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15 10:19
수정 : 2011.09.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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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 페라타 산드로 페르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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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 페라타에서 아찔한 암벽 경험…전문등반가 아니어도 OK
비아 페라타(via ferrata)는 ‘길’을 뜻하는 via와 ‘철’을 뜻하는 ferrata가 결합된 합성어로 안전한 확보장치를 통해 누구나 쉽게 바위를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든 길이다. 오늘날 비아 페라타가 수직 세계를 오르는 한 방식으로 등장한 것은 수직 벽도 ‘공유의 공간’이라는 돌로미테 사람들의 철학에서 기인한다. 탐험과 도전이 등반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돌로미테 셀라 산군의 관문인 크리스티나를 지나 발가르데나로 향한다. 마을을 지나 오들레 자연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등반 준비를 한다. 비아 페라타를 오르기 위해서는 안전벨트 외에도 두 개의 기다란 슬링에 잠금장치 카라비너가 달린 비아 페라타 전용 확보줄과 헬멧이 필수적이다.
5년 만에 도전하는 비아 페라타 산드로 페르티니(사진). 확보물 상태는 양호하지만 급경사 때문에 어렵기가 상급에 속한다. 두 개의 확보줄을 안전벨트에 연결하고 만약을 대비해서 짧은 로프 하나를 챙기니 준비 완료! 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5분 정도 걷는다. 500m에 달하는 거대한 벽이 쏟아지듯 다가오는 출발지점이다. 페르티니는 초반부터 아찔한 경사도로 손님을 압도한다. 철길은 몇 미터마다 쇠말뚝에 고정되어 있다. 말뚝을 통과하기 전 카라비너 두 개 중 하나를 위쪽 철길에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전진한다. 각도가 약한 슬래브에서는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등 여유를 부려보지만, 수직 벽에서는 고도감에 팽팽한 긴장감만이 감돈다. 좌우를 가로지르는 트래버스는 Z자 형태를 끝도 없이 반복한다. 고도 1910m 지점. 나무들이 숲을 이룬 중간 쉼터다. 여기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30분. 발밑에서 밀려오는 고도감과 셀라 산군의 파노라마를 수평선상에서 바라다보니 참으로 색다른 풍경이다.
비아 페라타가 처음 돌로미테에 등장한 것은 1843년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까지는 주로 군사용으로 활용되었다. 전후 탐험활동으로 모습을 달리한 비아 페라타는 1980년대에 들어 돌로미테를 상징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급성장했다.
산드로 페르티니 상단부의 고도감은 엄청나다. 암벽등반을 수십년 해온 필자에게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아찔함은 예외가 아니다. 한 시간이 경과했을까 정상으로 향한 마지막 철 계단을 통과하니 표고차가 500m, 길이 650m의 비아 페라타 산드로 페르티니의 정상이다. 고도계가 해발 2140m를 가리킨다. 돌로미테 셀라 산군의 파노라마가 익숙해진다. 수직 벽에 거미줄처럼 펼쳐진 철의 길은 원시적 자연과 사람의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최선의 공존 방식을 도출해 내고 있는 것이리라.
글·사진 김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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