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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8 12:33 수정 : 2011.07.28 12:47

매콤한 고추장 육수에 물가자미·오징어·개볼·해삼 등 7~8가지 해물이 들어가는 속초 ‘봉포머구리집’의 물회.

물회·가자미회국수·성게알비빔밥…무더위 날리는 동해안 여름별미

‘여름철 휴가지’ 설문조사 때마다 1위에 오르는, 국내 대표적인 피서지 동해안. 아무리 멋진 경치도 신나는 물놀이도 입맛 떨어지면 끝이다. 입맛이 살아야 휴가 분위기도 산다. 강원 동해안 쪽으로 휴가지를 잡았다면, 꼭 들러 맛볼 만한 음식들을 소개한다. 교통 체증도, 인파 스트레스도, 무더위도 한그릇에 날려보내는, 속 시원해지는 동해안 여름 별식들이다.

물회는 어부들이 뱃일 틈틈이, 잡히는 대로 막 썰고 비벼, 물에 말아 훌훌 들이켜며 먹던 데서 유래한 별식이다. 동해안 지역에선 고추장을, 남해안이나 제주 지역에선 주로 된장을 써서 맛을 낸다. 어부들 별식이 대중화되면서, 맛은 한결 얼큰해지고 달콤새콤해졌다. 동해안엔 물회마을(물회촌·물회골목)이 여러 곳에 형성돼 있다. 포항의 북항, 죽도시장 등이 대표적인 물회촌(또는 물회골목). 강원 동해안에도 고성 가진항, 속초 중앙동 일대, 강릉 사천항(사천진리) 등에 물회식당들이 몰려 있다.

고성 가진항의 ‘광범이네 횟집’(033-682-3665). 20년 넘게 소문난 물회 맛을 이어가는 집이다. 주재료는 물가자미와 오징어·해삼. 매일 아침 문암·오호리, 공현진 등 포구에서 직접 입찰받아와 쓴다. 고추장 육수에 잘게 썬 물가자미·오징어회를 버무려 넣고, 채썬 오이·배, 그리고 고명처럼 해삼을 썰어 올린 뒤 얼음을 띄워 낸다. 깨·설탕이 듬뿍 들어가고, 청양고추가 곁들여져 단맛·매운맛이 강한데,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로 차가운 국물이 이를 상쇄시켜 준다. 회를 먹고 소면을 말아 먹는다. 물회 1만원. 09시~22시 영업. 첫째·셋째 월요일 쉼. 가진항 활어센터 등 주변 10여곳 물회 집들도 비슷한 맛의 물회를 낸다. 가진해수욕장의 부부횟집도 많이 알려진 물회식당이다.

고성 교암리 바닷가 정자 천학정.
속초 중앙동에선 30여년간 가자미물회를 다뤄온 ‘송도물회’(033-633-4727)가 이름난 집. 요즘엔 속초시청 앞 골목의 ‘봉포머구리집’(033-631-2021)이 뜨고 있다. 5년밖에 안 된 이 식당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싱싱한 재료다. 주인 이광조(52)씨는 30년 경력의 잠수부다. 날만 좋으면 거의 매일 아침 아야진 앞바다로 나가 수심 30m 안팎의 바닷속을 뒤져 비단멍게와 해삼·성게·문어 등을 잡아 낸다. 이 집 해삼모둠물회엔 물가자미·오징어 등 횟감 외에 이씨가 건져온 멍게·해삼·개불·성게 등 7~8가지가 들어간다. 여기에 부추·상추 등 채소가 듬뿍 곁들여진다. 단맛은 매실액과 사과즙 등으로 낸다. 물회 1만2000원. 09시~21시 영업. 연중무휴.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문을 닫는다.

입안 얼얼한 가자미물회 한그릇이면 더위 끝
강릉 사천항(사천진리항)은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양미리·도루묵으로 이름난 작은 포구. 2~3년 전까지 여느 포구처럼 일반 횟집들만 모여 있던 이곳이 최근 2년 사이 물회식당 밀집 포구로 급부상했다. 가자미·오징어 물회와 미역국 백반을 주로 내던 20년 경력의 ‘장안횟집’(033-644-1136)이 물회촌 형성의 원동력이 된 식당이다. 허름했던 집을 헐고 지난해 새 건물을 지었다. 물회 형식은 비슷한데, 미역국과 공깃밥이 따라 나온다. 1만2000원. 09시~20시 영업. 매달 셋째 월요일 쉼.

