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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1 14:21 수정 : 2011.08.11 14:21

차카염호 소금 광산 적치장에 쌓인 거대한 소금산들. 청나라 강희제 후 이곳 소금은 내륙의 필수품이었다. 청염이라고도 한다.

사진가 이상엽이 바라본 중국 칭하이성 차카염호의 풍경

얼마 전 중국에서 소금 파동이 있었다. 사재기가 흔한 중국에서도 소금이 파동의 주인공이 된 것은 의외였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해수염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게다가 방사능 피폭에 소금이 좋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전혀 검증된 바 없지만 삽시간에 시중 소금은 바닥났다.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해수염 생산이 줄어도 내륙의 암염이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발표했다. 사실 해수염 위주로 소비하는 우리에게 암염은 낯설다. 내륙의 분지에서 광물처럼 생산되는 암염은 전세계 소금 생산량의 60% 이상이고 유럽과 미국, 중국은 암염을 주로 소비한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칭하이성 차이다무 분지에서 그 대부분을 생산하며 매장량은 알 길이 없을 정도로 많다. 칭하이성 오지의 가장 오래된 소금 광산에 가봤다. 3000여년 전부터 유목민들 사이에서 채굴됐고 청나라 강희제 때 본격적으로 소금이 생산된 차카염호이다.

예전에 소금을 나르던 협궤열차는 이제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차카염호 밑바닥은 거대한 암염지대이다.

바닷물 갇혀 호수 됐네…티베트·몽골에는 성스러운 바다

칭하이성의 성도 시닝을 출발해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인 칭하이(청해)호를 끼고 서쪽으로 향했다. 사실 칭하이호도 염호지만 주변의 모든 강이 유입되는 관계로 염분 농도는 낮다. 아주 오래전 지각변동으로 바닷물이 갇혀 호수가 된 칭하이호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일 뿐 아니라 지역 원주민인 티베트인과 몽골인의 성스러운 ‘바다’이기도 하다. 호수를 따라 315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정말 바다다. 수평선 너머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망망대해처럼 보인다. 국도는 칭하이호 서쪽 흑마하에서 109번 국도로 바뀐다. 차카염호가 있는 차이다무 분지로 가는 것이다. 드넓은 초원을 지나면 슬슬 고도가 높아진다. 4451m 상피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산병이 온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숨은 가쁘다. 그렇게 3시간을 달리면 ‘하이시(海西) 몽골족 티베트족 자치주’에 들어선다. 드디어 멀리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호숫물은 우유를 탄 듯 하얗다. 하얀 소금 결정이 둥둥 떠다니는 차카염호다.

차카염호가 있는 차이다무 분지는 알툰산과 쿤룬산 사이, 동서 800㎞, 남북 350㎞에 걸쳐 있으며 평균 고도가 3000m를 넘는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분지이기도 하다. 차이다무 분지는 원래 하나의 거대한 호수였다. 티베트 고원의 영향으로 강우량이 감소하면서 현재의 거대한 분지를 형성하면서 곳곳에 염호를 남겼다. 차이다무 분지 중앙에 위치한 차카염호는 우란현 차카진에 위치한다. 도착해 보니 중국 100대 풍경 중 ‘34대 절경’이라지만 겨우 별 3개짜리 국가 관리 유적으로 지정돼 있다. 게다가 도심의 풍경으론 실망이 몰려올까 걱정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호텔 방은 이미 만원이다.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 관광객은 보이지 않는다. 들어보니 일반 관광객이 아닌 카메라를 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여름에 맞춰 몰려든다고 한다.


차카염호 호숫가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고도가 3200m로 숨이 가쁘다. 한여름의 풍경이 순간 눈 내린 겨울로 바뀐다. 주변이 온통 흰색이다. 하얼빈 빙등제처럼 하얀 조각상들이 곳곳에 서 있다. 다만 눈이 아닌 하얀 소금으로 만든 것들이다. 오래전 소금을 날랐을 법한 협궤열차가 호수를 가로지른다. 지금은 사람들을 태우는 관광열차다. 최첨단의 고가 디지털카메라를 든 아마추어 사진가들 사이에 껴 열차에 오른다. 선로 양쪽에 거대하게 펼쳐진 호수는 물이 아닌 소금으로 가득 차 있다. 말이 호수이지 수백만년 동안 증발한 소금이 바위가 되어 호수 아래 평균 5m, 깊은 곳은 10m까지 차 있다. 그 바위를 깨서 실어 올리는 채굴선이 호수를 오간다. 배가 정박하는 곳에는 산처럼 소금이 쌓여 있다. 이 암염을 가까이서 보니 주먹만한 수정이다. 하지만 혀에 대보면 영락없는 소금이다. 수정염뿐 아니라 모양과 결정의 강도에 따라 진주염, 산호염, 설화염 등으로 불린다. 어떤 것들은 먹기보다 장식용으로 더 어울릴 것 같다.

