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26 13:19
수정 : 2011.05.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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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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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텔레비전 뛰쳐나와 인기 끄는 손병호·영의정 게임 해부해보니
“게살샥스핀, 게살샥스핀, 게살샥스~핀!”
이 제시어를 보고 뭔가 떠오르는 법칙이 있거나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글을 읽고 있다면, 요즘 유행을 타고 있는 ‘손병호 게임 2’를 아는 사람이다. 지난해 <한국방송>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 투게더’에서 처음 소개된 ‘손병호 게임 2’는 방송 처음부터 인기를 끌면서 지금은 프로그램의 고정 꼭지로 매주 소개되고 있다.
영화배우 손병호가 제안해 ‘손병호 게임 2’라고 이름을 붙인 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게임 참가자들이 순서대로 발음이 어려운 단어를 정해두고, 매번 단어를 한번씩 더 반복하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번째는 “전염병예방법”, 두번째로는 “전염병예방법, 전염병예방법”으로 늘려가면 된다. 장충동족발, 법학박사, 정삼흠완봉승 등 발음이 어려운 단어를 제시어로 쓴다. 발음이 틀리거나 꼬이면 벌칙을 받는다.
이 게임은 지난해 손병호씨가 제안한 ‘손병호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등장한 속편 격이다. 앞서 소개된 ‘손병호 게임’은 이른바 ‘이미지 게임’처럼 참가자들이 다섯 손가락을 편 채, 제시어를 따라 이에 해당하면 손가락을 접어가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 “안경 쓴 사람 (손가락) 접어!”라고 제시어를 말하는 것으로, 다섯 손가락을 먼저 접는 사람이 벌칙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손병호 게임은 술자리나 야유회 등에서도 응용해 즐기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김일규(31)씨는 “주로 술자리나 회식에서 텔레비전에서 본 적도 있고, 복잡한 설명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자주 하게 된다”며 “예전에도 비슷한 게임을 한 적이 있지만, ‘손병호 게임’이라고 이름을 붙여 놓으니 더 흥미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엔 기존 게임 패러디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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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쪽부터)<문화방송> ‘무한도전’의 한 장면,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서 영의정 게임을 하는 모습, <한국방송>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영화배우 손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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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게임을 ‘브랜드화’해서 소개하거나, 기존 게임에 규칙 등을 바꿔 이른바 ‘패러디’를 해 내놓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소개한 ‘가위바위보’ 게임도 기존의 가위바위보 게임의 심리전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게 규칙을 바꿨다. 무한도전 출연진과 가수 빅뱅이 출연한 ‘갱스 오브 서울’ 편에서 ‘무도파’와 ‘빅뱅파’로 팀을 나눠 각 팀의 ‘보스’에게 가위·바위·보 세 패를 모두 갖게 하고, 나머지 팀원에게는 하나의 패만 고르도록 해 서바이벌 게임을 진행했다.
최근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영의정 게임’이다. <한국방송> ‘개그 콘서트’의 ‘트렌드 쇼’에서 처음 소개한 이 게임은 술자리나 야유회 놀이로 많이 알려져 있는 ‘왕 게임’의 규칙을 바꿔 재미를 더했다. 패를 뽑아 왕을 정한 뒤, 참가자들이 왕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왕 게임’과 달리, ‘영의정 게임’은 왕의 지시에 반박하는 재미를 추가했다. 예를 들어 왕이 “1번과 3번이 뽀뽀를 해라”라고 지시하면, 영의정이 막아서고 “아니 되옵니다, 3번은 여자친구가 있사옵니다”라며 즉흥적으로 반론을 펼치는 식이다.
