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3 10:40
수정 : 2011.06.23 10:42
[웃긴 여행 울린 여행]
바르셀로나 가족여행 때 겪은 일이다. 성가족교회로 가다가 교통신호에 따라 정지선에 차를 세웠다. 스쿠터를 탄 사람이 우리 차 앞쪽을 가리키며 뭐라고 소리쳤다. 내려 보니 오른쪽 앞바퀴 바람이 절반쯤 빠져 있었다. 주차지역에 차를 세우고 예비 타이어와 공구를 찾아 꺼내는데, 남자 둘이 경찰 배지를 내보이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상황을 설명하자 안됐다는 표정으로, 일요일이라 모든 정비공장이 쉬지만 원하면 아는 정비공장을 소개해 주겠다고 한다. 고맙지만 직접 타이어를 바꾸겠다며 사양하자, 그들은 그러라며 “주변에 소매치기·사기꾼이 많으니 조심하라”며 돌아갔다. 그런데 그사이, 차 뒷자리에 뒀던 가방이 없어졌다. 지갑·휴대전화·MP3 플레이어를 넣어둔 가방인데, 모두 경찰 배지에 정신을 파는 동안 누가 들고 간 것이다. 타이어를 갈고 도난 신고를 하러 경찰서를 찾았다. 당한 일을 얘기하자, 경찰은 배지를 보여주며 “이게 진짜 배지고 당신이 본 건 가짜”라며, 스쿠터 탄 놈도 한패일 거고 그놈이 타이어를 훼손했을 거란다. ‘아! 이렇게 당하는구나!’ 경찰은 공장으로 따라가지 않은 것만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나서면서 자세히 보니, 경찰서 대기실엔 당황한 표정의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김희경/서울시 동대문구 용두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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