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06 15:24
수정 : 2011.10.10 13:56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출판사 편집장 3인이 말하는 좋은 원고, 나쁜 원고
첫 책 쓰기의 꿈을 이루려면 출판사를 정하는 일이 책의 주제 정하기 다음으로 어려운 관문이다. 작가의 꿈이 가득 담긴 원고는, 출판사 편집자들 앞에 숙제 더미처럼 쌓여 있기 마련이다. “책은 안 팔리는데 늘어나는 건 투고죠.” 해냄출판사 이혜진 편집장이 웃으며 말했다. 편집자들은 원고의 숲에서 책의 성공 가능성을 점친다. 마치 연예기획사가 수많은 연습생 가운데 스타를 낚아올리듯, 출판사에서는 보석을 찾으려고 밤낮없이 원고를 파헤친다.
출판사 편집장들은 최근 “전략적인 원고가 늘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편집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듯 짜임새 있는 원고가 많다는 것. 이혜진 편집장은 “예전에는 ‘썼는데 잠시만 봐주실래요’라고 내미는 원고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목차·기획서·홍보 방향까지 정해서 준비해 오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본기’다. 물리적으로 많은 원고를 보는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입체적으로 내용을 구성해 장점을 드러내고, 오탈자를 잡는 최소한의 신뢰를 쌓아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현 푸른숲 편집장은 “보통 원고를 끝까지 안 읽는 경우는 글의 구성 개념에 맞지 않게 썼기 때문”이라며 “요즘에는 시놉시스처럼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제안서 식으로 정리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점수를 후하게 주게 된다”고 말했다. 고정란 위즈덤하우스 편집장은 “예전 <꿈꾸는 다락방>(이지성 지음, 2007년)이 출간됐을 때 비슷한 구성으로 자신이 존경하는 위인들 사례를 모은 투고가 많았다”며 “이제는 자기 이야기 없이 남들이 했던 말을 모으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책도 사회 변화를 따라 유행을 타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전문성을 가미한, 좀더 꽉 차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이재현 편집장은 “예전에는 문학류가 참 많았는데, 한동안 여행기 관련 원고가 많이 오다가 요즘에는 요리책, 자기계발서뿐만 아니라 독특한 경험을 담은 원고가 많다”고 했다. 그는 “일상인으로서의 전문가의 글을 원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고정란 편집장은 “자기계발서 분야를 보면, 예전에는 생소했던 키워드가 4~5년 사이에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같은 내용이지만 좀더 차별화하고 눈에 띄는 제목 등으로 감성을 잡은 원고가 대중의 눈으로 봤을 때에는 변별력 있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업계에서도 책을 향한 대중의 요구는 계속 강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책의 시대는 지났다고 하지만, 오히려 정보의 홍수 탓에 책이 내뿜는 정보와 지식의 힘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혜진 편집장은 “요즘 원고들을 보면 정말 자기 콘텐츠 시대가 왔다고 느껴진다”며 “예전에는 밝히기 꺼렸던 개인적인 경험을 공개해 책으로 만들고픈 욕구들도 강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자신의 정보를 가공해 글쓰기로 보여주려는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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