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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여행 울린 여행
“나만 두고 다 가고.” 그녀는 이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리스본 공항에는 친정 동생을 이국땅에 두고 떠나는 친정 언니들의 마음을 아는지 비가 내렸다. 우리 일행을 안내해서 스페인에서 모로코로 그리고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열흘가량 함께했던 그녀. 어린 시절 스페인으로 와 스무일곱해를 사는 동안, 살면 살수록 고국에 대한 그리움도 커졌다고 했다. 스페인 남편과, 영화배우보다 잘생겼다는 아들도 그녀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나 보다. 2년 전부터 한국인 관광객 안내를 하면서 어느 정도 그리움을 풀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오랜 해외생활로 어색해진 한국어 표현 때문에 도리어 우리를 즐겁게 했다. 차창 밖에 펼쳐지는 논을 보고 ‘논’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못해 ‘쌀밭’이라고 했고, 파티마에서는 “오체투지를 하려면 무릎에 ‘안대’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라나다에선 “‘닭고기 넓적다리 튀김’을 맛있게 드시라”는 말에 순간 우리가 식인종이 된 듯한 느낌도 받았지만, 우린 그 누구도 소리 내어 웃지 않았다. 대신 눈시울을 붉혔다. 옥임씨는 그렇게 고국 사람들과 만나고 있었다. 작별의 손을 흔드는 그녀 양손엔 일행이 아껴 먹고 남긴 고추장·깻잎 등속이 든 비닐봉지가 매달려 있었다.김두남/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푸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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