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29 15:40
수정 : 2011.09.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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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2>(문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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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 ‘톱오심’이 나섰다!
애매한 심사위원들 점수 매기기
자, 오늘도 전쟁터 같은 일상을 탈출해 티브이 앞에 앉으셨나요? 어이쿠. 그런데 티브이 속은 피 말리는 경쟁이 한창이네요. 넘쳐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말이죠. 그래서
가 ‘건전한 시청 문화 창달’을 위해 긴급 편성한 프로그램을 내보냅니다. 이름하야~ <톱 슈퍼스타 서바이벌 오디션 위대한 심사위원>(톱오심)! 저는, 사회를 맡은 ‘애매한 심사위원들 점수 정해주는 남자’(애정남)입니다!
지상파·케이블 구분 없이 가수·연기자·모델 등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속 경쟁, 장난 아니지요잉? 예능 프로그램 흐름이 오디션으로 홀딱 넘어간 거지요. 프로그램도 엄청나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원조 <슈퍼스타케이3>(엠넷)과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2>(문화방송), <밴드 서바이벌 톱(TOP)밴드>(한국방송), <기적의 오디션>(에스비에스)까지…. 다 쓰면 지면이 모자라겠죠잉. 뭐 요즘에는 아나운서·기자도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뽑고 상금 100만달러(약 11억9000만원)까지 우습게 거는 세상이라,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무한 경쟁이에요잉.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기분이 묘해요. 심사위원들의 가혹한 평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즐기고 있으니까요. 그런 기분 들어도 나쁜 사람인 건 아니에요잉. 저도 그렇거든요. 가끔 심사위원들 보면서 입사 면접장에서 안경 내리깔고 저를 노려보던 편집국장이 문득 떠올라 화들짝 놀라기도 하지만, 괜찮아요잉. 이제부터 우리가 심사위원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심사할 거니까요. ‘제멋대로’ 스타일의 심사위원들 잘하라고 채찍질하는 거, 그거 시청자의 의무거든요. 마구잡이로 평가해도, 쇠고랑 안 차요~ 경찰 출동 안 해요잉~!
독설 심사 저무나…마음 약해서? 모질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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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기적의 오디션>(SBS) ,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한국방송) , <슈퍼스타케이3>(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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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의 부정 못할 으뜸 재미는 심사위원의 ‘독설’! 독설 없으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죠. 독설 계보는 원래 물 건너왔어요. <브리튼스 갓 탤런트>, <아메리칸 아이돌> 등의 심사위원이었던 음반 기획자 사이먼 코웰이 원조죠. 딱딱한 영국식 영어 발음으로 “끔찍하고(Terrible) 지독하다(Awful)”는 서슴없는 발언으로 여러 사람 울렸거든요.
국내에는 <슈퍼스타케이> 초창기부터 심사를 했던 가수 이승철, <위대한 탄생1>의 작곡가 겸 음반 기획자 방시혁으로 그 계보가 이어왔죠. 그런데 <슈퍼스타케이3>에서 이승철이 ‘독설 중단’을 선언해, 그 계보는 <위대한 탄생2>의 심사위원 작곡가 윤일상으로 옮겨가는 듯하죠? “잘 노는 아마추어 그 이상은 아니다. 수정 가능성이 없다”, “오디션에서 떨리는 건 다 똑같다”며 정색하고 찬물을 끼얹는 표정, 열 받은 부장님 표정처럼 살벌해요잉~.
그런데 말보다 표정이 더 무섭던 방시혁보다는 약한 표정, 가수 자질에 대한 언급에 집중하는 등 너무 몸을 사리시네요. ‘독설의 제왕’ 지키시려면 노력 좀 하셔야겠네요. 티브이 즐겨 보는 직장인 송규식(30)씨도 “뭔가 혼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지상파 방송의 오디션 심사위원답게 발언 수위를 지키나봐요. <위대한 탄생> 방식으로 점수 드려요. ‘쏘리’(Sorry) 두 개. 마지막으로 분발하시라고, ‘왕관’은 하나 드립니다잉.
“잘 봤습니다. 매력적입니다”, “민망할 정도로 섹시하네요.” 연기자를 뽑는 <기적의 오디션>의 심사위원인 영화감독 곽경택은 독설과는 거리가 있네요. 가끔 버럭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구수한 부산 사투리 섞어가며 미소 가득한 모습이 많아요. 모진 심사위원들보다는 좀 마음이 편하죠? 좋은 점수를 못 줄 때는 참가자와 눈을 못 맞추는 건, 참 인간적이네요. 점수 올라갑니다잉. 근데 예쁜 여자 나오면 미소가 더 번지네요. 너무 티 내지 마세요잉.
<슈퍼스타케이>의 유일한 여성 심사위원 가수 윤미래도 부처님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심사해요. 역대 슈퍼스타케이 심사위원 가운데 프로그램을 가장 즐긴다는 평가도 있네요. 그런데 여기, 좋은 소리 하러 나온 자리는 아니죠잉? 보는 사람도 뭔가 근질근질한 게 이분 심사위원 체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 살짝 해봐요. 괜찮아요잉. 의심하는 건 자유예요. 착하기로 치면 <위대한 탄생2> 심사위원 가수 이선희도 만만치 않아요. 독하지 못한 얼굴 탓해도 어쩔 수 없어요잉.
같이 술 한잔 하기에는 좋지만 심사위원으로는 카리스마 부족한 세 분, 점수 후하게 나오진 않네요. 100점 만점에 77점입니다. 문자투표 점수는 안 받아요잉.
심사 기준은 사심? 기분? 아니면 본능?
정색하는 평가 대신 참가자들에게 농담 던지는 ‘깐죽형’ 캐릭터도 있죠. <위대한 탄생2>의 예선 심사위원으로 나왔던 가수 성시경과 본선 심사위원인 이승환이 대표적이에요. 성시경은 ‘사심+뒤끝작렬’형이라는 분석도 있네요. “(여성 참가자를 앞에 두고) 괜찮은데요? 예쁘고….” 전문가답지 못하게, 시청자들 낮은 눈높이로 임해주셨어요. 옳은 말도 해요. “가사를 까먹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 감정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 가사 틀린 노래, 본인 노래였다네요. 드라마 <자이언트>의 이강모 사장이 빙의한 듯한 눈빛으로 임하시는 <기적의 오디션> 심사위원 이범수도 눈빛에 걸맞은 시원스러운 평가 좀 제대로 하셔야겠어요잉.
‘톱오심’ 심사단은 <위대한 탄생>의 가수 윤상과 <기적의 오디션>의 배우 이미숙을 당근과 채찍을 겸비한 심사위원으로 꼽네요. 그나마 듣기 덜 불편하다는 거죠. 바른말은 듣기 거북하고, 진실은 불편한 거, 예능에서도 예외가 아닌 거죠잉. 자, 국내의 모든 방송 관계자분들, ‘톱오심’의 평점을 참고해 제작해주세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우리 기사 내용 반영 안 해도 쇠고랑 안 차요~, 경찰 출동 안 해요잉~! 이건 그냥 우리들끼리 해본 ‘아름다운’ 평가일 뿐이니까요.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제공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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