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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15 10:27 수정 : 2011.09.15 18:14

돌로미테 셀라 산군의 포르도이로 향하는 트레커들.

이탈리아 알프스의 대명사 돌로미테, 환상의 암벽 천국

환상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백운석의 결정체 돌로미테. 이탈리아 북동부의 남티롤(수드티롤로)의 수도 볼차노에서 크리스티나, 카나체이, 코르티나 담페초, 토블라흐(도비아코)로 이어지는 수백㎞의 산길에는 눈부신 광채를 발산하는 거대한 벽과 만년설, 빽빽한 삼나무숲과 에메랄드빛 호수 그리고 푸른 초원 풍경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어디 갑니까? 이탈리아 돌로미테. 어디서 묵나요? 볼차노 아니 보첸에 있는 호텔 비인베르에서요. 왜 왔죠? 암벽등반 하러요. 암벽등반이 뭐죠?

뮌헨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과 나눈 대화가 고속도로를 달려 돌로미테로 향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오슬로 사고 여파 탓이라 자위했지만 눈길 한번 주는 것으로 입국 절차를 마치던 이들이기에 퉁명스럽고 집요하기까지 한 질문에 당황했던 불쾌함 때문이리라. 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이번 여행의 첫 기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황홀하고 신비한 빛 연출하는 주인공은 백운석

첨봉 넘어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거목 가득한 숲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향기, 에메랄드빛 호수와 들꽃, 눈부신 광채를 발산하는 거대한 벽, 그리고 푸른 초원의 풍경…. 아침 일찍 볼차노를 출발해 크리스티나를 거쳐 산의 초입에 들어왔을 뿐인데, 모든 것을 삼키듯 빨아들이는 대자연의 풍광 앞에 어제의 기억은 머물 자리를 잃었다.

오늘 가는 곳은 돌로미테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는 셀라 산군. 약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10여분의 짧은 어프로치로 도착한 곳은 오버행을 이룬 벽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암벽등반을 하러 온 이들로 가득하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실력에 맞는 루트를 골라 오른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아이들도 있다. 아이는 낑낑거리며 오르고 엄마는 로프를 잡아준다. 이렇게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가이드를 하는 도미니크는 양손바닥을 위로 올려 보인다. 셀 수 없이 많다는 그들 특유의 익살스러운 대답이다.

돌로미테는 최고봉 마르몰라다(3342m)와 토파나 디메초(3244m) 등 만년설의 거봉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는 수많은 봉우리를 품은 거대한 산군을 통칭할 때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기도만하다는 이 거대한 산군이 여타 알프스의 산군들과 다른 것은 돌로마이트라 불리는 백운석이 만들어내는 풍광 때문이다. 흰색·담황색·갈색 등을 띠는 퇴적암의 일종인 돌로마이트의 결정체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신비한 빛을 드러내며 황홀한 아름다움을 연출해낸다.

저마다 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백운석의 둘레가 장장 500㎞에 이른다 하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도 광활하다는 뜻으로 그냥 그란데(grande)라고 표현할 뿐인가 보다. 온통 바위 천지다.

고속도로 SS241에서 만나는 카레차 호수.

클라이머·바이커·트레커·탐험가 등이 들과 길을 채우다

알프스의 중심인 몽블랑을 벗어나 이탈리아 동북쪽 끝자락에 있는 돌로미테 산군이 이탈리아 알프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치마 데 라바레도(2998m)를 비롯한 수많은 벽, 그리고 이곳에서 극한의 전의를 불태우던 에밀리오 코미치, 리카르도 카신, 왈테르 보나티, 라인홀트 메스너 등 현대 등반사를 들춰보면 등장하는 위대한 등반가들 때문이다. 그러기에 돌로미테는 샤모니 몽블랑과 더불어 알프스 산악운동의 또다른 중심으로서 극한의 위대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벽이 많다고 해서 돌로미테가 등반가들만의 세상은 아니다. 아름다운 알프스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남티롤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돌로미테는 유럽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힌다. 광활한 대지는 각각의 계절이 가져다주는 대자연의 선물을 즐기려는 인파로 항상 북적인다. 돌로미테의 관광 시즌은 연중무휴지만, 돌로미테가 연출하는 환상의 세계를 즐기기에는 여름이 제격이다. 평균 고도 1000m의 산악지형이기에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선선한 기온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산길 도로에 교통체증이 생길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봉우리의 수만큼이나 많다는 호텔도 만원사례다.

