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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14 10:35 수정 : 2011.07.14 11:09

스페이스 간담브이.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1980년대 로봇스타 4대 천왕, ‘한국 로봇캐릭터의 미래’ 난상토론 벌이다

수소문 끝에 가까스로 모았다. 화려한 은막에서 내려와 이미 추억 속에 터 잡은 네 분의 변신로봇.

끝 모를 인기로 섭외 요청이 밀려 있는 건담이나 로보트 태권브이와 달리 이들을 찾는 팬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충성도는 최고다. 웹 세상과 중고 장난감 거래소에서 이들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변신로봇의 르네상스기였던 1980년대를 주름잡던 김청기 사단의 우뢰매(25)와 스페이스 간담브이(28), 일본 슈퍼 전대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의 로봇 후뢰시킹(22), 그리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어린이들의 뜨거운 눈길을 한 몸에 받았던 킹라이온(30)이 좌담회 자리에 나왔다. 영화 홍보로 눈코 뜰 새 없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옵티머스 프라임(27)이 흔쾌히! 사회를 맡았다.

옵티머스 프라임(이하 프라임) 나는 옵티머스 프라임이다. 우주의 모든 독자들에게 전한다. 꼭 기억하라. 우리가 여기 있노라고.

우뢰매 어이, 트럭 양반. 지금 연극하시나? 로봇들 소개부터 해야지. 말버릇하고는!

프라임 영어부터 배워서 존댓말 잘 모른다. 다들 요즘 지구를 안 지키니 시간 많겠지만, 하여튼 와줘서 고맙다. 오늘 좌담회 주제는 ‘한국 로봇 캐릭터의 나아갈 길’이다. 자기소개 하고 얘기해봐라. 지구 로봇들.

스페이스 간담브이(이하 간담브이) 저 오만한 친구 보게. 왕년에 나도 당신 못잖았어. 1983년 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눈빛 반짝거리던 애들 모습이 아직도 선해. 시그마별 외계인에 맞서 전투기와 발 달린 전투기, 직립 로봇 3단으로 변하면 아주 그냥 난리가 났었어. 뽀빠이과학에서 나온 내 완구도 불티났고.


후뢰시킹 아노, 전 일본 출신이라 아직 칸코쿠고(한국어) 좀 서투르므니다. 간담브이 상, 그래 봤자 일본 만화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 나오는 로봇또(로봇) 발키리의 표절 작품 아니오므니까? 뭐니뭐니 해도 로봇또의 정통은 스파센타이(슈퍼전대)의 영웅 저이지요. 쫄쫄이 5총사에 로봇또 인형의 명품 액션 연기.

우뢰매 왜 이렇게 듣기 거북한 거야. 내 소개, 굳이 필요한가? 난 80년대 어린이들의 우상. 심형래의 에스퍼맨 헬멧, 에스퍼건과 함께 나는 어린이날 선물로 최고였지. 독수리로 변신하는 모습이 일본 만화 <닌자전사 토비카게>에 나오는 봉뢰응을 베꼈다는 얘기, 나도 수없이 들어서 알아. 그래도 10년 넘게 꾸준히 인기를 모으며 나왔던 우뢰매 시리즈를 보면, 표절이 아니고 ‘변주’ 정도로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소?

프라임 워워. 싸우지 마라. 멍청한 지구 로봇들. 한국 로봇물이 일본 영향을 받았다는 건, 우리 오토봇의 고향 사이버트론에까지 다 알려진 얘기다. 그런데 너희 지구 로봇들은 변신이 영 어설프다.

킹라이온 글쎄, 오토봇들보다는 예전 캐릭터들이 인간과의 교감은 더 뛰어났지. 내가 일본(백수왕 고라이온)·미국(볼트론)·한국(킹라이온)에서 골고루 인기를 모은 걸 보라구. 내가 80년대 글로발 스타였어. 이 얼굴에 흐르는 황금빛 도도함! 일단 강렬하잖아. 한국 문방구에서 워낙 오래 활동하다 보니 후뢰시킹처럼 말이 어눌하지도 않고.

후뢰시킹 잘났스므니다. 고라이온 상 인기는 인정합니다. 팔다리 몸통까지 다섯개 모으는 게 칸코쿠 어린이 상들의 꿈이었다 들었스므니다.

간담브이 난 아니지만, 솔직히 그때 로봇들 변신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그래도 어린이들이 열광했던 건 뭐니뭐니해도 로봇과 동일시하는 데서 오는 쾌감이 컸을 거야. 우주를 날고, 적을 무찌르고, 다들 광선빔 정도는 쐈잖아?

1, 2. 우뢰매는 독수리로 변신한다. 3, 4. 킹라이온의 빨간색<30FB>초록색 2, 3호기는 양팔로 합체된다.
우뢰매 메뚜기같이 생겨서 말은 참 잘하네.(워워) 80년대에는 문화 통제도 한몫했지. 담긴 이야기는 심오하지만 폭력성이 높았던 건담 등은 접할 기회가 없었잖아. 어린이 문화가 척박하니 로봇을 향한 열망이 더 증폭한 거지. 일본과 함께 우리나라의 로봇 만화가 다양한 점이 이를 말해주잖아.

킹라이온 그래도 한국 특유의 캐릭터가 없다는 점은 좀 안타깝네. 특히 변신로봇의 경우 창작 아이디어가 많이 모자란 거 같아. 이 친구(옵티머스 프라임)가 어깨에 힘주고 영화관을 헤집고 다니는 걸 보면 기분이 좀 찜찜하기도 하고.

프라임 또 멍청한 소리들 하는군. 나는 원래 한·미·일 동맹으로 태어났다. 일본 다카라와 미국 해즈브로가 함께 만든 완구를 미국에서 만화로 만든 거다. 만화영화를 만든 사람은 한국인이다.

후뢰시킹 아노, 그렇다면 칸코쿠도 콘텐츠만 있었다면 나 후뢰시킹 같은 만화 가능했겠스므니까?

간담브이 우리 같은 과도기의 작품 뒤에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다면 좋았겠지. 그래도 대중성 높은 우리 선배 ‘로보트 태권브이’의 복원작업도 쉽지 않은 걸 보면 한마디로 정의하긴 힘든 것 같네.

킹라이온 그렇지. 팬들의 추억을 창조로 이끄는 게 중요한 거겠지.

프라임 좋은 얘기 지구로봇이 다 하는구나. 다시 나 옵티머스 프라임이 전한다. 우리 로봇의 과거가 항상 기억되도록 애써야 한다. 그 기억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거다.

우뢰매 에휴. 저 연극 대사 또 시작이네. 근데 지구 지킬 로봇은 줄기차게 나오는데, 왜 지구 평화는 이렇게 안 지켜진다니?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30FB>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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