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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3 10:28 수정 : 2011.10.13 10:29

1. 요세미티 국립공원 탐방로의 세쿼이아 나무 숲. 제아무리 늘씬한 미인도 이 숲의 나무들을 따라오긴 어려워 보인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에어크루즈 타고 그랜드캐니언서 오후를 저녁식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서부 에어크루즈 여행에 일반여행객으로 참가해 6박7일간 둘러본 주요 도시와 경관은 12곳. 세분하면 주요 볼거리만 20곳이 넘는다. 최대 700km를 넘는 장거리 이동이 포함됐는데도, 일정은 지루할 틈 없이 촘촘하게 이어졌다. 소형 전세기로 짧은 시간에 목적지 인근 공항까지 접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요 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첫날 → 6개국 여행자 21명, 한 배에 타다

아침 6시 반. 로스앤젤레스 사우스호프 스트리트의 셰러턴호텔 로비. 얼굴 다르고 몸집 다른, 아 다르고 어 다른 각국 여행자들이 모여들었다.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인들과 미국 내국인 그리고 기자까지 6개국 여행자 21명이다. 나이는 20대부터 70대까지, 대부분 부부나 연인들이다. 가이드 마리안(53)의 소개로, 서먹서먹하고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 뒤 전용버스에 올라 공항으로 출발.

7시30분, 엘에이 근교 버뱅크 공항. 날씬한 소형 비행기 한 대가 일행을 기다렸다. 터보 프로펠러 엔진의 ‘EMB120’, 30인승 비행기다. 기내 좌석 3열에 화장실이 딸렸고 조종사 2명, 중년 여성 승무원 1명이 탔다. 표 끊을 일도 탑승 수속도 없고, 짐 신경 쓸 필요도 없어 편하다.

2.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라스베이거스 시내 일부.
기내는 다소 좁아 보이지만, 자리에 앉으니 일반 비행기 좌석과 다름없다. 승무원이 주스·커피 등 음료와 과자류를 갖다주는 것도 매한가지. 흔들림이나 이착륙 때의 느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마리안은 “자동차로 5시간 이상 걸릴 거리를 1시간 만에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속 700㎞ 안팎의 속도로 샌프란시스코 남쪽 소도시 몬터레이까지 날아가는 동안 창밖으로 태평양 푸른 바다와 황량한 미 서부 사막지대가 함께 내려다보였다.

오전 9시. 몬터레이 공항에 대기하던 대형 버스에 올라 본격적인 주변 관광에 나섰다. 버스 운전사가 운전하는 내내 마이크를 잡고 “저기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존 스타인벡이 세번째 부인을 만난 곳”이라는 등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설명했다. 포구 식당에서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간 연어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점심은 개별 자유식)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를 거쳐 카멜을 둘러본 뒤 호텔에 투숙. 첫날부터 알차게 둘러본 느낌이다.

둘쨋날 → 전용비행기·전용버스 갈아타며 샌프란시스코로
7시,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9시30분 같은 비행기로 몬터레이 공항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새너제이 공항까지 20분, 타자마자 내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승무원은 비상시 대처요령을 설명하고 음료수와 과자도 서비스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주변 관광은 다시 전용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로 이동해 포인트마다 자유시간을 갖고 주변을 구경한 뒤 다시 버스로 모이게 하는 방식이다. 운전사는 바뀌었어도, 마이크 잡고 구석구석 설명하기는 마찬가지. 일행은 수시로 웃고 떠들며 가족처럼 친해져 간다.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찍은 사진을 서로 돌려보고 평가도 한다. 시청 앞 광장, 차이나타운을 거쳐 부둣가 주변을 구경한 뒤 ‘피어 39’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 옛 감옥이 있는 앨커트래즈 섬을 둘러봤다.