동해안 바닷가 음식 중에 놓칠 수 없는 것으로 성게알 요리가 있다. 성게의 ‘알’(알집, 암·수컷의 생식소)이 재료다. 단백질·비타민·철분이 풍부한데다, 부드럽고 고소해 건강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성게는 일본으로 수출돼 어민들에게 짭짤한 소득을 안겨준 해산물. 값싼 중국산 성게가 끼어들어 수출길이 막히자, 이젠 과잉 번식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성게는 불가사리와 함께 바다 밑 해조류를 모조리 먹어치워 ‘해양 백화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성게 요리를 자주 즐긴다면, 해양환경 개선에도 기여하게 되는 셈이다. 둥근성게·붉은성게·북쪽말똥성게·보라성게 등이 주로 요리에 쓰인다. 동해안 횟집들에선 성게의 알을 물회에 곁들이거나, 비빔밥·미역국에 넣어 먹는다.

강릉 사천항 ‘돌고래횟집’ 성게알비빔밥.
강릉 사천항 뒷불해수욕장의 ‘돌고래횟집’(033-644-1237)은 최근 떠오른 성게알 요리 전문점. 20년 횟집 경력의 김경중(55)씨가 4년 전부터 성게 요리를 차림에 올려 단골손님들을 확보하고 있다. 주변 해역에서 많이 나오는 둥근성게(주민들은 보라성게라고 부른다)의 노란 알을 재료로 비빔밥·물회·미역국 등을 차려 낸다. 성게알비빔밥은 밥에 양념고추장과 들기름, 채썬 오이·무, 김가루를 곁들이고, 갓 잡은 성게의 싱싱한 알을 듬뿍 얹어 낸다. 부드러운 알집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성게모둠물회엔 성게알과 가자미·오징어·멍게 등 4~5가지 해산물이 들어간다. 고추장을 푼 동치미 육수에 오이·사과·무·당근 등을 채썰어 곁들인다. 성게비빔밥·성게미역국 1만원, 성게모둠물회 1만5000원. 09시~20시 영업.


백화현상 주범 성게, 많이 먹을수록 환경에 이바지
속초시청 앞 ‘봉포머구리집’에서도 성게알밥·성게미역국 등 성게(북쪽말똥성게·둥근성게) 요리를 낸다. 콩나물 등 채소 위에 성게알을 듬뿍 얹어 김가루·깨를 곁들이고 밥은 따로 내 비벼 먹게 한다. 미역국이 따라 나온다. 성게알밥 1만원, 성게미역국 8000원. 멍게비빔밥도 한다. 1만원. 성게알은 냉장하면 흐물흐물 풀어진다. 눈맛·입맛 다 즐거우려면 싱싱한 성게를 만나야 한다. 주문 전에 냉동 여부 확인 필수.

가자미회국수는 고추장에 버무린 채소와 물가자미회에 소면을 비벼 먹는 단순한 조합. 단맛과 씹는 맛이 일품인 가자미회의 아기자기한 맛과 탄력있는 소면, 알큰한 고추장 맛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속초 ‘속초회국수’의 가자미회국수.
속초 ‘속초회국수’(033-635-2732)는 34년 경력의 이름난 회국수집이다. 주인 최정자(68)씨는 남편과 중앙동 수협 앞에서 15년, 속초공설운동장 앞으로 옮겨 18년 동안 가자미회국수집을 운영해 왔다. 2년 전 남편 작고 뒤 1년간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속초여고 들머리에서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배·겨자채·해초와 물가자미회·소면을 집에서 담근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낸다. 가자미회가 다소 적게 들어가지만, 맛은 깔끔하다. 반찬은 열무김치 한가지. 뜨거운 멸치 육수가 따라 나온다. 7000원. 매주 월요일 쉼.

구수하고 시원한 메밀국수도 있다. 흔히 춘천 막국수를 떠올리지만, 강원 동해안에도 수십년씩 내공을 쌓아온 식당들이 수두룩하다. 양양 현남면 입암리, 강현면 장산리, 고성 거진읍 산북리 등 막국수마을도 여러 곳이다. 동해안 메밀국수집들은 대개 메밀에 전분을 적게 섞은 부드러운 면에, 김가루와 깨를 듬뿍 뿌려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방식이다. 순메밀의 향과 맛을 좋아하는 이들의 취향은 아니나, 나름대로 갈고닦아온 맛으로 문턱이 닳은 집들이다. 양양 장산리 ‘실로암메밀국수’(033-671-5547, 매주 수요일 쉼), 입암리 ‘입암메밀타운’(033-671-7447, 매달 둘째 주 화요일 쉼), 삼척 등봉동 ‘부일막국수’(033-572-1277, 매달 첫째·셋째 주 화요일 쉼), 고성 산북리 ‘산북막국수’(033-682-1733) 등이 그런 곳이다.

알아둘 점. 유명세를 타는 식당들은 휴가철, 특히 주말 점심엔 자리가 없다. 점심시간은 피하는 게 좋다.

동해안=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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