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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물’을 만나러 타이 치앙마이 코끼리자연공원으로 여행 온 박종욱(11·왼쪽)군과 석다영(14·가운데)·석채원(12)양. 2살배기 아기 아시아코끼리인 ‘창 임’에게 푹 빠졌다. 창 임에게 먹이를 주고 쓰다듬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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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코끼리 트릴리가 착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행복한 편지
맛있다, 맛있어. 우리는 유기농 과일과 채소, 그리고 공원에 난 풀들을 먹고 살아. 나 말고도 4마리의 수코끼리와 2마리의 아기 코끼리, 31마리의 암코끼리가 이곳에 살아. 우리가 반나절 동안 먹는 호박은 7~8t, 바나나는 2t이나 돼. 가까운 시장에서 사오는 것들이야. 우리는 맛 좋고 건강에도 좋은 밥을 먹고, 농민들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지. 나한테 맛있는 호박을 던져주는 한국 친구들을 이렇게 여럿 만나기는 처음인데. 한두 명 정도는 자원봉사를 하러 온 친구들이 있었지만, 여행자는 처음이야. 이름이 뭐니? 상민이랑 종욱이? 발음하기가 좀 어렵다. 나랑 빨리 놀고 싶다고? 조금만 기다려줘. 낯은 많이 가리지 않지만, 서로 한 걸음씩 다가서자고. 냠냠, 우리만 너무 먹어댔다. 아침 일찍 나서느라 배가 많이 고프지? 이곳에서는 채식 위주의 맛있는 타이 음식 뷔페가 점심, 저녁마다 차려지니까 맛있게 먹도록 해.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쯧쯧, 풀이랑 과일이 얼마나 맛있는데. 정 그렇다면 닭고기가 들어간 채소 볶음이 있으니까 빼놓지 말고 먹으라고. 배불리 먹었으면, 어서 날 따라와. 강에 목욕하러 갈 시간이야. 자, 바가지 하나씩 챙겨. 내 덩치에 손으로 물을 끼얹으면 간지러울 뿐이야. 아, 시원하다. 고마워, 고마워. 귀 뒤도 좀…. 너희 말고도, 어린아기들이 많이 있네. 역시나 노란 머리 아기들이 오늘도 많구나. 이곳에 오는 10명 중 9명은 저런 모양의 인간이거든. 잠…깐만, 방귀 좀 뀌고. 인간들은 방귀 트는 게 큰일이라지만, 우리는 식이섬유가 많이 든 풀을 뜯어먹으니 트고 말고 할 것도 없어. 코 안 막아도 돼! 냄새는 너네 것보다 훨씬 덜한데 뭘.
인기 스타 소개해줄게. 아기 코끼리 창 임(Chang Yim·웃는 코끼리라는 뜻의 타이어)이야. 이 녀석은 2살이야. 얼마 전 생일이었어. 우리들의 평균 수명과 자라는 속도는 너희들과 비슷해. 창 임은 너희보다 덩치는 4배 정도 되지만, 아직 한참 어린 녀석인 거지. 암코끼리는 15살 안팎이면 엄마가 될 수 있고. 창 임을 보면, 나도 아이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해. 하지만 이제 늦었지. 나는 17명의 주인을 겪어봤어. 원래 벌목 현장에서 나무를 날랐는데, 어느 날 큰 통나무가 오른쪽 뒷다리와 엉덩이를 덮쳤지. 덩치가 커서 약값도 많이 들어가니, 주인은 날 그냥 내버려뒀어. 절름발이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단다. 그러고 나서 난 다시 여행자들을 등에 지고 내 고향인 숲을 구경시켜주는 일을 시작했어. 내 등에 탄 여행자들은 환호성을 질렀어. 나는 엉덩이와 다리가 다시 내려앉을 것처럼 아팠지만, 사람들은 울부짖음을 들으면서도 웃어댔지. 인간들은 그런 트레킹을 하면서 환경 여행(에코 투어)을 했다고 말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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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우리랑 공원 산책 어때? 3시간 동안이나 걸어야 하니, 채비 단단히 하고. 자 이제 걸어볼까? 공원 곳곳에는 이제 막 들어온 친구들이 사람들과 교감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교실, 아픈 친구들은 위한 병원 등이 있어. 우리 말고도 말과 버펄로와 소들이 함께 살고 있기도 하지. 코끼리 병원도 근처 람빵이라는 곳에 있어. 쁘리차 푸앙꿈(62) 할아버지가 만든 곳이야. 미얀마와 타이 국경에는 지뢰가 많아. 미얀마 난민들의 탈출을 막으려고 심어놓은 건데, 인간들도 다치지만 우리 친구들도 많이 다쳐. 코끼리 병원은 지뢰에 심하게 다친 친구들이 가는 곳이지. 고마운 소식이 하나 있던데. 너희 한국 친구들이 우리를 보호하자며 모금을 했다며…. 고마워, 정말. 지구에 살아가는 우리를 비롯한 수많은 다른 동식물 친구들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설명할 수 없어. 아니, 너희들이 못 알아듣고 있는지도 모르지. 앞으로도, 우리를 아껴줄 수 있는 여행을 떠나기 바랄게. 우리가 없다면, 너희가 여행을 떠날 이유도 점차 줄어들지 몰라. 찾아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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