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16 10:39
수정 : 2011.06.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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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 코엑스 아쿠아리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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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사육사도 벌벌 떠는 수족관 블랙리스트
밝은 빛이 있으면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우기 마련이다. 수족관도 마찬가지다. 해맑게 뛰노는 열대어들 사이로 ‘공공의 적’인 무법자가 존재한다. 이들의 활약은 공포영화에서부터 슬래셔 무비의 주인공까지 넘나든다. 과연 이 주인공은 누굴까? 국내 3대 수족관의 사육사들은 “모든 동물은 다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진짜 무서운 놈’은? 상어? 땡! 예상밖에 바다거북·방어·곰치가 진정한 무법자라고 한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곰치(사진) 두 마리는 사육사들 사이에서 ‘전과 3범’으로 불린다. 톱니바퀴처럼 생긴 이빨로 먹이를 주러 온 사육사 3명을 가차 없이 깨물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곳 상어 수조 안에는 영화 속 공포의 대상이었던 상어를 제압하는 무리도 있다. 상어와 바다거북이 모여 사는 수조 속에 무리 지어 다니는 방어다. 오태엽 팀장은 “수조에 먹이를 던져주면, 먼저 방어 떼가 몰려들어 먹이를 해치우고, 남은 찌꺼기를 상어가 조심스레 와서 먹는다”고 말했다. 방어 패거리에 상어조차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부산 아쿠아리움으로 전입 온 ‘전기뱀장어’ 일화도 유명하다. 동물 교환 차원에서 들어온 전기뱀장어 두 마리가 부산 아쿠아리움의 전기뱀장어 한 마리를 물어 죽였다. 이 때문에 부산 아쿠아리움 수조 안에는 전기뱀장어가 독방 신세로 쓸쓸히 갇혀 있다.
63씨월드의 사육사 정근태 주임은 바다거북과의 ‘아찔한 추억’이 있다. 지난해 거북이 쇼를 준비하면서 그는 별주부전의 토끼 역을 맡았다. 토끼 분장을 한 그가 또다른 주연인 바다거북의 등을 붙잡고 헤엄을 쳐야 했다. “거북이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를 않거든요. 먹이를 줄 때도 다들 꺼리는데, 등에 올라타는 장면이었으니….” 사진촬영 공개 행사 날, 거북이에게 과감히 올라타지 못한 소심한 토끼는 결국 엄청난 구박을 받아야 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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