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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16 11:36 수정 : 2011.06.16 11:36

(사진 왼쪽부터) 쇠고기파이, 쇠꼬리아스픽, ‘브레드 앤 버터 푸딩’과 커스터드.

[매거진 esc]

로커 출신 셰프 제라르 모지니아크의 ‘록 앤 쿡’ 인생

지난 4일 인천 영종도 ‘락 코리아 미단시티 페스티벌’ 현장. 백발의 한 남자가 강한 비트의 록 음악에 맞춰 괴성을 지른다. 남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무대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마치 한참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느껴진다. 웬 프라이팬? 한참 샤우팅 창법에 온 힘을 쏟는 그가 들고 사는 게 프라이팬과 국자다. 록을 사랑하는 요리사, 그의 이름은 제라르 모지니아크(64·사진).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총주방장이다. 과거 록 가수였다는 경력 덕분에 록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그의 창작곡 ‘로큰롤 베이비’와 롤링스톤스의 ‘새티스팩션’이었다.

모지니아크는 22살이던 1971년 록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지금은 전설이 돼버린 록 밴드 롤링스톤스를 만나면서였다. 롤링스톤스는 당시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에 1년간 머물고 있었다. 모지니아크가 살던 이곳에 롤링스톤스는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마약 복용 등 루머를 피하려고 찾아왔다. 모지니아크는 롤링스톤스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의 눈에 띄었고 록 스타들의 주방에 입성해 요리를 담당했다. 그는 1년간 그들과 함께 살며 록 음악에 빠져들었고 음식을 나누며 친구가 되었다.

그가 롤링스톤스를 위해 만든 요리는 생강, 마늘, 허브와 올리브유가 많이 들어간 지중해식 음식이었다. 지중해가 가까운 남부 프랑스 요리의 특징이다. 복잡하고 화려한 대신 식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이탈리아 요리와 가깝다.

롤링스톤스 위해 남프랑스 요리에 영국식 가미

그의 요리는 롤링스톤스를 만나 영국식이 가미된 퓨전 프랑스 요리로 탈바꿈했다. 영국 록 스타들의 입맛 때문이었다. “키스 리처즈는 영국 요리를 정말 좋아했어요. 셰퍼드 파이(shepherd’s pie·다진 쇠고기와 채소 위에 으깬 감자나 치즈를 얹어 구운 일종의 파이로 영국의 대중 요리)는 자주 만들었어요.” 양고기스테이크나 바비큐, 샐러드 등도 자주 식탁에 올랐다. 쇠꼬리 국물에 젤라틴을 넣어 젤리를 만들고 캐러멜 크림 사이에 빵이 들어간 그만의 ‘브레드 앤 버터 푸딩’이 완성되었다. “영국인들은 쇠꼬리 국물을 특히 좋아해요. ‘브레드 앤 버터 푸딩’은 영국에서 오래된 음식입니다. 영국인들은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말하죠.” 그의 창작요리 ‘록 앤 쿡’은 이렇게 영국 요리를 독특하게 변주해 완성됐다. 한 접시에 3가지 이상의 맛을 담지 않는 것, 신선함을 유지하고 창의성이 돋보일 것, 잘 배합된 재료의 균형이 유지될 것 등이 특징이다.

록 스타들은 미식가는 아니었지만 배고픈 건 못 참았다. 모지니아크는 밤샘작업으로 허기진 그들을 위해 새벽 4시에도 벌떡 일어나 요리를 했다. 샌드위치와 홍차는 단골 야식메뉴였다. “믹 재거 팬이었기 때문에 귀찮기는커녕 큰 기쁨이었어요.” 그들이 살았던 빌라 넬코트에선 파티가 자주 열렸다. 최소 10명에서 40명까지 북적거렸다. 요리사 혼자 감당하기는 어려운 수였다. 록 스타들이 주방 보조로 나섰다. “존 레넌이 수프를 만들고 오노 요코가 요리를 했죠.” 그의 기억에는 잊을 수 없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28살을 맞은 믹 재거의 생일 파티에 샴페인 동 페리뇽이 등장했다. 평상시에는 맥주나 미국 위스키를 자주 마셨던 롤링스톤스는 동 페리뇽 100병을 마셔버렸다. 다음날 앞마당은 동 페리뇽 잔디구장으로 변했다. 두번째 추억은 눈썰미가 없는 클럽 도어맨 때문에 생겼다. 어느 날 그는 롤링스톤스와 함께 칸의 유명한 나이트클럽으로 춤을 추러 갔다. 클럽의 도어맨은 롤링스톤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입장을 막았다. 샴페인과 시바스 리갈 같은 비싼 술들을 잔뜩 선주문하자 그제야 매니저가 나와 알아보고 사과를 했다. 도어맨의 사과는 모두를 웃게 했다. “아! 비틀스 멤버를 못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롤링스톤스와 보낸 1년은 수줍은 젊은 요리사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곳에서 만난 존 레넌, 에릭 클랩턴, 폴 매카트니는 음악적 영감을 선사했다. “저도 롤링스톤스가 되고 싶었어요.” 그는 1972년 영국으로 건너가 밴드를 결성해 록 가수로 활동했다. ‘폴리스’와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만 10년을 채운 뒤 그는 다시 프라이팬을 잡았다. 80년대 초반에 꽃핀 누벨퀴진(1970년대 무거운 프랑스 전통요리에 반발해 등장한 요리법)이 그의 귀환에 한몫을 했다. 요리사의 창의력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트렌드가 마음에 들었다.

존 레넌이 수프 만들고 오노 요코는 요리하고

그가 오너 셰프로 문을 연 ‘라 그르누유’는 미슐랭 별 한 개를 받았다. 1992년 프랑스의 호텔 그룹인 아코르에 입사해 모나코, 이집트, 영국 등 전세계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 아코르 계열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 총주방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록 음악과 요리의 공통점은 열정과 창조성이라고 말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은 음악의 열기로 뜨거운 록 무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에게 록 음악은 요리를 창작하고 맛을 변주하는 붓이자 조각칼이다.

그는 한국의 국 요리와 바비큐 요리를 좋아한다. 매콤한 한국 요리를 좋아한다는 그는 라면도 잘 먹는다. “김치를 좋아하는데 찬 상태보다 뜨겁게 요리한 김치요리가 더 좋아요. 단팥이 들어간 빵도 맛있습니다.” 그는 곧 한국 요리법을 얹은 아름다운 맛의 변주곡을 만들 예정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제라르 모지니아크의 ‘록 앤 쿡’

쇠꼬리아스픽

재료: 쇠꼬리 1kg, 양파 100g, 케이퍼 100g, 마늘과 파슬리 20g, 소금과 후추 조금, 젤라틴 50g, 쇠꼬리 육수 1컵(150~200ml)

만들기: 1. 삶은 쇠꼬리를 작게 자른다. 2. 쇠꼬리와 다진 양파, 케이퍼, 파슬리, 마늘을 섞고 간을 한다. 3. 쇠꼬리 육수에 젤라틴을 넣어 녹인 뒤 식힌다. 쇠꼬리를 섞는다. 4. 틀에 부어 20분 정도 냉장고에 넣어둔다. 꺼낸 뒤 눌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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