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04 11:20
수정 : 2011.08.0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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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장기면 산학리 영평사 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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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영평사 ‘사찰음식 만들기 템플스테이’
“와, 저 꽃 예쁘다. 엄마, 스님이 꽃도 하나 따오랬지?”
7월30일 오후, 충남 공주시 장기면 산학리 영평사 연밭(사진).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최서희(10·충북 청주시 가경동)양은 엄마(김영숙·34) 아빠(최범진·39·회사원)를 졸라 큼직한 백련 한 송이를 꺾고 연잎도 한 장 땄다. 행사 진행 팀장이 연잎밥 만들기 체험에 쓸 연잎과 연꽃을 두세 장씩 채취해 오라는 임무를 줬기 때문이다. 최씨 가족과 참가자들은 작은 우산만한 연잎을 머리에 쓰고 절 마당으로 돌아왔다.
이날 영평사 ‘사찰음식 만들기 템플스테이’(1박2일) 참가자는 12가족 40여명. 이들은 앞서 12시에 영평사에 각자 도착해, 점심공양 뒤 법당에서 사찰예절을 배우고(습의), 108배를 올린 다음 음식 만들기 체험에 나선 참이다. 이날 만들어볼 음식은 연잎밥 두부, 그리고 대나무 황토 감자구이. 난생처음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는 최씨는 “휴가 때 뭘 할까 고민하다, 아이들이 흥미있어하는 ‘사찰음식 체험 템플스테이’를 골랐다”며 “절 문화도 배우고, 이색 음식 만들기도 체험해 1석2조 효과를 거두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씨 가족은 따온 연잎을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에 데친 뒤, 공양간(식당)에 둘러앉아 흰쌀·검은쌀·조·기장·은행·밤 등을 연잎에 쌌다. 강호석 템플스테이 팀장이 설명했다. “연잎은 살균 효과가 있어 옛날부터 스님들이 연잎에 밥을 싸가지고 다녔어요. 일종의 천연 도시락이죠.”
수초 줄기로 연잎을 맵시있게 묶어 연잎밥을 완성한 최씨 가족은, 된장·간장·고추장 항아리 수십개가 도열한 장독대 옆 가마솥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최씨를 비롯한 남녀 참가자들은 진행자의 도움을 받아,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연잎밥을 쪘다. 한쪽에선 콩을 삶고 믹서기에 갈아 삼베 보자기로 거르고 끓였다. 간수를 뿌려 순두부가 만들어지는 순간 환호성을 올린 건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서로 힘을 모은 엄마·아빠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인기를 끈 체험은 감자에 황토를 덧씌워 대나무통에 집어넣고 장작불에 구워 내는 ‘대나무 황토 감자구이’였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달려들어 고사리 손으로 감자와 황토를 버무리며 즐거워했다.
최씨 부부를 감동시킨 것은 잠들기 전에 진행된 유서 쓰기 체험. 30분 뒤 자신이 죽을 것을 가정하고 유서를 쓰면서 최씨 부부는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참 행복인지 등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다음날 발우공양과 차담 뒤엔 108염주 만들기, 구절초·죽염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가장 좋았던 체험으로 서희는 황토감자구이를, 동생 정희(8)는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을 꼽았다. 최씨 부부는 “근엄하게만 여겨졌던 사찰에서 아이들과 웃고 뛰놀며 재미있는 체험행사를 즐겨 이색적이었다”며 “우리 부부가 삶의 가치와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영평사(공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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