셋쨋날 → 안갯속의 금문교 건너 세쿼이아숲과 소살리토 탐방
가이드가 “비가 예상되니 두꺼운 옷과 우산을 챙기라”고 일러준다. 오전 9시 호텔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 북부 9개의 지점을 버스로 둘러봤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20배 넓이라는 골든브리지 공원도, 아름드리 세쿼이아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뮤어숲도, 금문교도 안개에 싸이고 비에 젖었다. 점심때가 되자 우아한 식당들엔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하는 게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일행이 함께 먹는 아침·저녁은 대체로 파스타·스테이크·닭고기요리·피자·빵들이다. 속이 느끼해지고, 된장찌개 생각도 난다. 결국 줄을 서서 햄버거·콜라를 사들고 소살리토 거리 의자에 앉아 비둘기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19세기 거리 모습이 남아 있는 포도주 마을 소노마 카운티에서 포도주 7잔 시음회를 마치고 버스에 타자,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웃음소리가 한결 높아졌다. 10달러 안팎의 시음 비용은 여행비용에 포함돼 있다.

넷쨋날 → 요세미티 국립공원, 오래된 숲과 암벽에 매료되다
오전 9시 호텔을 나서, 새너제이 공항을 출발해 45분 비행한 끝에 프레즈노 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로 멋진 숲과 계곡, 바위절벽으로 이름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탐방하기 위해서다. 프레즈노는 요세미티 남쪽에 자리잡은 소도시다. 1000~2000년 수령의 거대한 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들을 따라 트레킹을 하고, 낙차 728m의 요세미티폭포를 만났다. 들르는 장소마다 시간이 촉박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전세계 암벽등반가들의 로망이라는 엘카피탄 암벽(높이 1078m, 표고 2271m)을 망원렌즈로 들여다보자, 점점이 매달린 등반가들의 모습이 보였다. 엘카피탄·하프돔 등 암벽들과 계곡이 한눈에 보이는 장소는 ‘터널 뷰 포인트’. 20년 경력의 가이드 겸 운전사 어규(55)는 “엘카피탄은 세계 최대의 화강암 덩어리”라며 “등반가 중 일부는 헬기에서 드리운 밧줄에 매달려 절벽 중간에 착지한 뒤 등반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마이애미에서 왔다는 마이클이 서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꽃에서 꿀을 빠는 벌새 사진은 나만 찍었다”고 기고만장이다.

3. 후버댐 전망대. 4. 그랜드캐니언 전망대 ‘매더포인트’의 관광객들.

다섯쨋날 → 라스베이거스에 여장 풀고 후버댐으로
프레즈노에서 1시간가량 비행기로 이동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뒤 버스로 1시간15분 거리의 후버댐을 찾았다.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사이를 흐르는 콜로라도강 물줄기에 1936년 건설한 높이 221m, 길이 379m의 댐. 수로와 발전시설 등 댐 안팎을 둘러보니 엄청난 규모가 실감난다. 댐 앞에 놓인 메모리얼 브리지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좋다.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와 베니션호텔에서 온몸을 파란색으로 칠하고 나와 벌이는 코믹쇼 ‘블루맨 그룹 쇼’를 보고 거리 야경을 감상했다. 장거리를 빠르게 이동한 덕에 더욱 다양한 관광을 할 수 있다는 게 실감난다.

여섯쨋날 → 그랜드캐니언의 웅장함에 넋을 잃다
오전에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스트립을 둘러보고 점심 뒤 오늘 일정의 핵심인 그랜드캐니언으로 향했다. 그랜드캐니언 공항까지 비행기로 45분. 버스로 4시간 걸린다는 거리다. 조종사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랜드캐니언 상공에 들어섰다. 비행기 왼쪽 창밖을 보시라. 계곡 일부가 보인다.” 황량한 사막 곳곳에 깊게 파여 굽이치는 골짜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로 잠깐 이동해, 최고의 전망 포인트라는 사우스 림(남쪽 테두리) ‘매더포인트’에서 마침내 그랜드캐니언의 면모와 맞닥뜨렸다. 사진으로 봐온 익숙한 풍경이지만, 첩첩이 쌓이고 무수히 포개진 붉은 절벽들의 행렬에 일행은 대체로 할 말을 잃었다. 장엄한 경관 앞에서 할머니들은 입을 벌리고 할아버지들은 입을 다물었다. 콜로라도 물줄기가 600만년에 걸쳐 깎아낸 폭 16㎞, 깊이 1.5㎞, 전체 길이 400여㎞에 이르는 대협곡이다. 관광객 중엔 등산복 차림으로 21㎞ 길이의 림 트레일을 걷거나 계곡 강물까지 내려가는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우와, 겁나 멋지네잉.” 갑자기 반가운 한국말이 들려왔다. 관광객의 상당수가 패키지 여행을 온 한국인들이었다. 아이맥스영화관에서 감상한 그랜드캐니언에 얽힌 인디언과 미국인들의 이야기, 협곡의 웅대하고 황홀한 경관들을 담은 영화는 감동적이었다.


