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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아닌 아저씨들의 장난감 ‘RC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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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장난 아닌 아저씨들의 장난감 ‘RC 헬기’
‘병동’과 ‘황량한 들판’을 헤매는 어른의 비행기술 익히기 어렵지만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들어 하늘 푸르고 들도 푸른 오월. 높고도 푸른 오월 하늘 올려다보며 아이들보다 더 들뜨는 어른들이 있다. 무선조종 헬기·비행기 날리는 재미에 중독된 ‘RC(Radio Control) 환자(마니아)’들이다. 바람 잔잔한 주말이면 이들은, 일주일 내내 애지중지 매만져온 헬기·비행기를 들고 ‘병동’(모형항공기 판매·수리 매장)과 ‘황량한 들판’(무선조종 항공기 비행장)을 헤맨다. “환자라도 좋아요. 빠져드니 세상에 이것보다 더 재밌는 게 없데요.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오던 꿈을 이뤘다고나 할까요.” ‘RC항공기’에 빠져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요즘 강변이나 해안 갯벌, 널찍한 논밭 등 시야가 확보되고 인적이 드문 빈터를 찾는다면 삼삼오오 모여 무선조종 헬기·비행기를 날리며 즐기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은 꿈을 또다른 방법으로 실현하는 이들이다. “어른이 되도록 쌓이기만 했던 스트레스 푸는 데 최고죠.”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던 욕구가 이제 풀리는 듯합니다.” “장난감놀이 같다고요? 고난도 비행기술이 장난이 아닙니다.” 성능 좋아지고 가격까지 낮아져 인기 폭발 마니아들이 한결같이 칭송해 마지않는 ‘RC항공기’는 리모컨으로 전파를 쏘아 모형 비행체를 작동시켜 갖가지 기술을 구사하며 즐기는 레저활동이다. 수천곳에 이르는 무선조종 항공기 인터넷 동호회가 각각 수백명에서 최대 2만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리고 활동중이고, 전국 200여개의 ‘RC 매장’들도 저마다 동호회를 만들어 성업중이다. RC 동호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건, 날리는 재미 말고도 배터리 성능 개선, 다양한 기종 출시, 가격대의 하향 안정 등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조종 주파수대의 안정으로 사고 위험성도 크게 줄었다. 2년 전까지도 주변 무선 비행기들이 서로 영향을 받는 72메가헤르츠 송수신기가 많았으나, 주파수 대역이 넓은 2.4기가헤르츠 송수신기로 바뀌면서 주파수 혼선으로 오작동할 위험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5월1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포동 옛 염전 터 갯벌 이른바 ‘포동 비행장’ 들머리(사진 아래). 무선조종 헬기 마니아 오원석(45·어학원 운영)씨가 차에서 날렵하고도 멋지게 생긴 전동 헬기 두대를 꺼냈다. 대만 제품인 ‘티렉스 600’(길이 130㎝가량)과 유일한 국산 헬기인 ‘빔 450’(길이 65㎝가량)이다. 장애물이 없는 평지에 ‘빔 450’ 전동 헬기를 내려놓은 그는 5m쯤 뒤로 떨어져 무선조종기의 ‘스로틀 스틱’을 천천히 밀어올렸다. 순간, 헬기 날개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천천히 기체가 떠올랐다. 떠오른 것도 잠시, 헬기는 순식간에 앞으로 날아가더니 곧바로 현란한 곡예비행을 펼치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씨는 원 그리기, 8자 비행, 수직으로 오르내리기, 배면비행에다 기체를 회전시키는 고난도 기술까지,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기교를 선보였다. 정확히 5m 앞 이륙한 자리에 헬기를 사뿐히 안착시킨 오씨가 말했다. “비행 원리나 기체, 부품 등이 실제 헬기와 거의 같습니다. 내 손으로 조립한 기체를 직접 조종해 하늘로 띄우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자동차·비행기·선박·헬기 등을 아우르는 RC 세계에서 ‘RC헬기’는 ‘무선조종 모형의 꽃’으로 불린다. 기술을 익히기 어렵지만, 한번 빠져들면 지루함을 느낄 틈 없이 몰두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RC자동차로 시작해, 비행기를 거쳐 헬기로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저마다의 재미가 있지만, 고난도의 기술을 발휘하며 느끼는 쾌감이 헬기를 만나면서 정점을 이룬다는 게 마니아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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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아닌 아저씨들의 장난감 ‘RC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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