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21 11:11
수정 : 2011.07.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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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구시로 습원. 느린 속도로 달리며 생태를 관찰하는 ‘노롯코 열차’를 타거나 에코 트레킹, 카누 트레킹 등으로 습원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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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 습원…람사르습지·국립공원의 주인은 새
“간혹 곰도 나와 있고, 두루미도 볼 수 있습니다. 잘 찾아보세요.” ‘구시로 습원’ 생태관찰 전용열차인 ‘노롯코 열차’(사진)의 해설사가 차창 밖 호수 주변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구시로 습원은 홋카이도 동남부, 태평양에 접한 항구도시 구시로에서 내륙 쪽으로 펼쳐진 2만6861㏊에 이르는 광대한 평원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일본 최대의 습지로 수많은 호수와 하천들이 습지 생태계 보물창고를 이루고 있다. 1980년 이 가운데 7863㏊가 국제 습지 보전조약인 람사르 협약에 등록됐다.
구시로에서 열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숲과 호수들을 가로지르는 여행 코스가 있고, 차량으로 이동하며 전망대에 올라 습원을 관찰하거나, 습원의 일부를 걸어서 둘러보는 탐방로도 마련돼 있다. 태평양에 접한 구시로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열차노선 센모혼센을 따라 도로역까지 가며 습원을 관찰하는 노롯코 열차를 탔다.
노롯코 열차는 기존 열차 내부를 개조해 좌석을 창가를 향해 배치하고, 승객들이 편하게 동식물 관찰을 하도록 천천히 운행하는 4량짜리 관광열차다. 차창이 넓은데다 열 수도 있어 쾌적한 분위기에서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전개되는 초록 평원을 감상할 수 있다. 구시로역에서 도로역까지 1시간30분을 달리는 동안, 승객들은 사진기와 쌍안경을 목에 걸고 앉아 각자 준비한 ‘에키벤’(열차도시락)을 먹는다.
해설사는 “옛날 습원의 넓이는 9만㏊였지만, 개발과 토지 이용 등으로 지금은 1만8000㏊만 습원으로 보전되고 있다”며 “사슴·두루미·고니·오리를 비롯한 2000여종의 동식물이 산다”고 말했다. 구시로 습원 지역은 본디 5000년 전에는 바다였으나, 물이 빠지며 해안선이 물러나, 3000년 전쯤 현재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습원의 개발과 보전을 놓고 의견 대립이 계속돼 오다,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15년 전 현 상태로 보전하게 됐다.
도로역에서 내려 관광버스로 갈아타고 습원을 달렸다. 마을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초록 평원의 연속이다. 크고 작은 호수들에선 새떼들의 비상이 이어졌다. 해설사는 “오가는 차량도 적어, 사람보다는 야생동물들을 더 많이 만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도로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도로 호수는 구시로 습원의 최대 호수. 호숫가에 마련된 사루보 전망대는 도로 호수로 날아든 다양한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전망대다. 해넘이도 아름답다고 한다. 도로 호수 북쪽의 시라루토로 호수엔 두루미·고니 등이 많이 살아, 탐조가들이 자주 찾는다.
구시로 습원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구시로습원역 부근에 있는 호소오카 전망대다. 광대한 습원과 습원을 관통해 흐르는 구시로강, 멀리 북부의 아칸산맥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구시로(홋카이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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