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9.15 10:34 수정 : 2011.09.16 21:29

[매거진 esc] 시트콤 제왕 김병욱의 귀환…하이킥3 들춰보기

‘하이킥’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묘한 제목이 달렸다. 2006년 <거침없이 하이킥!>과 2009년 <지붕뚫고 하이킥!> 등을 거치며 광풍을 불러일으킨 하이킥 시리즈 3탄이 19일 저녁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하이킥의 아버지이자 시트콤의 구루인 김병욱 피디에게 하이킥3에 대해 캐물었다. 벌써부터 입이 근질거린다. 그는 ‘오프 더 레코드’를 외치며 하이킥 마니아들이 궁금해할 내용들을 천기누설했다. 하이킥 마니아들을 위해, 살짝 풀어드릴 작정이다.(감독님, 죄송!) 이럴 때 쓰는 말, 이런 거던가. 스포일러 포함?


위쪽부터 에스비에스 <순풍산부인과>(1998년), 문화방송 <거침없이 하이킥!>(2006년), 문화방송 <지붕뚫고 하이킥!>(2009년). <한겨레> 자료사진
하이킥 시리즈로 유명세를 탄 김 피디의 작품세계는 1998년 에스비에스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출발한다. 당시 오지명·선우용여·박영규·송혜교 등 굵직굵직한 시트콤 스타를 배출한 그의 작품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등으로 이어졌다. 그 뒤 <귀엽거나 미치거나>는 생각만큼 인기를 모으지 못했다. 시트콤의 인기도 덩달아 수그러들었다. 그러던 그가 한동안 공백기를 거쳐 내놓으면서 ‘시트콤의 르네상스’를 불러온 작품이 바로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김 피디가 올해 3월부터 반년 가까이 준비했다는 하이킥3도 내용 면에서도 기존의 주제를 이어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몰락한 중산층’이다. 오래되고 허름한 서울 노량진의 두 주택이 배경이다. 한 집에는 특수효과 회사를 운영하다 망해 빚쟁이에게 쫓기는 중산층 가장 안내상·윤유선 가족이 동생인 윤계상의 집에 얹혀산다. 옆집에는 부모를 잃고 집을 물려받은 여고생 김지원과 사촌언니이자 고등학교 국어 선생인 박하선이 살고 있다. 이들 집에는 빚 때문에 조폭에게 쫓기는 하선의 대학 후배 백진희와 전세금 떼이고 얹혀사는 프랑스인 원어민 교사 줄리엔 강도 있다. 이야기는 빚쟁이를 피하다가 내상·유선이 땅굴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한국전쟁 때 파놓은 이 땅굴이 두 집 사이를 관통한다.

하이킥3 핵심 열쇳말은 땅굴·교육·루저

그는 하이킥3의 시청 포인트는 ‘땅굴’에 있다고 강조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민용(최민용)의 방을 이었던 봉,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정준혁(윤시윤)의 공부방 출입문인 개구멍에서 이어지지만 극중 중요도는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땅굴은 출연자들 모두에게 상징적인 의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피난처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싹트는 장소, 그리고 또다른 이들에게는 문물이 오가는 ‘실크로드’가 되죠. 정말 중요합니다.” 그는 아예 이번 작품의 주제 자체가 ‘우리 마음속 땅굴은 무엇인가’라고 했다. 우리 마음에 위안을 받을 공간, 도피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액자식 구성’(이야기 안에 또다른 이야기가 있는 이야기 형식)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극중 윤계상의 보건소 동료인 가수 이적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과거를 회상하면서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지난번(<지붕뚫고 하이킥!>)은 시골에서 도시로 온 자매들의 시각이었다면, 이번에는 2052년의 미래에서 돌아본 과거인 2011년의 모습이지요.” 김 피디는 “70대의 이적이 2052년에 과거를 회상하는 게 첫 회의 첫 장면”이라고 말했다. 30대의 이적이 ‘돈도 많이 벌고 의사인데 키가 좀 작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때는 남자 외모를 보는 기준으로 키가 중요했다’고 말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2052년에 바라본 2011년을 이야기하면서 현재의 패러다임을 꼬아 이야기할 수 있는 블랙코미디를 의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캐릭터의 진화…어떻게 바뀌었을까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야동 순재 없어지고, 병원·학교 계속 등장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할아버지 역, 이순재가 하차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지명 → 신구 → 이순재 선생님으로 이어져 온 할아버지 역을 이을 배우가 없다는 점, 그리고 당장 시청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순재 선생님의 캐릭터를 너무 소모한다는 생각 때문에 배역을 없앴다”고 말했다.

이순재
김병욱 피디 시트콤의 단골메뉴인 병원·학교는 이번에도 등장한다. 산부인과 → 한의원 → 종합병원 등 다양하게 바뀐 병원 배경은 이번에는 보건소다. 그는 “직업의 외피를 바꾼다고 해도 드라마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교사나 의사가 등장하는 건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한 방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역을 맡은 이적은 ‘잘나가지 못해 우울증이 있지만 돈을 벌어 성공하고 싶어하는 의사’로, 윤계상은 ‘돈 없는 환자를 무작정 도우려 하는 소신파 의사’로, 기존의 작품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캐릭터이다.

그는 이번 작품의 핵심 열쇳말로 땅굴과 더불어 패자, 교육 등도 꼽았다. 여기서 스포일러 하나. 여고생과 30대 남성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대충, 짐작된다. 참고로 엉뚱발랄 여고생 김지원의 배역은 수많은 아이돌 여가수들이 노렸다고 한다. 무명에 가까운 광고모델을 발탁한 이유는 “마음속 상처를 가볍게 표현할 줄 알기 때문”이라는 것! “스스로는 졌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제도권에서는 패자라고 일컫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해서는 ‘한 사람을 완성하도록 만드는 건 어떤 교육일까’라는 질문도 녹여 뒀습니다. 학교 교육일까, 인생 교육일까처럼 말이죠.”

하이킥3도 시청자들의 기대나 요구와 다르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날까. 그는 스스로 “사람들의 기대나 요구를 비트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도 더욱 절절한 비극으로 갈 것이다’라는 기대에 역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초반에는 소동 중심으로 막 자빠지고 소란스럽게 꾸몄습니다. 보시면 느끼실 겁니다. ‘오, 저렇게 속도가 빨라?’라고 말이죠.”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하이킥3의 변신, □□□는 있고 <25E6><25E6><25E6>는 없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