일곱쨋날 → 길었으나 촉박한 일정, 아쉬움·포만감이 동시에

마지막날. 폭염이 지배하는 한낮 라스베이거스의 거리를 걸어서 둘러보며 미국 서부 여행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6박7일간 둘러본 것들이 너무 많아 정리가 버거울 지경이다.

숙소는 4성급, 호화롭지는 않아도 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바쁘게 움직이느라, 멋진 경관들을 여유있게 즐기지 못한 건 아쉬운 점. 라스베이거스 공항에서 엘에이로 향하는 소형 제트 프로펠러기에 몸을 싣자, 미 서부의 대표적 볼거리들을 대충이나마 섭렵했다는 포만감이 몰려왔다.

사족. 일행 21명 중 흡연자는 1명, 기자뿐이었다. 주요 공원이나 공항, 버스 이동 중에도 흡연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다. 호텔도 모두 금연 호텔이다. 객실에서 담배 피우다 적발되면 벌금 폭탄이 떨어진다.

미국 서부=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 @hani.co.kr

알아두면 좋아요
돈 있고 시간 없는 여행객들, 주목!

일반 패키지 버스 여행과 에어크루즈 여행은 뭐가 다를까? 차이점을 알아본다.

이동 시간 | 에어크루즈 여행의 최대 장점은 이동 시간의 대폭 단축이다. ‘차량보다 5배 빠른 이동’이 마우이바 에어크루즈 쪽의 모토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그랜드캐니언 이동에 걸린 시간은 비행시간과 현지 버스 이동 시간을 합해 1시간 남짓. 버스로만 이동할 경우 4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번 6박7일 동안 7회 탑승한 순수 비행기 이동 시간은 4시간30분 남짓. 차량이라면 사막지대 등이 포함돼 있어 40여시간이 예상되는 거리다.

편의성 | 비행기 이동이라 하더라도, 탑승 수속 등 절차가 있다면 시간 지체가 불가피하다. 에어크루즈 여행에선 탑승 수속이나 짐 운반 등 번거로운 절차와 대기시간이 없다. 장거리 버스 이동 때 나타나는 지루함·피로감도 거의 없다.

옵션관광 | 국립공원이나 박물관 입장, 영화관람·공연과 식당·호텔에서의 팁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여행경비에 포함돼 있다.

여행자들과의 교류 | 전세계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한 팀이 돼 이동하므로 금세 친숙해진다. 한국인끼리의 패키지 여행과 달리, 다양한 지구촌 문화를 접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비용 | 현지 ‘미 서부 6박7일’ 여행상품 가격은 200만원 남짓. 여기에 국내에서의 왕복 항공료(직항기의 경우)를 포함하면 360만~370만원 선이 된다. 이는 기존 패키지 여행상품 가격인 260만원(저가 상품)~350만원(고가 상품) 선에 비해 다소 비싼 수준. 하지만 “숙소가 4성급 이상이고, 최소 출발인원 1인에, 원하는 날짜를 고를 수 있는데다, 가족 단위(4인실 가능)라면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국내 판매대행사 쪽 설명이다. 도쿄나 샌프란시스코 등을 경유하는 외국항공을 이용하면 금액은 더 저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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