암벽등반을 즐기려는 클라이머, 꼬불꼬불한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커, 자연과 동화를 꿈꾸는 트레커, 가파른 경사가 주는 고통을 즐기는 바이커, 깊은 골짜기의 탐험가에 이르기까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다양한 형태의 퍼포먼스가 돌로미테의 산과 들, 그리고 길을 가득 채운다.

돌로미테(이탈리아)=글·사진 김종곤/K2 C&F센터장·아웃도어 포토그래퍼

기본정보 | 돌로미테가 위치한 남티롤 정보 사이트(www.sudtirol.com)에는 셀라 산군의 각 도시에 대한 정보와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돌로미테 셀라 산군의 가이드들이 만든 에이전시 마운틴스피릿의 누리집(www.mountainspirit.it)에서는 트레킹, 비아 페라타 등 돌로미테에서 즐길 모든 레포츠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접근하기 | 돌로미테에 접근하는 데는 남티롤의 수도 볼차노시를 거치는 루트가 가장 좋다. 볼차노는 베네치아·밀라노나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에서 기차·고속도로로 연결된다. 볼차노에서 돌로미테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다. 우선, 오스트리아 국경마을 브레너(브렌네로) 방향으로 SS12번으로 가다 SS242번으로 갈아타 크리스티나로 들어간다. 볼차노에서 SS12번, SS241번을 이용해 파소 디 코스탈룽가으로 가다 포차를 거쳐 카나체이로 가는 방법이 두 번째다. 돌로미테의 동쪽 산군 코르티나 담페초는 A22 고속도로를 이용해 브루니코·도비아코로 우회하는 것이 좋다.

날씨 | 오전에 날씨가 좋다가도 오후에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린다. 고도 2500m 이상에는 한여름에도 눈이 내린다. 바람을 막아줄 방풍용 재킷과 보온용 우모재킷은 필수다.


돌로미테를 지킨 영웅

라인홀트 메스너→ 볼차노에서 메라노로 이어지는 SS38 고속도로 초입에는 산악 영웅 라인홀트 메스너의 기념박물관이 있다. 살아있는 이의 박물관이 만들어진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인데, 남티롤이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을 최초로 오른 라인홀트 메스너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의 활동기는 1970년과 80년대. 그의 업적 중의 업적은 단 한 통의 산소나 볼트(회수가 불가능한 확보물)도 사용하지 않은 채 모든 도전을 성공시킨 것이다. 등반 기록들은 그가 어떤 등반을 추구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1975년 가셔브룸Ⅰ봉 알파인 스타일 등반, 1978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반, 세계 2위봉 K2 무산소 등반, 1982년 가셔브룸Ⅰ, Ⅱ(8068m, 8035m)봉 횡단 등반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등반가들은 1986년 로체(8516m) 등반으로 이루어낸 14개 봉 최초의 완등자라는 사실보다 그가 행한 높은 고도에서의 다양한 시도, 즉 슈퍼 알피니즘 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리글러 형제→ 2004년 독일 클라이밍 전문지 <클레테른>에서 선정한 젊은 알피니스트 상을 수상한 플로리안과 마르틴 형제. 그들은 과수원을 경영하는 농부다. 길고 마른 몸매에서 나오는 스피디한 등반이 그들의 장점이다. 진가는 마우로 볼레가 자유등반으로 초등한 셀라 산군의 비아 이탈리아 재등에서 발휘되었고, 2006년에는 돌로미테 로젠가르텐의 한 거벽에 400m 길이의 자유등반 루트인 킹 오브 드워프를 개척하고 초등해냈다. 올해에도 그들의 활약은 전방위적으로 펼쳐졌다. 지난 3월 얼음과 오버행 바위가 섞여 있는 돌라실라를 올라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믹스클라이밍 등반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400m 길이의 차우버베르크를 자유등반으로 올랐다. 그들이 추구하는 등반의 특징은 자연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킨 볼트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로미테 등반가들은 최강의 자연주의 클라이머 플로리안과 마르틴을 그들의 미래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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