪽부터 에이드리언 스미스, 니코 맥브레인, 브루스 디킨슨, 스티브 해리스, 데이브 머리, 야닉 거스.(액세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홍대 앞 7080 음악에 몸 흔들고 노래방으로

해외 팝스타들의 내한 공연이 잦아지고 그들의 무대 밖 뒷이야기들은 호사가들의 관심을 끈다. 레이디 가가처럼 기행을 벌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미지와 사뭇 다른 행동으로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공연 외에 일체의 다른 스케줄도 없이 조용히 지내고 가는 이들도 있다.

지난 3월9일 한국에서 공연한 산타나.(액세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인디 성향이거나 상대적으로 젊은 뮤지션들은 이국의 밤을 마음껏 즐기곤 한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를 물어 가는데, 주로 홍대 앞이다. 틴에이지 팬클럽, 플레이밍 립스 등이 내한 당시 홍대 앞에서 늦도록 술자리를 가졌다. 그중 가장 흥청망청 놀았던 이들은 지난 1일 내한했던 엠지엠티(MGMT). 그들의 서울 공연은 첫 내한이기도 했지만 2집 월드 투어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했다. 성공리에 공연이 끝나고 설렘과 해방감이 겹친 그 밤, 그들이 향한 곳은 1970~80년대 가요를 틀어주는 홍대 앞 술집 곱창전골이었다. 주말이었으니 일반 손님들도 가득 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부어라 마셔라, 그것도 모자라 산울림의 ‘아니 벌써’에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고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어설프게 목청껏 따라 부르기도 했다. 전날도 그곳에서 술을 마셨다고 하니, 한국 가요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야 했기에 대부분의 일행이 숙소로 향했지만 밴드의 보컬 앤드루 밴윈가든은 지칠 줄을 몰랐다. 새벽 5시 무렵, 그는 일행들을 끌고 노래방으로 향했다.


내한한 아티스트들은 남는 시간에 주로 관광을 즐긴다. 인사동과 남대문 같은 전통 관광지부터 코엑스몰 같은 호텔과 공연장 근처의 명소들이 일반적인 코스다. 그런 관광지에 출몰했던 팝스타들 중 가장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건 역시 메탈리카일 것이다. 1998년 첫 내한 공연 당시, 그들이 남대문시장에서 돼지머리를 들고 찍은 사진은 아직까지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역사의 현장이다.

서구문화권과 다른 문화가 낳은 해프닝인데, 작년 내한했던 그린 데이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린 데이의 멤버는 보컬이자 리더인 빌리 조 암스트롱과 마이크 던트(베이스), 트레 쿨(드럼)이다. 빌리 조 암스트롱이 뒤풀이 자리에서도 남들 노는 걸 지켜보면서 흐뭇해하는 타입이라면,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트레 쿨이다. 내한 뒤풀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계자들과 특이한 한국 음식 이야기를 나누던 트레 쿨이 산낙지 얘기를 들었다. 그는 급격한 관심을 보였고 관계자들은 새벽에 인근 포장마차까지 뛰어가서 산낙지를 사와야 했다. 그는 기어다니는 산낙지를 칼로 잘라서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했지만 차마 먹지는 못했다. 그가 영화 <올드보이>를 봤다면 트레 쿨의 기행 목록에 또 하나의 사건이 추가되었으리라.

1998년 내한해 공연을 마친 메탈리카가 남대문시장을 찾은 모습.
지난 3월10일 전성기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파워풀한 공연을 선보이고 간 헤비메탈의 전설 아이언 메이든은 자신들의 로고가 박힌 전세기를 타고 세계를 누빈다. 보컬인 브루스 디킨슨은 심지어 그 비행기를 직접 몰기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출국할 때도 승객의 일정이 아닌 승무원의 그것에 맞춰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4시간 전 공항에 도착해 기장 옷과 기장 목걸이를 착용한 뒤 직접 비행기를 점검하는 브루스 디킨슨의 모습에서 전날 무대 위를 뛰고 날아다니던 ‘지상 최강의 생물’다운 위용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전세기이다 보니 당연히 항공권이고 뭐고 없을 터. 그들을 보려고 일본에서 날아온 팬들을 태우고 가기까지 했다. 비록 같은 날 터진 일본 대지진 탓에 나리타가 아닌 나고야에 착륙했고 심지어 공연도 취소됐지만, 선망하는 뮤지션이 모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영광을 누린 일본 팬들에겐 호사와 다마가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1998년 내한해 공연을 마친 메탈리카가 남대문시장을 찾은 모습.

악동 예상 뒤집고 남북문제 관심 갖기도

최근 내한한 아티스트들 중 가장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간 이는 슬래시다. 건스 앤 로지스의 기타리스트로서 1980년대의 대표적인 악동 캐릭터를 기대했건만, 입국부터 출국까지 그는 내내 신사의 모습을 보이고 갔다. 통상 공연팀이 내한할 때 가장 먼저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는 건 투어 매니저다. 국내 기획사와 만나서 일행을 통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래시는 트레이닝복 차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자신이 먼저 입국 게이트를 나왔다. 실크햇과 덥수룩한 머리를 트레이드마크로 하고 있으니 관계자가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할 터. “당신이 투어매니저냐”는 질문에 그는 쿨하게 “아임 슬래시”(I’m Slash)라 답하며 “남들이 나를 못 알아보게 하려는 목적을 달성했다”며 기뻐하기까지 했다.

일본 투어가 취소된 탓에 일주일간 한국에 머무르는 내내 그는 애초의 기대(?)를 저버렸다. 술·담배는커녕 호텔에 머무르며 하루 세 시간씩 운동을 하고, 다른 시간에는 가져온 미니 스튜디오 장비로 신곡 작업에 몰두했다. 공연 전날 비무장지대(DMZ)에 관광을 다녀온 게 사적인 일정의 전부였다. 그는 비무장지대에 대해 “그렇게 슬픈 공간을 어떻게 관광명소로 만들어놓을 수 있는지 마음이 아팠다”는 소감을 남겼다. 남북문제에 관심 갖기는 스팅도 마찬가지.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불안했던 당시, 그는 “내가 북한에서 공연하면 평화가 이뤄질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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