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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20 11:27 수정 : 2011.10.20 11:27

화천 파로호변 비수구미 계곡. 비수구미 마을에서 해산터널 밑까지 6km에 걸쳐 진한 가을 정취를 만날 수 있는 깨끗한 물길과 숲길이 이어진다.

화천 비수구미계곡·외설악 천불동에서 나무들의 화려한 축제를 만나다

가을 산길 걷는 맛은 앉아 쉬는 맛이다. 붉은 마음 노란 마음 한 장씩 털어내며 뒤돌아보는 맛이다. 산 빛깔 요란하고 물소리 소란해도, 굽이쳐온 길 돌아보면 모두 산그림자에 잠겨 고요하다. 산모퉁이마다 산꾼들은 쉬고 돌아보며 마음을 비운다. 지난주 다녀온 산길 두 곳이 그랬다. 선인들 발자국 같은 잎들이 무르녹은 산길이면서, 지금 한창 가을빛에 물든 청량한 숲길이다. 한 곳은 이름나고 붐비는 바윗길이고, 한 곳은 덜 이름나고 조용한 흙길이다. 두 길 모두 걷다가 앉아 쉬며 뒤돌아보기 좋은 바위들이 물가에 널려 있다.

화천→ 파로호 비수구미 계곡 | 비수구미는 북한강 상류 파로호변의 두메마을. 국내 최북단 터널인 해산터널 지나 파로호변 비포장길을 2~3㎞ 달린 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육지 속 섬마을’이다. 화천읍 동촌2리에 속한다. 이 마을에서 해산터널까지 이어진 비수구미 계곡에 걷고 쉴 만한 산길이 있다. 해산 자락에서 발원해 파로호로 흘러드는, 깨끗한 물길을 따라 열린 널찍한 임도다. 길이 6.2㎞, 왕복 3시간30분.

“물이 즉어 보여두 짚은 덴 아주 짚어유.” 서른셋에 이 마을에 들어와 36년째 살고 있는 장윤일(67)씨는 계곡물을 “오며 가며 입 대고 마시고, 손으로 떠 마셔온 깨끗한 물”이라고 자랑했다. 볼만한 바위 경치는 없으나, 아담한 폭포와 소들이 최상류까지 이어진다. 꺽지·버들치·열목어 노니는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청정계곡이다. 최근 이사 온 50대 아주머니가 “심심풀이로 잠깐 놓아뒀다”는 어항엔 어른 손바닥만한 꺽지, 손가락만한 갈겨니·버들치들이 들어 있었다.

이 골짜기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가을빛을 한껏 드러내는 다양한 수종들이다. 침엽수는 드물고, 단풍나무·참나무·서어나무·박달나무 등 저마다 다른 모양과 빛깔의 잎들로 치장한 나무들이 물길과 산자락에 빽빽하다. 물길에선 주로 붉은 단풍잎들이, 임도 주변과 산기슭에선 노랗게 물든 참나무류 나뭇잎들이 한바탕 바람에 뒤집어지며 산길을 화사하게 밝혀준다. 붉고 노란 이파리들 꽃잎처럼 떠 흐르는 물가로 내려가 바위 자락에 앉는다. 귀 기울이면 바람소리 안의 풀벌레 소리, 물소리 곁의 새소리 들이 또렷이 들려온다.

비수구미 계곡 물길의 단풍.

가을빛 물고기 이리저리 노니는 청정계곡 | 골짜기는 또 다른 골짜기들을 품고 있다. 해산령 쪽으로 올라가며 왼쪽으로 절터·과부터(갑오터)·잣나무골·해산골 등이 이어진다. “절터 골짜기가 한 삼 킬로는 될 꺼라. 절 흔적은 못 봤구, 70년대까지 세 집이 살았어유.”(이옥선씨·65) 절터골에는 절과 ‘이심이’(물고기 또는 구렁이를 닮은 상상 속의 동물)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한 포수가 골짜기에 들어와 신발끈을 매느라 커다란 나뭇등걸에 발을 올리고, 들고 있던 칼을 무심코 내리꽂았는데, 그 등걸이 이심이였다고 한다. 죽은 이심이 썩는 냄새가 너무 심해 절이 옮겨가고 말았다고 한다.

“과부가 살았었다”는 과부터 골짜기는 두번째 다리와 세번째 다리 사이에 있다. 울창한 숲으로 덮인 골짜기는 어둡고 스산한데, 이끼 낀 돌들 감싸며 흐르는 물소리가 애잔하게 들린다. 계곡 입구는 좁아 보여도 “안에는 널찍한 터가 있다”고 한다.


골짜기를 오르는 동안 해산령까지 물길 본류를 건너는 네 개의 다리를 지난다. 다리가 비슷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 산길을 오르내릴 때 거리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비수구미 마을 앞 물길 바위에 볼거리가 있다. 이 주변이 조선시대 나라에서 관리하던 소나무숲이었음을 드러내는 옛 글씨다. ‘비소고미금산 동표’(非所古未禁山 東標·비소고미는 벌목을 금하는 산이다. 동쪽에 표한다) 각석이다. 10년 전 이곳에 들러 살펴봤을 때보다 글씨가 더 흙에 묻힌 모습이다. 장씨는 “다리 공사 작업자들이 바위를 깨 없애려는 걸, 우리가 말렸다”고 말했다. 현재 마을 앞 물가엔 자전거도로용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자전거도로도 출렁다리도 뜬금없어 보이지만, 의미 있는 각석에 대한 관리가 시급해 보인다.

