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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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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입체 마음 테라피] 논리 아닌 공감으로 다가가야
39살 프리랜서입니다. 우연찮게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32살의 예쁘고 순수한 여인과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제 인생 첫 여인입니다. 전 그 사람으로 행복한데 그 사람은 저 때문에 힘겹나 봅니다. 제가 지난날 내부고발로 조직에서 찍혀 고초를 당했던 아픔이 그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이되나 봅니다. 그 사람은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나쁜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그 속에 자신을 투입시켜 힘들어합니다. 뭐라 해줄 말이 없습니다. 또 그 사람은 유년 시절, 부모님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아야 마음이 안정되나 봅니다. 혹 사소한 한마디 말로 배려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거절당했다고 여길 땐 무섭게 화를 냅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그 사람이 화낼 땐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그 사람이 들으면 불쾌하겠지만, 좀더 넓게 보면 그 사람의 유년 시절 상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 역시 부모님, 특히 어머니한테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또 그 사람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았음에도, 오히려 더 밝고 명랑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까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설레는 일이면서, 또 동시에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때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 바로 상처가 됩니다. 더 나아가 마땅히 나를 사랑해주고 또 보호해줘야 할 대상에게 무시당하거나 학대당할 땐 정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가 됩니다. 이런 과거의 상처는 망령이 되어 현재의 상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때로는 대인관계를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런 상처가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문제는 가까운 사람이 과거의 상처로 괴로워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입니다. 님의 경우 현재 유년기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상처로 현재 힘들어하고 있는 분과 사랑을 나누고 계십니다. 그 상처가 현재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때문에 힘들어하고 계시네요.
혹시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사랑 때문에 받은 상처는 더 큰 사랑으로 치유된다.” 과거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경우는 상대방을 정죄하는 겁니다. “너보다 더 큰 상처 받은 사람도 다 잘 살아!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상처의 깊이는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때로는, 본인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처의 깊이를 판단하고 정죄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또다른 안 좋은 경우는 상대방의 상처를 치유해 주겠다고 함부로 덤비는 겁니다. 이 역시 서로를 더욱 힘들게 하고 때로는 관계를 악화시키곤 합니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상처를 품어줘야 합니다. 만약 연인이 애정결핍 탓에 사랑을 자주 확인하려 든다면, 상대방이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기 전에 미리 확인시켜 줘야 합니다. 어쩌면 앞으로 평생을 이렇게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만일 상대방을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고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된다면, 그 사람의 상처를 품을 만큼 아직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상처가 있는 커플들이 서로의 상처를 품어주며 훌륭한 커플이 된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과거의 상처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디딤돌로 바꿀 수 있길 기원합니다.
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누가 힘든가 견주기의 귀결은 파국→
우리의 자아는 유년시절 한 번 형성되고, 연애를 통해 또 한 번 태어납니다. 힘들어하는 여성분도,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 중인 님도 새로운 자아를 찾는 여행길에 오른 셈입니다. 일단 상대방의 현재 상태 등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것, 이렇게 누군가를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관심과 노력을 쏟는 일들이 바로 연애이고 사랑이겠지요. 그러니 이제는 마음뿐 아니라 기술 또한 연마해야 할 단계입니다.
상대의 상처에 다가가 불안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확실한가요? 그렇다면 하지 말아야 할 것과 꼭 해야 할 것이 한가지씩 있습니다. 첫째, 누가 더 많이 상처입고 더 힘든지를 서로 경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연애 중에 자주 일어나는 이 게임은 자기 고통을 전시하면서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는 등 심리적 쾌감을 가져다주는 중독성 있는 게임이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게 되면 마지막은 관계의 파국 그 이상이죠. 그러니 생각으로라도 대화 속에서도 이 게임에 연루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관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상처는 분석하여 이해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입니다. 상대가 논리적으로 무찔러야 할 적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님에게 중요한 현재적 사실은 ‘나의 여자친구가 현재 지속적으로 불안해하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현상입니다. 분노의 타당성이나 과거에 대한 분석보다는 현재 여자친구가 발생시키고 있는 감정적인 주파수에 주목해 봅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상대방과 정서적으로 공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잠시 현재의 여자친구가 되어서 그 감정을 몸으로 느껴보세요. 불같이 화내고 슬퍼하고 있는 여자친구가 되어보세요. 그러고는 그 공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말과 몸의 언어를 총동원해 충분히 전달하세요. “당신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나 역시 불안하고 걱정되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하지만 나는 당신이 화를 내고 불안해해도 떠나거나 실망하지 않고 계속 당신을 사랑하면서 곁에 머물러 있을 거야.” 이것이 상대방의 상처에 다가가는 지난하지만 유일한 방법입니다.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해결자의 태도, 여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워요→
남녀관계를 포함한 애착관계를 뒤흔드는 가장 어려운 감정인 분노. 분노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애정관계의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자의 경우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결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여자가 화를 내면 그녀를 화나게 한 그 사안을 바로 해결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곧바로 해결을 위한 합리적 태도를 고조시키죠.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고요. 그러나 남자의 이런 태도는 여자에게 변명·합리화로 들리기 십상이고, 여자 쪽에서는 이해·공감받지 못하고 비난받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요.
일단 그녀가 화를 낼 때에는 곁에서 담대히 지켜주는 자세로 화를 받아주세요. 상대의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가 시간이 지난 뒤 차근히 대화해보세요. 그 어떤 평가나 비판도 하지 마시고요. 어떤 부분이 좌절스러웠고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의 어느 곳이 아팠는지, 그녀가 화낼 때 님의 심정이 어떤지 등. 이런 자세를 실천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섬세하고 따뜻한 태도야말로 분노를 다루는 가장 성숙한 모습이죠. 분노는 피하거나 억눌러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다루어주고 소화시켜 교훈을 얻어야 하는 중요한 감정신호라는 걸 잊지 마세요.
아울러 그녀에게 무엇이 불안하고 힘겨운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좋은 질문’은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감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과 힘겨움을 줄이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과 과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두 분이 행동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실천하셔야 하며 그럴 수 없는 부분이라면 과감히 내려놓고 갈 수 있어야겠지요. 위험감수(risk-taking)는 연애관계의 필수부분이란 걸 잊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그녀의 유년기 상처가 깊어 관계에 지속적으로 여파를 미치고 있다면, 아픔에 공감해주시되 전문적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따뜻하게 얘기해보세요.
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 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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