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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29 10:11 수정 : 2011.09.29 10:11

지난 22일 목요일 재즈클럽 에반스의 10돌 기념 공연 무대에 오른 ‘메인스트리트’. ‘칠드런스 파크’(Children’s Park)라는 제목의 자작곡을 시작으로 1시간 동안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esc] 커버스토리
다양한 변주의 낯선 매력이 묘미…어렵다는 편견 버려야 재즈 다가와

재즈는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크게 유행한 적이 없다. 국내에 재즈가 처음 울려 퍼진 게 벌써 90여년이지만, 재즈가 대중음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재즈가 마냥 귀에 선 것만도 아니다. 재즈는 우리 곁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다. 레스토랑이나 커피전문점에서, 와인바나 가장 대중적이고 익숙한 음악을 선호하는 광고음악에서도 재즈는 늘 자리를 지켜왔다. 멀고도 가까운 음악인 셈이다. 재즈는 어렵다는 인식 또는 편견, 한국 사람만 그런 걸까? 그나마 아시아에서 재즈가 가장 발달한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 음반 시장에서 재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즈는 태생을 보면 어려울 수 없는 음악이었다. 재즈 음반을 500여장 프로듀싱한 기마타 마코토는 재즈의 기원을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에 끌려온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면화를 따면서 기분전환으로 흥얼거렸던 가락. 또는 작은 은혜를 신에게 기원하면서 읊조렸던 노동가이자 기도가였다. 그런 소박한 멜로디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우여곡절과 함께 많은 음악가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이 재즈다. 결코 어렵지 않고 이론적인 것도 아니다.”

재즈밴드 ‘더 버드’의 색소폰 연주자인 이상하가 에반스의 무대에서 멋진 연주를 선보였다.
멀고도 가까운 음악…어렵다는 건 편견일까

꼭 이 수준의 재즈 지식을 갖고 지난 21일 저녁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를 찾았다. 기마타가 발굴해 널리 인기를 얻었고, 벌써 9년째 해마다 한국 공연을 펼치는 네덜란드 출신의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의 공연장이었다.

이들은 꾸준한 국내 공연 활동과 활발한 연주 활동으로 국내에서도 팬이 꽤나 많다. 과연 그 인기답게 1100여석 규모의 공연장에는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는 찰나, 잠시 어깨가 굳는다.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리듬의 난해함이 어색하리라는 편견 탓이었을까.

그러나 긴장은 이내 풀렸다. ‘어, 어디서 들어본 건데?’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드럼의 고요한 조화는 편안함을 선물했고, 익숙한 멜로디에 반가운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흥겨운 기분마저 찾아왔다.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는 클래식과 팝 등 다양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널리 알려진 음악을 재즈로 재해석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노래를 연주할 뿐이다. 클래식이나 팝, 여기에 다양한 민속 음악도 포함된다.” 피아노 연주를 맡은 마르크 판 론은 간단히 설명했다. 재즈음악가 하면 떠올리는 모종의 ‘고집스러움’보다는 포용력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과연, 이들은 공연을 마치고 관객의 앙코르 요청에 ‘아리랑’을 연주했다. 관객들은 환호하며 고마워했다.

이튿날 저녁 서울 홍대 앞 재즈클럽 ‘에반스’에서는 클럽 공연 특유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에반스는 2001년 문을 열어 올해로 10돌을 맞았다. 이날은 30일까지 이어지는 1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더 버드’와 ‘메인스트리트’가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창문을 통해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가 바라보이자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어 들어왔고, 재즈 선율은 그 위에 실려 다녔다. 목요일인데도 클럽 안엔 관객이 꽉 들어찼다. 10년 전만 해도 평일에는 이렇게까지 관객이 들지 않았단다. 신나는 리듬이 클럽 안에 울려 퍼질 때면 관객들은 간간이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클럽 공연의 묘미는 바로 이런 데 있었군!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의 21일 내한공연 장면. 영앤잎섬 제공

클래식·팝 등 장르 구분 무의미…공부보다 즐기기가 우선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관객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피아노와 드럼이 덩그러니 무대 위에 놓여 있었으나 음율은 환청처럼, 이명처럼 아련했다. 에반스의 홍세존 대표와 메인스트리트 멤버들을 따라나섰다. 와인이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들은 소주 한잔 걸치러 가는 길이다.

“재즈는 왜 들어야 할까요? 뭐가 그렇게 좋은 거예요?” 우문에 현답을 해준 이는 메인스트리트를 이끄는 드러머 서준혁씨였다. “재즈를 꼭 들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는 거예요. 음악을 듣는 것은 여행 같은 거죠. 어디를 가느냐, 패키지냐, 자유여행이냐 등등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른 거잖아요. 재즈는 아마 배낭여행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행 지도에 표시된 곳을 벗어나 떠나는 거죠. ‘지도 밖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재즈는 음악여행 중에서도 지도 밖으로 떠나는 여행이 될 법해요.” 같은 음악이라도 변주를 통해 다양하고도 낯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재즈의 묘미를 경험하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시, 재즈는 누구나의 음악이다. 공부? 할 필요 없다. 다만 재즈 공연이 펼쳐지는 현장은 즐겨볼 만하다. 재즈가 수많은 음악 장르의 기원이라거나, 뿌리를 꼭 알아야 음악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불필요한 편견을 더 굳게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나, 그것이 벽이 된다면 내팽개칠 일이다. 우선은 즐길 것! 그러고 나면 공부는 그냥 하고 싶어질걸?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알아두면 좋아요 |
날마다 밤마다 재즈 즐겨요

재즈 앤 더 시티 |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올레 스퀘어의 드림홀에서 매주 3차례 펼쳐지는 재즈 공연. 다양한 재즈 장르와 신진 음악가들의 공연이 단돈 1000원.(cafe.naver.com/jazzandthecity)

재즈페스티벌 재즈 홀릭 | 재즈 1세대 음악가부터 신세대 재즈 아티스트까지 30여팀 100명이 내년 1월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30분 공연을 올린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아르떼홀(arte.co.kr)에서 이어진다. 공연 영상은 아르떼티브이에서 볼 수 있다.

재즈클럽 에반스 | 서울 홍익대 앞에 자리잡은 재즈클럽으로 10돌을 맞았다. 날마다 다채로운 재즈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에반스 플레이어’를 통해 신진 재즈 음악가들을 발굴하고 공연 기회를 줘 참신함을 잃지 않는다. 누리집(clubevans.com)에서 공연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재즈클럽 문글로우 | 신관웅, 최선배 등 대한민국 재즈 1세대의 공연이 매주 목요일마다 펼쳐진다. 재즈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공연을 매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공간이다. 누리집(moonglow.co.kr)에서 공연 스케줄을 제공한다.

재즈클럽 올 댓 재즈 | 1976년 문을 연 역사 깊은 재즈클럽이다. 한국 최초의 재즈클럽으로 기록됐는데, 공연의 높은 수준 또한 꾸준히 유지돼 재즈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서울 이태원에 자리잡고 있는데, 원래 있던 곳에서 자리를 조금 옮겨 지난 7월 중순 다시 문을 열었다. 공연 정보는 전화(02-795-5701)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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