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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07 11:15 수정 : 2011.07.07 11:19

팔라완의 바다는 화려한 빛깔은 아니어도 이곳 사람들의 성품처럼 온화하다.

여행사진가 신미식, 필리핀의 마지막 미개척지 팔라완섬을 만나다

마닐라행 세부 퍼시픽 항공을 타고 도착한 필리핀. 2년 전 처음 필리핀 여행 때 태풍을 만나 피신 다니느라 여행다운 여행 한번 못한 탓에 이번 기대감은 컸다. 새벽 마닐라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항공편으로 팔라완섬으로 향했다. 섬이라지만 길이 425㎞, 너비 40여㎞의 길쭉한 땅덩어리다.

오전 10시 마닐라에서 출발해 1시간30분 만에 주도인 팔라완의 푸에르토프린세사에 도착했다. 공항은 작고 아담했다. 비행기에서 계단으로 내려와 공항을 가로질러 청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작은 공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이다. 공항을 나오기 전 현지인들이 조개 목걸이를 걸어준다. 공항을 빠져나오면 마치 시골 버스터미널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예약한 손님들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는 식구를 기다리는 사람들. 정감 가는 풍경이다.

공항을 나서도 정겨운 시골의 광경이 펼쳐진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트라이시클이 거리를 질주한다. 순박한 사람들의 인상은 여행자의 마음을 녹였다. 마치 오랜만에 찾은 고향처럼 지난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현지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재래시장 빼닮은 ‘뉴마켓’, 저렴한데다 바가지도 없어

팔라완의 아이들은 낯선 여행객에게도 보석 같은 미소를 보내준다.
여행을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은 현지 시장이다. 뉴마켓으로 불리는 ‘산호세 뉴 퍼블릭 마켓’을 찾아갔다. 뉴마켓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재래시장을 빼닮았다. 싱싱한 생선을 파는 어시장과 팔라완에서 나는 과일을 파는 과일시장, 그리고 마른 생선을 파는 건어물시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는 팔라완의 정서가 가득했다. 처음 만난 여행자에게 서슴없이 미소를 보내주는 사람들. 잘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 마치 문명이 비껴간 듯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한 정을 간직한 사람들이었다. 생선시장에는 커다란 참치가 있었다. 25㎏짜리 한 마리 통째로 우리 돈 10만원 정도면 살 수 있었다. 그것도 우리가 접하는 냉동 참치가 아닌 생물이라니…. 군침이 돌았다. 시장을 떠나면서도 참치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물가가 저렴한데다 도심과 달리 바가지요금이 없다는 것은 팔라완이 가진 큰 매력이다.

아름다운 바다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찾아간 곳은 지하강 국립공원(St. Paul Subterranean River National Park)이다. 2000여만년 전 생성된 세계에서 가장 길이가 긴, 무려 8.2㎞의 지하강으로 200년 전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주변으로는 원숭이 오솔길(Monkey Trail)과 정글 오솔길이 이어지고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이자 숲으로 통하는 나뭇길이 조성되어 있어 1971년 이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세계 7대 자연경관 후보에 올라 있다. 지하강에 가려면 사방비치가 있는 부두로 가야 한다. 선착장에서 방카선(좌우에 날개처럼 대나무를 매단 필리핀 전통 선박)을 타고 20분 정도 바다를 달리니 국립공원이 있는 작은 해안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도착해 해변은 방카선으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지하강에 가기 전에 정글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정글을 걷다 보면 마치 자연에 동화되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데 숲이 주는 신선한 공기 덕분에 머리가 맑아진다.

본격적인 지하강 탐험을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이 있는 동굴 입구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동굴 어귀 선착장에는 수몰나무들이 운치를 더한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 30분가량 기다린 끝에 동굴 내부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안전모와 조끼를 챙겨 입고 보트에 몸을 실었다. 보트 맨 앞에는 작은 서치라이트가 준비되어 있다. 맨 앞자리에 탄 사람이 서치라이트를 들고 방향을 잡아주고 구석구석 조명을 비춘다. 동굴 안쪽엔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선선한 공기가 차갑게 다가오고 천장에서는 쉴 새 없이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석회암 동굴과 대리석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밑으로는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

라이트를 비추면 후드득, 박쥐가 날아간다. 눈앞에서 날아가는 박쥐들의 모습도 신기하지만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박쥐 떼의 모습도 흥미롭다. 자연의 신비는 실로 놀랍고 오묘하다.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웅장한 자연 앞에서 잠시 시간을 돌려본다. 기나긴 세월 앞에 나는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 40분쯤 지하강 탐험을 마치고 나오니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눈이 부시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을 닮은 ‘산호세 뉴 퍼블릭 마켓’엔 바가지요금이 없었다.

땅밑 흐르는 태곳적 물결 보며 ‘인간 존재’ 곱씹다

팔라완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아마도 해양스포츠일 것이다. 무인도를 포함한 작은 섬들이 모여 있어 몇 개의 섬을 돌면서 스노클링이나 낚시, 해산물을 즐기는 호핑투어(Island Hopping Tour)를 하기엔 제격이다. 해양스포츠를 하다 보면 몸이 나른해지기 쉬운데 그럴 때는 야자나무 아래서 저렴한 비용으로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다. 팔라완의 바다는 세부나 보라카이처럼 화려한 색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이곳 사람들의 성품처럼 온화한 바다색을 띤다. 그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 바다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가 신비스럽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보면 작은 섬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팔라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광이다.

팔라완은 먹을거리가 풍부한 섬이다. 육지와 바다에서 나는 풍부한 농수산물 덕에 1년 내내 먹을거리가 넘쳐 난다. 해양스포츠를 마친 뒤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도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이튿날 찾아간 식당은 테이블과 라이브 밴드 무대 간에 거리감이 없어 마치 나만을 위해 연주를 해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팔라완섬은 그동안 세부나 보라카이에 가려져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요즘 조금씩 팔라완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필리핀 최후의 개척지, 원시해변, 생태계의 보고로 묘사되는 이곳을 만난 건 큰 행운이다. 아름다운 바다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아직은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의 삶의 현장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이곳이 천국처럼 느껴졌다. 낯선 여행자에게 보석 같은 미소를 보내준 아이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팔라완(필리핀)=글·사진 신미식/여행사진가

잘 고르면 왕복항공권 20만원 안쪽

팔라완까지는 국내에서 출발하는 직항편이 없다. 한국에서 필리핀 마닐라까지 간 뒤 마닐라에서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마닐라까지 가는 항공편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다양한 항공사에서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저렴한 항공은 필리핀의 저가항공인 세부 퍼시픽이다. 세부 퍼시픽은 2009년 6월1일부터 한국~필리핀 구간 전 노선에 저비용 항공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편도+편도 요금 결합으로 저렴한 항공요금을 산출해주고 때때로 깜짝 항공권 세일(Seat Sales) 등을 통해 유연한 항공요금을 선보이고 있다. 프로모션 행사 기간에는 왕복 항공편이 9만원 후반대까지 떨어진다. 다만 비즈니스석, 기내식 제공, 수하물 무료 운송 서비스는 없다. 마닐라에서 팔라완으로 이동하는 필리핀 국내선은 편도 3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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