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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8 11:24 수정 : 2011.08.19 14:01

하비인월드 1층에 전시해 놓은 건담 프라모델.

국가대표 마니아들 총출동…국내 최초의 취미박물관 ‘하비인월드’ 톺아보기

지난 5월 일본 시즈오카에서 ‘하비쇼’(Hobby Show)가 열렸다. 세계적인 모터쇼에서 신차를 발표하듯 하비쇼에서는 내로라하는 프라모델, 모형, 무선조종(RC) 자동차 제작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았다. 올해로 50회를 맞은 시즈오카 하비쇼는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꿈의 공간’으로 일컬어진다.

한국판 ‘시즈오카 하비쇼’를 기대하게 하는 국내 최초의 상설 취미박물관이 지난달 22일 문을 열었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안에 문을 연 ‘하비인월드’가 바로 그곳. 이곳에는 30~40대의 추억이 담긴 건담 등 로봇과 피규어, 디오라마(실제 풍경을 모형으로 꾸민 작품), 그리고 각종 인형,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무선조종 경기장을 갖췄다.

는 취미 활동에 잔뼈가 굵은 각 분야의 마니아 4명으로 ‘하비인월드 평가단’을 꾸렸다. 평가단은 지난 13일 하비인월드 현장을 둘러보고 마니아 문화에 얼마나 이바지할지 가능성을 점쳤다. 유승식(50, 회계사·프라모델 전문잡지 <모델러 2000> 전 편집장)씨, 김문규(51, 전 디오라마 월드 대표·디오라마 전문 잡지 <암스&모델스> 전 발행인)씨, 장민성(39, 번역가·프라모델 전문 블로그 ‘자쿠러의 건담 뒷마당’ 운영자)씨, 채대식(35, 용산RC 과장·무선조종자동차 선수)씨가 참석했다. 가혹한 비평이 있을 경우 반론을 펴기 위해 엄윤성 하비인월드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취미 마니아들은 하비인월드에 후한 점수 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취미활동에 인색한 우리나라에 이 정도 규모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진일보라는 평가였다.

여성 관람객을 위해 2층에 전시해 놓은 앤틱 비스크 인형.
김문규(이하 김) 우선 무척 기쁘다. 디오라마 경력만 30년인데, 잘 꾸몄다 아니다를 떠나 이런 근사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가 좋다. 다만 디오라마는 만들기 힘들 뿐만 아니라 구도·이야깃거리가 중요한데 작품 질도 상당히 높아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장민성(이하 장) 처음엔 서울대공원에 이런 공간이 생겼다고 해서 이미지가 맞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건물 규모도 크고 보기 편하게 전시돼 있어 좋다. 다만 문을 연 지 한달밖에 안 돼 ‘헤비유저 마니아’ 입장에서는 성에 안 차는 부분도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모형을 접할 공간이 없었는데, 가족 단위 체험장이 생겼다는 건 디지털 세대에게도 모형의 맛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

유승식(이하 유) 모형이라는 게 실제로 인간 생활의 기본 아닌가. 나도 모형 탱크를 만들지만 예전에는 정밀한 것을 정말 많이 따졌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밀한 게 싫더라. 모형을 즐기는 문화도 너무 수준 높은 쪽으로 갈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여러 사람이 해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려면 전시 작품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작품 수를 많이 늘리는 게 중요하다.

평가단에 참여한 유승식, 김문규, 장민성, 채대식씨(사진 왼쪽부터).


마니아 문화 발전이라는 점에서 ‘뭉클’

3층에 자리한 무선조종 경기장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물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채대식(이하 채) 사실 하비인월드에 꾸민 무선조종 공간은 그리 넉넉하지는 못하다. 휑하다는 느낌도 들고. 하지만 전문가들의 눈높이에 맞추기보다는 처음 입문하는 단계의 관람객으로부터 흥미를 확 끌 수 있도록 공간을 꾸며야 할 것 같다. 유지·보수 비용이 덜 드는 무선조종 자동차를 구비해두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

엄윤성(이하 엄) 처음 이 공간을 접하고는 반신반의하거나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작품 만드는 이들이 직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남들은 장난감이라고 헐뜯지만 자신한텐 소중한 작품이라는 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를, 마니아들은 좋아한다.

작품마다 설명이 굉장히 부족한 것 같다. 모형에서 관람객들이 흥미있게 보는 건 제작기나 배경 설명이다. 그동안 일반 전시를 보면 그런 점이 굉장히 부족해 아쉬웠다.

맞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잘 설명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작품마다 큐아르(QR) 코드를 붙여 설명을 볼 수 있게 하려 한다. 태블릿피시를 들고 다니면서 모형 설명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3층에 전시해 둔 무선조종 비행기.

무선조종 즐길 공간, 충실한 설명은 ‘미흡’

대화가 깊어지며 마니아 문화의 저변을 넓힐 방안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취미도 없이 일만 하는 한국 성인, 이보다 더 불쌍하게 어릴 때부터 취미를 가져보지 못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걱정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오덕 문화’라고 부르는 애니메이션·모형·무선조종 등의 취미에 대한 이해도는 예전보다 늘어났지만 사람들이 안 즐긴다. 돈 없고, 시간 없는 게 큰 이유다. 초·중학생도 아동용 취미에서 벗어나면 모든 시간을 학원에 다 바친다. 하비 없는 한국 사람 그동안 불행했던 게 아니겠나.

사실 196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온 프라모델은 산업사회에 맞던 취미다. 게임·컴퓨터 난무하는 정보사회에서 애들한테 이런 취미를 끌어들이기 굉장히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런 공간에서 윗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무선조종 한 지 20년째다. 사실 이 취미는 예전에는 진짜 잘사는 애들만 하던 거다. 비쌌으니까. 20년 사이에 물가가 10배 넘게 뛰었다면 지금 무선조종은 오히려 싸졌다. 오래전에는 내가 만들어서 내가 조종한다는 데 희열을 느꼈지만, 지금은 컴퓨터에서 게임으로 충족하니 아쉽다. 사실 무선조종의 과학적 원리도 충분히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취미가 명맥을 유지하도록 해달라!

“정곡을 찔렀다”며 폭소가 어우러졌다. 그러고 나서도 이들의 담화는 길고 길게 이어졌고 끝날 줄 몰랐다.

과천=글·사진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알아두면 재미나요 아빠·아이 함께 즐기는 놀이공간

하비인월드는? | 엄윤성 대표의 ㈜이비즈런이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안에 만든 국내 최초의 취미 전용 박물관이다. 이곳은 서울시로부터 옛 아이티(IT)월드를 2014년 8월 말까지 3년 동안 임대 허가 받아 만들어졌다. 지하 1층, 지상 3층 중 지상 3개층의 전시 공간 안에 개인·동호회 등에서 제공한 프라모델, 디오라마, 밀리터리 모형, 캐릭터 인형, 테디베어, 무선조종(RC) 경기장 등 모두 2000여점의 전시물이 있다.

가는 길 |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대공원주차장 입구(옛 IT월드, 과천시 막계동 산118-3)로 들어가면 된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2·3번 출구로 나와 동물원 입구 쪽으로 들어가도 된다. 주말·공휴일에는 도로에 차가 범람하므로 여유 시간을 두고 오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관람정보 | 오전 9시30분 개관~오후 7시30분 폐관.(하절기는 밤 9시30분까지 개장, 폐관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입장료는 어른 1만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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