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12 09:59
수정 : 2011.05.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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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 올려진 오페라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의 극적인 한 장면.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오레스트’를, 수전 그레이엄이 ‘이피게니에’를 맡아 열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작품은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으로 꼽히는 에우리피데스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이다. 독일 출신의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가 작곡해 1774년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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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2011년 4월 어느날.
오페라 극장에 갔다.
이놈의 지름 클릭질이 원흉이다.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듣기에 참 좋았다. 오페라에 나오는 노래라는데…. 하세월 검색놀이를 하다, 디시인사이드 클래식 갤러리로 직행. ‘옵훼라’를 사랑하는 갤러그들의 글을 보다 보니 딱히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다.
제목‘만’ 아는 오페라 표를 샀다. 가장 싼 C석 3만원. 좋은 데 앉아 보려면 20만원이 넘는다! 3시간이 넘는 공연이니까, 제일 꼭대기 뒷자리여도 뮤지컬보다는 좀 싼 편이라며 혼자 둘러댔다.
가기 전 볼 오페라 줄거리만 대충 훑어봤다. 좋은 노래들이 이어질 텐데, 줄거리 정도만 알고 가면 되겠지 했다.
옷 입는 데도 신경이 쓰인다. 멋을 낸 듯 안 낸 듯, 세련된 검정 원피스에 화려한 머플러와 명품 가방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검색질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정 블라우스 한 벌을 샀다. 오페라 보기는 역시나 만만찮다.
오페라가 시작했다. 이거 뭐임? 노래는 노랜데, 내가 듣던 그 노래가 아니다. 대사인가? 아닌가? 무대 위에 뜬 한글 자막을 보자니 무대가 안 보이고, 무대 보고 있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길다. 아니, 길게 느껴졌다. 10분이 지나니 꼿꼿하게 힘줘 세웠던 허리가 아파온다. 의자는 푹신하지만 앉아 있어도 앉아 있는 게 아니었다.
30분이나 흘렀을까? 갑자기 격하게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맞추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훗,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옆자리 리듬 맞추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헛발질을 하며 잠에서 깼다.
1시간30분이 지나고 찾아온 휴식시간. 그냥 집에 갈까? 표값이 아깝다. 아서라, 참자, 견디자. 아까 그 아주머니는 갔다. 다른 옆자리 사람도 없다. 영화를 볼 때 자리 한 줄을 통째로 사는 사회지도층 ‘주원’이 된 기분은 좋았다. 휴식 뒤 1시간30분, 박수 소리에 놀라 사이사이 깼을 때 외에 아무 기억이 없다는 것 빼고는.
내가 들었던 수면 유도용 음악 중 가장 강력했다. 앞자리 아저씨가 손수건을 꺼냈다. 코 푸나? 어라, 눈물을 훔친다. 나처럼 억울했나? 도대체 왜? 아무튼 그 아저씨에게는 오페라가 수면 유도용 음악은 아니었나 보다.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켜 나오며 드는 생각. 좀 편하게 다가설 수 없는 걸까?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 제공 (주)에이치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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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 마돈나’ 아니라 ‘프리마 돈나’
그랜드 오페라 | 19세기 프랑스의 오페라 양식 중 하나. 진지한 내용의 5막 오페라. 합창이나 발레가 등장하며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고, 극적인 효과를 주는 요소 등을 중시한다.
프리마 돈나 | 오페라의 기본이 되는 여성 배역의 명칭으로 주역 여성 가수를 일컫는다. 이탈리아어로 ‘제1의 여인’이란 뜻이다. 읽을 때는 ‘프리 마돈나’가 아니라 ‘프리마 돈나’가 맞다.
카스트라토 | 변성기가 되기 전 거세해 미성을 유지하며 여성의 역을 맡았던 남자 성악가. 19세기 들어 사라졌다. 영화 <파리넬리>의 주인공 파리넬리가 인기있는 카스트라토였던 카를로 브로스키다.
오페라 세리아 | 엄숙하고 비극적인 이탈리아 오페라. 정가극이라고도 한다. 중창이나 합창이 많지 않았고 독창이 대부분이었고, 화려한 기교를 중시했다.
오페라 하우스 | 오페라 등을 상연하기 위한 극장. 오페라 극장이라고 하면 된다. 세계 최초의 오페라 극장은 163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세워진 산카시아노극장이다. 오늘날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칼라극장, 오스트리아 빈의 국립오페라극장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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