외설악 천불동 계곡 천당폭포로 오르는 계단.
속초→ 외설악 천불동 계곡 | “단풍 하면 설악산, 설악산 하면 천불동 계곡이죠.” 속초 설악동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의 한 구간인 천불동 골짜기는 외설악의 대표적인 바위골짜기다. 설악동에서 만난 해설사의 말마따나, 숱한 바위봉우리와 어우러진 단풍이 아름다워 해마다 단풍철이면 몰린 인파로 줄을 서서 산행을 해야 하는 곳이다. 깊고 험한 바위골짜기지만, 곳곳에 철계단·돌계단이 설치돼 있어 큰 부담 없이 외설악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설악동~비선대~귀면암~양폭대피소~천당폭포 구간이다. 7㎞, 왕복 6시간 소요.

지난 주말 찾아간 천불동 계곡의 단풍은 유명세에 미치지 못했다. 천당폭포 주변과 오련폭포 주변 단풍이 그나마 볼만했지만, 화려한 모습은 아니었다. 설악동 매표소 직원은 “가물었던데다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져 단풍이 제 색깔을 못 내고 말라버린 곳이 많다”고 말했다. 단풍빛이 기대에 미치진 못했어도, 웅장한 바위골짜기의 위용이 아쉬움을 달래줬다.

붐비는 인파 고려해도 꽤 거닐만한 바위계곡 | 신선(마고선)이 노닐다 승천했다는 비선대까지는 아이들도 오가기 부담 없는, 완만하고 널찍한 산길이다.(왕복 2시간) 물길 바위 자락(비선대)에 새겨진 무수한 옛사람 이름들과, 산 위로 우뚝 솟은 두 바위봉우리 미륵봉(왼쪽)과 적벽 감상하며 산길을 오르면, 계단길과 바윗길이 되풀이되는 본격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길은 다람쥐들 세상이다. 낙엽더미 뒤집으며 떼굴떼굴 굴러다닌다.

단풍나무보다 많고 단풍잎보다 울긋불긋한 게 단풍구경 온 산행객들이다. 좁은 계단길에선 마주 오는 행렬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멋진 바위 경치와 가을빛이 그중 잘 어우러진 곳이 오련폭포(다섯개의 소가 이어진 폭포) 주변 절벽이다. 오련폭포 계단길에서 만난, 울산에서 왔다는 40대 부부는 “백담사 계곡에서 대청봉 거쳐 내려오는 중”이라며 “바위 경치로 보나 단풍으로 보나 그쪽보다 이쪽(천불동)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폭산장(대피소)에서 잠시 계단길 오르면 음폭포 지나 위쪽으로 천당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르기 힘들고, 멋진 경관을 보여준다 해서 천당폭포다. 철계단이 놓이기 전엔 길이 험해 출입이 차단됐던 곳이다. 가뭄으로 물이 줄어 거센 물줄기는 만날 수 없었지만, 붉고 노란 가을빛을 띤 바위산과 어울려 꽤 볼만한 경치를 그려 보였다. 이곳에서 희운각대피소와 소청 거치며 4~5시간 오르면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에 이른다. 산장에서 하루 묵을 생각이 아니라면 해가 일찍 지므로, 서둘러 하산하는 게 좋다. 이밖에 설악동에서 큰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울산바위 코스(3.8㎞·왕복 4시간). 비룡폭포 코스(2.4㎞·왕복 2시간)가 있다. 어느 코스를 가든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고 점심 무렵엔 하산하는 게 좋다. 주말이면 설악동 일대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바뀔 때가 많다.

화천·속초=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화천 → 가는 길 | 수도권에서 경춘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춘천 쪽~춘천나들목 직진~5번 국도~화천읍~460번 지방도~해산터널~재안터널 못미처 비수구미(동촌2리) 쪽 우회전~비수구미 쪽 시멘트길로 우회전~비포장 호반길~선착장. 전봇대 옆에 숲길 들머리가 있다. 마을까지 1km 남짓. ◎ 먹을 곳 | 비수구미마을 세 집에서 먹고 묵을 수 있다. 1박 3만원, 산나물밥 7000원. 장윤일씨 (033)442-0145, 심금산씨 (033)442-3952, 김상준씨집 (033)442-0962. ◎ 열차펜션 개장 | 화천군은 최근 코레일과 화천읍내 북한강변에 새마을호 폐객차를 활용한 ‘열차펜션’을 열었다. 10량의 객차에 주방·화장실·야외식탁을 갖춘 2인실·4인실 등 21실을 선보였다. 1박 8만~10만원. ◎ 여행문의 | 화천군청 문화관광과 (033)440-2530.

속초→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 강일나들목~경춘고속도로 동홍천나들목~44번 국도~인제~한계삼거리 우회전~미시령 터널~속초~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 주차료 5000원, 문화재관람료 2500원. ◎ 속초 젓갈·붉은대게 축제 | 10월21~23일. 속초 청호동 ‘아바이 마을’은 함경도 출신 피란민들이 모여 살아온 곳. 투박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함경도식 젓갈·식해류를 만들어온 집이 많다. 저염도 숙성이 특징. 10월부터 속초 일대 포구들에선 붉은대게(홍게)가 대량으로 잡히기 시작한다. 전국 붉은대게의 절반 가까이가 속초 일대 포구에서 나온다. 두 특산물에 바탕을 둔 ‘속초 젓갈·붉은대게 축제’가 청호동 일대에서 열린다. 젓갈·붉은대게 무료시식, 웰빙젓갈만들기 체험 등 행사가 진행된다. ◎ 여행문의 | 속초시청 (033)639-2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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