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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07 11:19 수정 : 2011.07.07 11:19

웃긴 여행 울린 여행

남편의 홍시 사랑은 온 식구가 알아준다. 특히 속살이 탱탱한 대봉시를 더욱 좋아해서, 가을철 우리 집 쌀항아리는 쌀 대신 대봉시로 가득 찬다. 지난해 가을 강원도 여행 때 일이다.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고 가을 바다를 구경한 다음 정선으로 넘어와 레일바이크를 타고, 정선 5일장으로 마무리하는 빠듯한 일정이었다. 일정이 바뀌어 레일바이크 대신 정선 일주를 하게 됐다. 국도 따라 한 마을을 지날 때였다. 남편의 이성을 잃게 만든 것이 있었으니, 도로변 나무에 아름다운 빛깔로 주렁주렁 매달린 대봉시였다. 남편은 뭔가에 홀린 듯 나무 옆으로 차를 몰았다. 차를 세우며 선루프 창을 열더니 나에게 말했다. “올라가, 올라가, 올라가.” 나는 남편이 그렇게 빠르게 말할 수 있다는 걸 결혼 12년 만에 처음 알았다. 차 위로 머리를 내밀고 감을 향해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순간, 맞은편에 서 있던 감나무 주인인 듯한 할아버지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뻗은 손은 그대로 둔 채(마치 바람 쐬러 몸을 내밀었다는 듯이), 거의 복화술 수준으로 빠르게 속삭였다. “출발해, 출발해, 출발해.” 나는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정선 산골의 차가운 바람을 얼굴로 만끽(?)하며 줄행랑을 쳐야 했다.

김혜진/서울시 강서구 방화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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