누리꾼들은 영의정 게임은 기존의 지루하고 식상한 게임을 뒤틀어 새롭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그 콘서트’의 ‘트렌드 쇼’를 진행하고 있는 개그맨 최효종씨는 “주변의 술집 등에서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소 게임 규칙을 바꿔 노는 것을 즐기는데,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관객들이 일상에서 따라할 수 있을 만한 ‘영의정 게임’을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는 지난 18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영의정 게임’ 하는 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직접 올리기도 했으며, 앞으로 ‘공공칠빵’, ‘이미지 게임’ 등 20~30대가 즐겨 하는 게임을 새롭게 바꾸는 개그 소재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져 온 게임들은 예전에도 있었다. 1970~80년대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유쾌한 청백전’이나 ‘일요 큰잔치’ 등 운동회처럼 주로 팀 대항으로 대결하고 경쟁하는 게임을, 회사 체육대회나 야유회 등에서 응용해 즐겨왔다. <한국방송>의 장수 프로그램이었던 ‘가족 오락관’에서도 남녀 팀 대항으로 ‘스피드 게임’과 ‘이구동성’ 등을 진행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팀 대항에서 개인 대 개인 대결 중심으로
최근 10년 사이에는 간단한 법칙으로 개인 대 개인이 대결하는 텔레비전 속 게임이 관심을 더 끌고 있다. 순서대로 숫자 가운데 3의 배수만 건너뛰면서 진행하는 ‘3·6·9 게임’과 박자에 맞춰서 끝말잇기를 하는 ‘쿵쿵따’, 일대일로 상대방을 당황케 하는 질문을 던지며 “당연하지”라고 답하면서 대결하는 ‘당연하지’ 게임 등을 보면 그렇다. 예전보다 게임 참가자가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극적인 요소도 더 늘어났다는 것이다.
과거와 다른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광일 한국레크리에이션협회 회장은 “외환위기(IMF) 뒤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주도로 행사나 여가를 즐기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직장에서도 팀별·부서별 모임이 늘어나는 등 개방적인 소모임이 늘어났다”며 “최근 들어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개인적인 놀이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텔레비전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놀이에 흥미를 느끼고 ‘모방심리’를 느끼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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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최효종.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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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맨 최효종’의 강추 게임
“뻘쭘해도 일단 따라해봐”
‘영의정 게임’ 창시자인 개그맨 최효종(사진)씨는 대학에서는 레크리에이션학을 전공했다. 는 지난 20일 최씨를 만나 술자리·야유회에서 즐길 만한 게임을 배웠다. 그가 추천한 게임은 모두 ‘게임 규칙 바꾸기’와 ‘심리전 극대화하기’가 핵심이었다. 그리고 덧붙인 한마디! “보기에는 영 ‘뻘쭘’하겠지만, 열심히 따라하다 보면 재미에 푹 빠질걸?”
◎ 동전넣기 진실게임 | 동전으로 예·아니오를 말한 뒤, 그 개수를 맞히는 진실게임. 음식점·술집 테이블에 있는 수저통을 엎는다 → 게임 참여자 모두 같은 동전을 준비 → 사회자가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면, 참가자들은 ‘예=앞면’, ‘아니오=뒷면’으로 답한 동전을 수저통 안에 밀어넣는다 → 참가자 모두 예 또는 아니오의 개수를 맞혀보고, 수저통을 들어 틀린 사람에게는 벌칙!
◎ 과일썰기 삼세판 | 스마트폰의 ‘과일썰기’(Fruit Ninja)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하는 게임. ‘과일썰기’ 게임을 켜고 참여자에게 모두 세번의 도전 기회를 준다 → 참여자가 한번씩 게임에 응한 뒤, 점수 결과에 따라 다음 회 도전 여부를 선택한다 → 세번씩 도전 끝나면 최종 결과를 비교해 진 사람에게는 벌칙!
◎ 미션 완료 노래방 | 긴장감 있는 노래방 회식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상사의 지나간 노래나 유행곡 상관없이 100점의 1등 지향주의를 버리고, 팀을 짜서 특정 점수(예를 들어 78점)에 가깝게 노래를 부르거나 노래방 점수 문구(연예인에 도전하세요, 가수왕입니다) 등이 나오도록 노래를 부른다. 역시 진 팀에는 벌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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