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16 11:10
수정 : 2011.06.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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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관람객들이 산호 수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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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2015년까지 ‘최대’ 기록 뒤집는 대형 수족관 줄줄이 개관
서기 2011년, 수족관 역사 30여년의 한반도에 ‘아쿠아리움 전쟁’의 기운이 감돈다. 63씨월드와 코엑스 아쿠아리움, 그리고 부산 아쿠아리움 등 수족관 ‘3대 천황’에 도전하는 신흥 세력들의 움직임이 서울에서부터 제주도에서까지 엿보이고 있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건립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수족관만 8곳. 특히 내년 7월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로 문을 여는 ‘아쿠아플라넷 제주’를 시작으로 ‘물 튀기는’ 수족관 춘추전국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족관의 ‘시조’는 63씨월드다. 서울 아시안게임도 열리기 전, 게다가 63빌딩 정식 개관 한해 전인 1985년부터 운영해 온 왕고참이다. 그 뒤로 2000년대 들어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부산 아쿠아리움이 등장하면서 본격 ‘3대 천황’의 시대가 열렸다. ㈜서울오션아쿠아리움이 운영하는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63씨월드(1000t)의 3배인 3000t의 수조량을 자랑하며 개관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잠시 기네스북 기록을 갖기도 했다. 이듬해 문을 연 부산 아쿠아리움(3500t)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수족관 사업체인 오세아니스 그룹이 390억원을 투자해 만든 곳으로, 부산 해운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또 지난해 대전 보문산 지하벙커를 개조해 만든 4000t 규모의 대전 아쿠아월드도 있지만, 아직 정식 개장을 하지 못했다.
수족관 삼국 시대 10년의 끝이 드러나고
3대 아쿠아리움이 수도권과 영호남 지역을 나눠 지켜오던 ‘10년 천하’도 마침내 끝이 보이고 있다. 내년부터 2015년까지 새로 문을 여는 전국의 수족관이 무려 8곳(표 참조)이나 되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급 규모도 여러 곳 있다. 수족관 사업 자체가 ‘국내 최대 규모’의 타이틀을 뺏고 빼앗기면서 발전하는 경쟁 구조이긴 하나, 앞으로 몇 년 동안 국내 최대의 수족관 타이틀은 분주하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곳은 내년 5월께 전남 여수 엑스포 박람회장 안에 들어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경영을 맡는 ‘아쿠아플라넷 여수’다. 6300t 규모로 부산 아쿠아리움의 1.8배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협조를 받아 국내 최초로 흰 고래·바이칼 물범·해룡 등 희귀 해양생물을 전시한다.
그러나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최대’ 타이틀은 반년도 채 못 갈 것으로 보인다. 제주 섭지코지에 짓고 있는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내년 7월 문을 열면, 1만700t 규모로 아시아 최대 규모인 일본 주라우미수족관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 국내 수족관 사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제주도의 유명 관광지와 맞물려 관람객을 많이 빼앗아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직 사업의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진 않았지만, 출정을 준비중인 수족관도 여럿 있다. 수도권에는 경기 판교새도시의 유스페이스몰에 디지털 아쿠아리움이 2012년 2월, 인천 송도 아쿠아리움은 2013년 상반기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들어서는 마천루 ‘랜드마크빌딩’ 안에도 미국의 수족관 전문기업인 에이티엠(ATM)이 제주 해양수산종합과학관보다 큰 수족관을 짓겠다고 나선 참이다. 경기 평택호 인근에 들어서는 관광단지 안에도 2015년을 목표로 2만5000t 규모의 세계 최대 수족관 건립 사업을 평택시가 추진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전략은 ‘개성 찾기’
수족관 열풍이 갑자기 불어닥친 이유는 뭘까. 소득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테마파크’ 사업의 해답으로 수족관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라는 게 많은 관광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고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가족 중심의 여가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수족관이 적당하다. 특히 넓은 땅과 시설 투자비가 많지만 잦은 안전사고에 시달리는 놀이동산보다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몰 등 접근성이 좋은 상업시설에 들어설 수 있는 수족관이 우리나라 환경에는 더 잘 맞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우후죽순’ 들어서는 수족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앞서 지난 20년 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새로 문을 여는 수족관이 늘면서 전국적으로 130여곳이 넘었던 일본의 경우, 최근 65곳까지 줄어들었다. 정부 소유라 세금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수익을 내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수족관 관계자는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아쿠아리움 사업을 보면 주변 관광과의 연계성을 따지지 않고 단순히 ‘큰 규모’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전시 콘텐츠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아쿠아리움이 늘어나면 수족관 열풍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도태되는 수족관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3대 천황 수족관들의 ‘개성 찾기’를 위한 노력도 분주하다. 최근에는 단순히 보여주기보다는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 아쿠아리움의 경우, 상어 수조 위에서 보트를 타고 가까이에서 상어를 보거나, 잠수복을 입고 직접 수조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63씨월드에서 운영하는 ‘행동수조’도 이런 사례다. 행동수조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펭귄을 만질 수 있고 관을 통해 돌아다니는 수달에게 먹이도 줄 수 있다.
수족관 자체를 문화 공간으로 꾸미기도 한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지난 10일 개관 10돌을 맞아서 수족관 안에서 관람객의 결혼식을 열기도 했다. 수조를 배경으로 식사도 하고, 피로연으로 아쿠아리스트가 수조 안에서 정어리 쇼를 벌이기도 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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