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06 15:37
수정 : 2011.10.06 15:37
[매거진 esc] 웃긴 여행 울린 여행
1999년 11월. 드디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연애 시절 본인이 육군 병장 출신이라면서, 나에게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넌, 내가 지킨다. 나만 믿어~.” 난 생각했습니다. ‘내가 남편 하나는 잘 만났어. 얼마나 든든해.’ 우린 신혼여행지인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날씨가 안 좋아 비행가 조금씩 흔들렸죠. 그런데 남편이 이상했습니다. 비행기가 기우뚱거리자 계속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왜 그래?” “응, 그냥…. 자기가 무서워할까봐.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 무서우면 내 손 꼭 잡고 있어.” 남편은 내 손을 꽉 잡았습니다. 어찌나 세게 잡던지 손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무서워할까봐 그렇게 손을 꽉 잡아주는 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비행기가 다시 한번 흔들리자, 남편은 내게 찰싹 붙더니 날 껴안았습니다. “으으, 어떡하지? 무서워 죽겠어, 으으.” 거의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세상에! 자기만 믿으라던 그 남자가 맞나 싶었죠. 남편이 하도 소란을 떨자, 승무원이 다가와 주의까지 줬습니다. “자꾸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안전하니까 안심하세요.” 눈물까지 흘리며 오두방정을 떠는 남편. 정말 창피했죠. 착륙하자 제일 먼저 내리겠다고 새치기까지 했어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선 내내 좌석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있다가, 근육통이 와서 여러 날 고생을 했더랬습니다. 이 남자, 바로 제 남편입니다요.
박희숙/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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