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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1 16:16 수정 : 2011.09.01 16:16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국회의원 299명뿐만 아니라, 이들을 돕는 다양한 사람들까지 수천명이 모여 있는 ‘국회 마을’ 안에는 많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뒷이야기가 넘쳐난다. 국회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36년 세월을 지나면서 국회 안 건물과 얽힌 사연들도 많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국회 뒷이야기를 안주 삼아 산책에 나서보는 것도 국회 즐기기의 재미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김성환 기자

땅속 와인 100년 세월 기다리는데…

국회 정문을 들어서면 좌우를 지키고 있는 해태 두 마리를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이 해태상은 1975년 국회의사당이 문을 열 당시, 해태제과가 3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준공 기념으로 기증한 조형물이다. 광화문을 지키고 있는 해태상보다 1.5배 크다. ‘시비곡직을 가릴 줄 아는 영수(똑똑한 짐승)’로 알려진 해태가 의회 민주정치의 상징이 되길 바라는 취지로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해태상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해태상 밑 깊숙이 와인이 봉인돼 있다는 것. 국회 관계자나 와인업계에는 두루 알려진 사실로, 해태제과(현 ㈜크라운·해태제과)가 1976년 발간한 <해태30년사>에 자세히 나와 있다. 당시 해태제과는 “해태주조㈜의 생산제품인 노블와인 백포도주를 해태상 기초 아래에 36병씩 72병을 묻어 넣었다”고 밝히고 있다. 해태상 자리에 10m 정도 땅을 판 뒤, 그 안을 석회로 둘러싸고 특제 항아리를 넣어 백포도주를 한 병 한 병씩 석회로 감싸 항아리 안에 넣고 봉했다는 것이다. 백포도주를 묻은 이유에 대해 해태제과는 “해태가 예로부터 화기를 쫓는 호신상이고 백포도주는 화기를 삼킨다는 고사에 따라, 모처럼 순수한 우리 기술진만으로 설립된 의사당을 영구히 보전한다는 뜻에서 백포도주를 묻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100년 뒤인 2075년에 와인을 개봉하기로 했다는데, 과연 맛은 어떨는지?

국회 동물원 추억 속으로 사라졌고

국회 안에 동물원이 있었다는 이야기, 들어는 봤나? 1993년 국회가 일반인에게 개방되면서 당시 국회사무처는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국회 후생관 근처(현 국회 식물원과 어린이집 사이 부지)에 작은 동물원을 세웠다. 이 동물원의 최고 스타는 ‘꽃사슴 3마리’. 꽃사슴을 제외하고는 오골계, 토종닭, 흰긴꼬리닭, 당닭, 투계, 인도공작, 백공작, 거위, 꿩, 미국원앙새, 공작비둘기 등 10여 종류의 조류가 대부분이었다. 모두 16종 67마리가 있던 이곳은 ‘미니 동물원’으로 불리며 방문객들에게 소소한 볼거리를 안겨주며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국회 미니 동물원은 2005년 문을 닫았다. 국회사무처 시설과 관계자는 “당시 국회 부지에 어린이집을 세우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전국적으로 조류독감이 돌면서 전문 인력이 없어 효율적인 관리가 힘든 동물원을 폐쇄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회를 떠난 동물원 식구들은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이사했다.


동물원 폐쇄에는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도 한몫했다. 우원식 전 의원(열린우리당)이 2005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사무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국회 동물원 예산이 2003년 1437만원, 2004년 1625만원에 이르렀고 2005년 9월까지 805만원의 예산이 드는 등 낭비가 많고, 더구나 자격증을 가진 전문 사육사도 없어 그나마 있는 동물들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뒤로 동물들이 이사를 시작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국회 속 동물원은 역사 속 추억으로 묻혔다.

로보트 태권 브이는 올해 초 이미 출격

국회의사당 돔이 반으로 쩍 갈라지면서 ‘로보트 태권 브이(V)’가 출동한다는 말은 국회에 얽힌 낡디낡은 농담 가운데 하나다. 물론 태권 브이가 필요한 순간은 많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적은 없다. 그런데 태권 브이가 이미 국회 천장을 뚫고 출동을 했다면? 그것도 한겨울 폭설을 뚫고 말이다.

태권 브이의 비밀스런 출동 사건은 올 1월 폭설이 가득한 가운데 일어났다. ‘로보트 태권 브이’의 실사영화를 제작하는 ㈜로보트 태권 브이가 이군현 의원(한나라당), 최문순 전 의원(민주당)과 함께 진행한 ‘전설의 돔’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프로젝션 매핑’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국회의사당에 빛을 쏴 로보트 태권 브이가 격납고에서 출격하는 모습을 미디어 아트로 연출했다. 태권 브이가 국회에서 출동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설정이었다. 당시 굵은 눈발이 가득한 가운데 문화예술계 인사, 일반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정작 본행사에서는 눈이 너무 많이 와 리허설 장면이 더 또렷했다는 후문이….

국회 건물을 배경으로 미디어 아트 행사를 했던 건 태권 브이가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대한당뇨병학회가 세계 당뇨병의 날을 기념해 국회의사당 건물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비추는 ‘푸른빛 점등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매해 11월14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당뇨병의 날을 기념한 이 행사는 피사의 사탑 등 세계 160개국 기념비적인 건물·유적 100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조명을 쏘는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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