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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모임방에서 열린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 입문반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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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변화 꿈꾸는 사람들, ‘나만의 이야기’ 술술 풀어내려 모였다 “이 부분에서는 단독자로서의 여자의 모습을 좀더 강조했으면 해요.” “제1장은 (A4지) 7~8매보다 좀더 짧아도 될 것 같은데요?” 지난달 21일. 북적거리는 서울 홍대 거리 한켠 모임공간에 6명의 여성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이하 글통삶)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듣고 있는 수강생들. 여섯 여성 중 한 명은 한명석(53·왼쪽 사진)씨다. 13년 동안 운영하던 보습학원을 그만두고 쉰살 넘어 <늦지 않았다>(2009년)라는 책을 펴낸 한씨가 이들의 첫 책 쓰기를 돕고 있다. 이미 1년 넘게 한씨의 수업을 듣고 있는 수강생들은 ‘여자, 마흔’을 주제로 함께 책을 써 올해 말 출간하려 한다. 주부·프로그래머·회사원 등 수강생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지난 몇 달 동안 토론을 하며 책의 내용을 채워나간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는 이번달 출판사에 제안하려는 예비 원고 작성과 목차 확정을 위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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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53)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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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출신으로 다양한 책을 낸 명로진(45)씨가 운영하는 ‘심산스쿨’의 ‘인디라이터’반도 첫 책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강의다. 명씨는 “평균 20~30대 전문직 종사자가 대부분이지만 대학교수, 목사, 고3 학생 등 다양한 이들이 모인다”며 “내 경험이면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스페셜리스트+제너럴리스트’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직장을 버리면서까지 첫 책 쓰기에 뛰어드는 이들은 과연 무엇을 꿈꾸는 것일까. 강의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유명한 작가가 되기보다는, 책을 통해 지친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어했다. 글통삶 강의실에서 만난 정경화(43)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였다. “인생 2막을 생각하면서, 지금을 집중적 휴식기로 정했어요. 약국을 접고, 다른 약국에 3일만 일하는 파트타이머로 직장을 옮겨서 인문학 강연을 들었어요. 지금은 아예 일을 쉬고 있죠. 어떤 내용을 쓸지는 모르지만,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 생애 첫 책이 새로운 꿈을 향한 도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방송국 안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김재용(53)씨는 건강이 나빠져 일을 접으면서 어린 시절 작가의 꿈을 다시 꺼내든 경우다. “그동안 일에 치여서 못 했던 것에 도전을 하니 삶이 풍요로워지더라고요. 돈 많이 벌고 쓸 때와는 전혀 다른 풍요로움이 있습니다.” 집필 과정에서 돌아보는 삶…생각 정리하고 상처 치유되고 이들은 책 쓰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 유명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안정된 생활을 해온 유재경(39)씨도 지난해 14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책 쓰기를 하고 있다. “직장생활 10년이 넘어가면서 실력 말고 다른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육아도 버거워지고요. 재충전이 절실해져서 회사를 그만두고 저 스스로에게 1년 동안의 ‘안식년’을 선물했죠.” 현재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인정받고 싶은 자의 휴식’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려 한다. 이 주제는 그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저 스스로가 성공지향적이고 출세지향적이던 사람이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은 휴식을 잘 모르죠. 쉴 때도 뭔가 잘하려는 강박을 갖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휴식을 해야 하는지를 써보려고요. 실은 저도 아직 그 방법은 잘 모르겠어요.” 그는 본격적인 책 쓰기에 앞서 글쓰기 과정을 통해 불명확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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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통삶 수강생들이 강의 도중 웃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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