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22 11:01
수정 : 2011.09.22 11:01
웃긴 여행 울린 여행
25살 동갑내기로 조금 이른 결혼을 하게 된, 중3 미팅 친구였던 우리 부부. 신혼여행지를 고르다, 신랑 친구가 있는 일본으로 결정했답니다. 비자 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째 이런 일이…. 여행 일주일 전에 일본영사관에서 신랑 비자가 불가하다는 통보가 왔던 겁니다. 그래서 급히 다른 곳을 찾았죠. 하지만 당시 강원도에 북한 무장공비가 출현해 모든 여행객들이 제주도로 몰리면서 제주도행 비행기 좌석은 이미 없었습니다. 결국 설악산이나 가자고 결정하고 강릉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가는 곳마다 검문검색 때문에 군인들 앞에 차를 세워야 했고, 차 트렁크를 열어 보여줘야 했습니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썰렁했다는 사실. 어찌나 한적했던지 쑥스러울 정도였어요. 식당·가게 아줌마들은 우리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지요. 정말 고즈넉한(?) 신혼여행이었어요. 1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하필 무장공비가 출현했다는 곳으로 떠났는지 우리도 잘 모르겠지만, 사진 속 관광지에 우리 둘만 달랑 있는 모습이 웃음짓게 합니다. 누가 신혼여행지를 물으면 웃으면서 말합니다. “우리요? 무장공비 잡으러 갔었죠.”
양호연/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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