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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8 11:14 수정 : 2011.08.18 11:14

[매거진 esc] 웃긴 여행 울린 여행

안나푸르나 트레킹 때 한 마을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큰일을 보러 화장실에 들렀고, 허리에 찼던 카메라를 생각없이 그냥 두고 나왔던 것이다. 눈앞이 캄캄했다. 되돌아가 찾아보고 주변을 뒤지고, 로지 주인에게 얘기도 해봤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장기간 함께 여행할 동반자를 잃어버린 것이다. 홀로 중국에서 런던까지 육로로만 가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사진에 담겠다고 필름도 60통이나 샀던 터다. 기억해야 할 대상을 보는 즉시 상실할 것만 같은 생각이 앞섰고, 그건 거의 공포 수준이었다. 가져간 법정 스님의 <무소유> 문고판을 닳도록 읽으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면서 사진 대신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여행 중반부터 스케치를 시작했다. 식당 주인이 자신의 딸을 그려 달라 해서 그려주고 밥을 얻어먹은 경우도 생겼다. 그림 그리는 사이 내 주위에는 사람들이 몰렸고 가르침을 준 이도 많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보고 느낀 점도 많았다. 그림 덕에 내 여행은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스케치북은 없지만 그때 만났던 풍경과 얼굴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이창원/경기도 부천시 원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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