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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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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아는 척 좀 해볼까…오페라 핵심 요점 정리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수천편의 오페라 공부도 마찬가지다. ‘오페라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을 감히 꺼내기도 어려울 만큼. 오페라 감상이 국가고시는 아니다. 그래서 대놓고 깨알같이 써내려가 본다. 오페라 커닝 페이퍼. 슬쩍 들춰본다고 뭐라 할 일 없으니, 두근대는 가슴은 접어두시길.
예상문제 1: 오페라=아리아? 정답: X
‘라 샤 키오 피안 가, 라 두 라 소르테’(La scia ch’io pian ga, la du ra sorte·울게 하소서, 내 슬픈 운명). 광고 속 배경음악과 영화 <파리넬리>의 주인공이 불러 우리 귀에 익은 ‘울게 하소서’(La scia ch’io pian ga)는 오페라 <리날도> 속 아리아다. ‘오페라의 꽃’으로 불리는 아리아는 오페라의 노래를 가리킨다. 하지만 극의 진행상 아리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아리아에는 주인공의 슬픔이나 기쁨, 그리움처럼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 담긴다. 그만큼 아리아의 내용은 단순한 경우가 많다. 무대 위 ‘분위기’만 파악해도 아리아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잠의 신’을 몰고 오는 대사도 노래도 아닌 부분의 정체는 뭘까? 바로 ‘레치타티보’(recitativo)다. 대사에 음을 입힌 부분이다. 대사 구실을 하므로 극 전개에서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자막을 입힌 오페라 디브이디나 공연을 접한다면 아리아 부분에서는 무대 위 가수의 연기와 열창에, 레치타티보 부분에서는 가사 내용을 눈여겨보는 ‘관람 전략’을 펼쳐볼 수도 있겠다.
웅장한 분위기의 무대가 펼쳐질 때면 등장하는 합창이나 중창 등은 초기 오페라가 진화하면서 더해진 요소이다. 발레곡, 관현악곡이 포함된 오페라 역시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발달했다. 태초부터 ‘종합예술’은 아니었다는 얘기. 이런 식으로 오페라와 다른 고전문화 장르는 영향을 주고받아왔다.
예상문제 2: 오페라=비극? 정답: △
오페라는 르네상스 시대 절정기에 고대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출발은 비극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따지자면, 예상문제의 정답은 ‘O’가 맞겠다. 그렇다면 <세비야의 이발사> 같은 재미있는 오페라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재미있는 오페라(희가극)는 비극적인 내용의 오페라 ‘막간극’에서 출발했다. 오페라가 생겨나고 발전하는 가운데 이를 즐기는 관객들 중 다수는 뜻밖에 귀족이 아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신흥 상인들이었다. 숱한 ‘오페라 중독자’와 ‘오페라 과부’(오페라 중독자를 남편으로 둔 사람)를 낳으며 오페라는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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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가극인 <오리 백작>은 ‘오리’라는 이름의 백작이 수녀로 변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에이치앰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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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문제 3: 오페라엔 오케스트라 연주가 흐른다? 정답: O
정답은 ‘O’다. 그런데 티브이나 사진 속 오페라 장면에는 오케스트라를 찾을 수 없다. 오페라 극장을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오케스트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무대 바로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pit·구덩이)에 자리잡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오페라 공연의 처음과 끝에 인사를 하기 때문. 혹시 중간에 들어가거나 나오게 됐다면 확인을 못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오케스트라 없는 오페라는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처박혀’ 있다시피 한 걸까? 처음부터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에 자리잡고 있진 않았다. 오페라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커다란 오페라 하우스들도 생겨나자 가수나 오케스트라에는 이에 맞는 큰 성량이 요구됐다. 오페라가 야외 무대에 올려지기 시작한 것도 하나의 출발점이 됐다.
이런 이유로 오케스트라의 규모 역시 자연스럽게 커지게 된 셈이다. 몸집이 불어난 오케스트라단이 무대 앞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등장인물의 노래나 무대 위 분위기에 집중하기 어려우므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당연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업수이 여길 일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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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마련된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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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문제 4: 세계 3대 오페라가 있다? 정답: X
‘세계 몇 대’라는 수식어는 아마도 국내에서나 통용되는 것 아닐까? 세계 3대 오페라가 있을 법하지만, 없다. 오페라가 생긴 이래 작곡된 작품 수는 2000편이 넘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전세계 오페라 극장에 올려지고 있는 작품 목록만 해도 500편 정도다. 3편의 오페라만 꼭 집어낸다면 서운해할 오페라가 얼마나 많다는 얘긴가?
그럼에도 굳이 ‘세계 몇 대’라는 수식어를 붙여 기억한 뒤 슬쩍 아는 척을 해보고 싶다면, 많은 유명한 오페라를 남긴 작곡가 정도를 꼽는 게 낫겠다. 이 역시 억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세계 몇 대’보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 한 편의 오페라’를 찾아 떠나보는 게 좋지 않을까?
글 이정연 기자<30FB>참고 도서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오페라 에센스 55>(박종호 지음), <오페라, 행복한 중독>(이용숙 지음), <청바지 입은 오페라>(문호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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