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SBS ‘짝’ 남자7호·여자1호가 진단하는 이 시대 남녀관계
<사랑의 스튜디오>(MBC, 1994년)는 파격이었다. 신세대 남녀들의 미팅이 흔하디흔했다 해도 티브이에 공개적으로 짝짓기에 나선 젊은 남녀라니. 요즘 같으면 얘깃거리도 안 될 것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한껏 잡아끌고도 남았다. 그랬던 티브이 속 짝짓기는 점점 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최근엔 미혼 여성 30여명이 남성 1명을 불러다 놓고 노골적으로 평가하기(tvN <러브스위치>)를 즐긴다. 아예 젊은 싱글들이 이름조차 노골적인 애정촌에 모여들어 일주일간 숙식하며 짝 찾기(SBS <짝>)에 너무도 진솔하게 까놓고 나서기도 한다. 확실히 티브이 속 연애는 세태를 반영하는 또다른 기록물이다. 그래서 오늘날 남녀관계를 적나라하게 파악하려고 <짝>에 몸을 내던진 두 남녀와 접선해봤다. 사실 겨우 수소문해 만날 수 있었다. 이 둘은 모두 연애전문가. 책까지 펴냈다. 그런데 왜 이런 ‘선수’들이 티브이에까지 얼굴을 디밀었을까, 그리고 이 시대 연애를 어떻게 정의할까. 송창민 연애 전문가로서 연애의 ‘섬세한 기술’(!)을 보여주고 싶었다. 편지 쓰고 요리하는 것 등을 부담 없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방송에서는 편집이 많이 됐다. 정말 아쉽다! 사랑이나 감정이 진행되는 모습은 우리 생각만큼 카메라로 담기 어렵다. 그 때문에 프로그램에서는 사랑을 증명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생기더라. 실제로 난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나무에도 올라갔다. 현실감 없는 상황에서 큰 괴리감을 느꼈다. 구모니카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랑은 정형화됐다고들 한다. 난 그동안 살아오면서 우연한 만남만 해왔는데 이런 이벤트성 만남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우리 노처녀·노총각 특집에서는 젊은이들의 ‘여자=외모’, ‘남자=돈’ 같은 공식 대신 로맨스를 생각할 거라 기대도 했는데, 실제로 이들도 다르지 않더라. 하지만 난 이것도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사랑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남녀의 만남과 연애, 예전과 다른 점은?송 연애 자체에 적극적이질 않다. 예전보다 연애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닐 거다. 또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강하다. 소개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남도 점점 끼리끼리 계층별로 만나는 게 심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가난해서는, 연애하기 힘든 게 당연하다. 구 주변 대학원생들 보면 기준이 확실하다. 절대로 사람과 시간을 낭비하려 들질 않는다. 뭐든지 전략적으로 생각한다. 모든 게 치밀한 세대라고나 할까.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불구덩이에 절대 몸을 던지지 않는다. 계획을 세워서 하더라.
그럼 어떻게 해야 잘 만날까?
송 연애는 희망이다.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갖기 마련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 노력하면 괜찮은 사람이 된다. 소개팅은 기회다. 서로에게 나를 알리는 기회다. 그런데 우리는 그저 괜찮은 사람을 소개받으려 한다. 지금은 서로 너무 빨리 판단한다. 상대에게도 나를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구 세태가 이런 마당에 좀더 치밀해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짝을 찾을 때 나만의 기준이 없다는 건 심각하다. 나도 그렇지만 그런 부분을 좀더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왜 사귀는 사람이 돈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지도 부모의 기준 대신 내 기준을 찾아야 할 거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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