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27 10:27
수정 : 2011.10.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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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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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소극적·제한적인 소개팅에서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짝짓기로 변신중
누군가의 주선으로 남녀가 만나는 ‘소개팅’은, 지극히 제한적인 만남이다. 각자의 인맥과 조건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런 방식의 맞선이나 미팅, 소개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이런 제한은 느슨해져가고도 있다. 각종 정보기술(IT)의 발달 덕분이다. 연애 노하우는 쉽게 공유되고 만남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으며 만남을 공부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십수년 전 영화 <접속>의 주인공처럼 피시 통신이나 인터넷 채팅, ‘번개팅’으로 만나는 일은 이제 ‘고전적인 만남’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좀더 진화한 방식이 인터넷을 통한 사교클럽 등이다. 인터넷 사교클럽은 여전히 만남을 위한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클럽 프렌즈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회원들의 사진·이름·나이·직업·취미 등 프로필을 공개하고, 사이트 내 모임 등을 통해 만남의 자리가 열린다.
얼마 전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부킹 호프’도 이러한 만남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20여년 전 ‘오렌지족’이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에 목숨을 걸었다면, 부킹 호프에서는 손님들이 자신의 간단한 개인 신상을 적어 내고 종업원들이 남녀 사이의 즉석 만남을 연결해준다. 훨씬 가벼워졌다.
스마트폰의 위치 기반 시스템을 통해 만남을 주선하는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도 최근 만남의 주요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불특정한 만남이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종교단체·대기업 그리고 정부기관까지 직접 나서서 짝을 찾아주는 문화도 퍼지고 있다. 충북 옥천에 있는 대성사는 지난 16일 남녀 1000명을 모아놓고 ‘사찰 맞선’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만남의 기회뿐만 아니라, 만남 자체를 공부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일본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의 책 <혼활시대>(2008년)에서 언급한 ‘혼활’(결혼활동의 줄임말로 취직 준비처럼 더 좋은 결혼을 위해 스스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연애 특강과 심리학, 재테크 등을 강연하는 결혼정보회사의 ‘혼활 캠프’나 연애를 위한 화술 등을 알려주는 ‘연애학원’이 등장한 것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미친 연애>(2011년)의 저자이자 인터넷에서 연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최정(36)씨는 “요즘 소개팅 문화가 과거와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상대방에 대한 사전 검열이 심해졌다는 것”이라며 “이는 쓸데없는 시간이나 만남을 원하지 않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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