산처럼 쌓인 소금, 자세히 보니 주먹만한 수정

차카염호는 청나라 건륭제 28년(1763년)에 본격 채굴을 시작했다. 240년 동안 중국 서부에 소금을 공급하던 중요한 생산지였다. <본초강목>과 같은 의학서와 소설 <홍루몽>에 등장하는 ‘청염’은 차카염호에서 생산된 소금이다. 수정 같은 암염이 푸른색을 띠는 까닭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암염은 청염이라고 하는데, 성질이 차고 맛은 짜고 독이 없다. 명치가 아픈 것을 멎게 하고, 신장을 도우며, 정기를 더해주고 온갖 혈병을 없앤다. 특히 치아 통증엔 청염 2냥과 천초 4냥을 달인 물로 함께 볶아 가루를 내어 이를 문지르고 따뜻한 물로 양치해 뱉어내면 좋다. 그 물로 눈을 씻으면 더욱 좋다”고 했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암염을 주워 모았다. 주머니가 불룩해지자 이곳까지 고생하며 온 보람이 조금 느껴진다. 마치 호탄의 강가에서 옥을 주운 느낌이랄까.

소금 나르던 협궤 선로를 따라 호수 건너까지 갈 수 있다. 소금 광산이 퇴락하자 대신 관광객이 드나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카염호의 현실적인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곳은 퇴락한 느낌이다. 과거 암염이 많이 소비될 때와 달리 중국 동부 연안에서 해수염이 대규모로 도시에 공급되면서 쇠락해간 것이다. 한때 당 간부들의 휴양지로 이름이 높았으나 지금은 병원과 고급 초대소가 있을 법한 건물이 텅 비어 버렸다. 차카진은 산업의 형태를 바꿨다. 관광업을 주역으로 바꾼 것이다. 중앙 정부의 힘을 빌려 예술가를 모아 조형물을 만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 전역에서 큰 카메라를 메고 풍광을 찍으러 오는 사진가들이 차카염호 변에서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누른 것이다. 하지만 이 불편한 풍경이 성공하리라 예상할 수는 없다. 고원의 소금 광산을 기대한 이들에게 뜬금없는 거대 소금 조각상들은 무척이나 낯선 풍경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소금 광산이 생산하는 청염이 차라리 특산품이고 세계적인 특산 암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여행객은 부수적인 소득이다. 하지만 어쩌랴. 저 먼 티베트 고원의 소금 광산마저 타자의 신기한 풍물로 전락하는 오늘의 신자유주의를 탓할 것인가? 이 먼 칭하이성의 소금이 필자의 사진으로 매상을 높일 리 없으니 한가한 태클일 수 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여전히 오지를 드나드는 카메라맨 여행객의 아쉬운 푸념이다.

■ 칭하이 여행쪽지

고산병 대비약은 비아그라

차카염호까지 가는 길은 멀다. 오지를 단박에 가는 것은 오만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베이징이나 시안(서안)행 비행기를 타고 중국 국내선으로 칭하이성 시닝까지 간다. 시닝에서 자동차를 렌트하거나 차카진까지 버스를 이용한다. 약 350km. 도로 사정을 고려한다면 6시간 정도 걸린다.

염호까지 가는 길에 칭하이(청해)호를 볼 수 있다. 바이칼 호수처럼 아기자기하진 않지만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푸른 호수다. 그 주변에 핀 유채꽃은 덤이다.

칭하이성은 계절에 상관없이 고원이라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 계절의 온도에서 15도 정도를 빼면 된다. 고원의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염두에 둔다면 여름에도 보온재킷을 준비해야 한다. 또 하나는 고산병. 특별한 약이 없어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제가 본래의 목적인 협심증제로 활용된다. 병원에서 고산병 대처제로 처방될 수 있다.

칭하이성 별미를 찾는다면 유채꿀이다. 거대한 유채밭에서 카놀라유 다음으로 생산되는 것이 꿀이다. 꽃밭 근처에서 꿀벌 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약간의 거래를 통해 1kg당 50위안에 살 수 있다. 천연꿀이고 향기가 강하다. 지역 후이족(회족)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인 ‘난’을 찍어 먹으면 간식으로 그만이다.

칭하이(중국)=글·사진 이상엽/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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