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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고추장 육수에 물가자미·오징어·개볼·해삼 등 7~8가지 해물이 들어가는 속초 ‘봉포머구리집’의 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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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가자미회국수·성게알비빔밥…무더위 날리는 동해안 여름별미
‘여름철 휴가지’ 설문조사 때마다 1위에 오르는, 국내 대표적인 피서지 동해안. 아무리 멋진 경치도 신나는 물놀이도 입맛 떨어지면 끝이다. 입맛이 살아야 휴가 분위기도 산다. 강원 동해안 쪽으로 휴가지를 잡았다면, 꼭 들러 맛볼 만한 음식들을 소개한다. 교통 체증도, 인파 스트레스도, 무더위도 한그릇에 날려보내는, 속 시원해지는 동해안 여름 별식들이다. 물회는 어부들이 뱃일 틈틈이, 잡히는 대로 막 썰고 비벼, 물에 말아 훌훌 들이켜며 먹던 데서 유래한 별식이다. 동해안 지역에선 고추장을, 남해안이나 제주 지역에선 주로 된장을 써서 맛을 낸다. 어부들 별식이 대중화되면서, 맛은 한결 얼큰해지고 달콤새콤해졌다. 동해안엔 물회마을(물회촌·물회골목)이 여러 곳에 형성돼 있다. 포항의 북항, 죽도시장 등이 대표적인 물회촌(또는 물회골목). 강원 동해안에도 고성 가진항, 속초 중앙동 일대, 강릉 사천항(사천진리) 등에 물회식당들이 몰려 있다. 고성 가진항의 ‘광범이네 횟집’(033-682-3665). 20년 넘게 소문난 물회 맛을 이어가는 집이다. 주재료는 물가자미와 오징어·해삼. 매일 아침 문암·오호리, 공현진 등 포구에서 직접 입찰받아와 쓴다. 고추장 육수에 잘게 썬 물가자미·오징어회를 버무려 넣고, 채썬 오이·배, 그리고 고명처럼 해삼을 썰어 올린 뒤 얼음을 띄워 낸다. 깨·설탕이 듬뿍 들어가고, 청양고추가 곁들여져 단맛·매운맛이 강한데,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로 차가운 국물이 이를 상쇄시켜 준다. 회를 먹고 소면을 말아 먹는다. 물회 1만원. 09시~22시 영업. 첫째·셋째 월요일 쉼. 가진항 활어센터 등 주변 10여곳 물회 집들도 비슷한 맛의 물회를 낸다. 가진해수욕장의 부부횟집도 많이 알려진 물회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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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교암리 바닷가 정자 천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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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사천항(사천진리항)은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양미리·도루묵으로 이름난 작은 포구. 2~3년 전까지 여느 포구처럼 일반 횟집들만 모여 있던 이곳이 최근 2년 사이 물회식당 밀집 포구로 급부상했다. 가자미·오징어 물회와 미역국 백반을 주로 내던 20년 경력의 ‘장안횟집’(033-644-1136)이 물회촌 형성의 원동력이 된 식당이다. 허름했던 집을 헐고 지난해 새 건물을 지었다. 물회 형식은 비슷한데, 미역국과 공깃밥이 따라 나온다. 1만2000원. 09시~20시 영업. 매달 셋째 월요일 쉼. 동해안 바닷가 음식 중에 놓칠 수 없는 것으로 성게알 요리가 있다. 성게의 ‘알’(알집, 암·수컷의 생식소)이 재료다. 단백질·비타민·철분이 풍부한데다, 부드럽고 고소해 건강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성게는 일본으로 수출돼 어민들에게 짭짤한 소득을 안겨준 해산물. 값싼 중국산 성게가 끼어들어 수출길이 막히자, 이젠 과잉 번식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성게는 불가사리와 함께 바다 밑 해조류를 모조리 먹어치워 ‘해양 백화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성게 요리를 자주 즐긴다면, 해양환경 개선에도 기여하게 되는 셈이다. 둥근성게·붉은성게·북쪽말똥성게·보라성게 등이 주로 요리에 쓰인다. 동해안 횟집들에선 성게의 알을 물회에 곁들이거나, 비빔밥·미역국에 넣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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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사천항 ‘돌고래횟집’ 성게알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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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현상 주범 성게, 많이 먹을수록 환경에 이바지
속초시청 앞 ‘봉포머구리집’에서도 성게알밥·성게미역국 등 성게(북쪽말똥성게·둥근성게) 요리를 낸다. 콩나물 등 채소 위에 성게알을 듬뿍 얹어 김가루·깨를 곁들이고 밥은 따로 내 비벼 먹게 한다. 미역국이 따라 나온다. 성게알밥 1만원, 성게미역국 8000원. 멍게비빔밥도 한다. 1만원. 성게알은 냉장하면 흐물흐물 풀어진다. 눈맛·입맛 다 즐거우려면 싱싱한 성게를 만나야 한다. 주문 전에 냉동 여부 확인 필수. 가자미회국수는 고추장에 버무린 채소와 물가자미회에 소면을 비벼 먹는 단순한 조합. 단맛과 씹는 맛이 일품인 가자미회의 아기자기한 맛과 탄력있는 소면, 알큰한 고추장 맛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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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속초회국수’의 가자미회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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