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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27 10:44 수정 : 2011.11.09 17:11

자립의지 강한 남친, 결혼식 건너뛰고 혼인신고만 하재요.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꼼꼼하고 진솔하게 정면돌파!

3D 입체 마음테라피
31살 미혼 여성입니다. 8년 사귄 남자친구가 최근 일본에서 오랜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저 또한 오스트레일리아 유학을 끝내고 올 초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며 취업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제 아버지 건강이 나빠지면서 부모님이 결혼을 서두르자 하세요. 몇 년 뒤로 계획했던 결혼 얘기를 남자친구에게 꺼내니 부담스러워하네요.

남자친구는 생활력이 좋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란 마인드입니다. 결혼 자금을 비롯해 모든 걸 본인과 제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남자친구가 취업이라도 했다면 모르겠는데 사업을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제게 일찍이 “결혼에 관한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남자친구는 한 푼도 손 내밀 것 같지 않아 한숨만 나옵니다.

“혼인신고만 하자, 결혼식과 같은 허례의식이 중요하냐.” 올 초부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얘기해온 그의 저의를 진심으로 확인하고 싶어요.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마음다짐의 의례·의식이기도 한 결혼식을 뛰어넘는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요. 집의 크기나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패물의 무게가 두 사람의 미래 행복의 척도가 된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뭔가 답답합니다. 남자친구의 곧은 성품 탓에 강하게 밀어붙이지도 설득하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연애도 협상…진의 전달은 필수 →

내가 아닌 상대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일은 언제든 ‘협상’에 준하는 일입니다. 물론 연애와 결혼이라는 비영리(?) 관계도 예외일 수 없죠. 일단 보내주신 사연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어 확인차 물어봅니다. 님께서는 파트너에게 결혼식을 생략하는 것이 어느 정도나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우며 원치 않았던 일인지, 그리고 본인은 어떠한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결혼식이 하고 싶은 사람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전달할 기회를 가지셨는지요. 욕구와 욕망은 죄가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채 이런 방식으로 좌절당했을 때 그 여파는 심리적으로 꽤나 오래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많은 경우 이럴 때 부인은 결혼 뒤 남편을 오랜 시간 동안 이 사안과 관련해서 수동적인 방식으로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곤 하죠.

그러니 여한이라도 없도록 협상을 시작하세요. 결혼하고 나서는 이렇게 갈등 조정해야 할 사안들이 매일매일 지뢰밭처럼 펼쳐질 테니, 연습한다 생각하고 지금부터 다양한 전략과 태도를 구사하면서 이견 조정에 들어가셔야겠습니다.

팁 하나 드리자면, 협상에서 가장 이기기 어려운 자는 “이거 아니면 죽어도 안 돼” 하는 자입니다. 이런 경우, 대체로 시야가 좁고, 여력이 없어서 다양한 전술 구사가 힘들고, 무엇보다 그 처지의 궁색함을 상대가 알아채버리고 말죠. “이 결혼식 건이 성사되지 않아도 뭐 죽지는 않아. 그렇지만 나에겐 꽤 중요하고 꼭 하고 싶은 사안이니까 해볼 만큼은 해보고, 그다음에 포기하겠어.” 이 정도의 태도가 유리하지 않을까요.


전체의 총합을 보십시오. 만에 하나 결혼식을 생략하게 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는 쉽지 않은 포기였고 희생이었다는 것을 충분히 파트너에게 납득시키고 인정받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부분에서 그에 상응하는 양보나 보상을 얻어낼 수 있을지 보시면 좋겠습니다.

평등하지 않은 소통은 상대에게도 독이 됩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마법처럼 아무 진통과 갈등 없이 일들이 스르륵 해결되어 버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불행히도 그런 경우 대부분 누군가의 희생이나 침묵을 기반으로 하죠. 이 모든 노고와 시도는 사랑과 신뢰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관계의 생명은 마음속 이야기에→

장기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 중 남자가 결혼을 이래저래 미룰 때, 여자가 느끼는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애인이 결혼식이 허례허식이니 혼인신고만 하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하셨는데요. 인생의 중요한 과제를, 게다가 님께서 이렇게 절실히 고민하는 문제인데 이런 식의 겉도는 대화가 오간다니 안타까워요. 지금 중요한 것은 결혼식이 허례허식인지, 불필요한지가 아니라 결혼 실행 여부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이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어긋남 탓에 님이 상당히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거죠. 결혼은 두 사람의 공동 관문인데 현재 상황을 보면 애인께서 결혼 실행 및 결혼 형식 모두를 혼자서 좌지우지하고 님은 계속 다급해지는 형국이네요.

결혼을 미루는 행동의 의미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 배경을 섣불리 단언할 수 없습니다. 결혼을 미루는 그 자신도 진짜 이유를 명확히 모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좀더 현실적이고 분명한 개입(commitment) 단계로 옮겨가지 못한 채 지루한 정체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결혼은 특히나 실행이 중요하죠. 말만 하고 실제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애인처럼 과도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 남성에게 결혼은 또하나의 책임감을 부여하는 의무관계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죠.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과 두려움을 자아내고 그 두려움은 관계가 깊이 진행되는 것을 나도 모르게 ‘회피’하도록 만드는 숨은 파워가 있어요. 대개 장거리연애를 하는 커플 또는 긴 연애기간에도 불구하고 결혼이 미뤄지는 커플을 보면 정서적 회피의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내 마음속 이야기를 상대에게 표현하는 것이 늘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표현’의 통로가 막히면 그 관계에는 장벽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애인관계에서는 설령 다툼으로 번질 소지가 있고 서로 힘겹다 하더라도 내가 원한다면 내 마음속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것이 관계의 생명력을 좌우합니다. 담대히 직면하세요.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상의하되 결정할 시간·여유 줘야→

지금 유학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특히 남자분이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상황이라 부담이 더 되겠죠. 문제는 두가지 아닐까요. 남자친구의 결혼에 대한 결단과 결혼식을 치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말입니다. 그래서 핵심은 자존심인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는 부모님 앞에서 스스로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는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고, 님께서는 본인이 생각하는 규모의 결혼식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부모님의 도움 받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일로 생각하며, 혼자만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것은 꼭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의 가장 큰 기쁨은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일에 다 큰 자녀가 부모만 바라보며 손을 벌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겠지만, 열심히 스스로 일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녀의 결혼에 작은 도움을 주는 것은 부모로서 큰 기쁨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자로서 님도 많은 비용이 드는 결혼식을 포기하고 충분히 아름답지만 실속있는 결혼식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실제 결혼 비용이 얼마가 드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남자친구와 상의하는 게 좋겠죠. 어디까지 스스로 감당하고 어디서부터 부모님 도움을 받을지를 상세히 함께 논의하는 게 지혜로운 일이라는 겁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남자친구에게 훈계하고 가르치려 하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남자친구에게 스스로 결정할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합니다. 혹시 이렇게까지 해서 결혼을 해야 하나 하고 힘들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혼은 자존심과 환상을 포기하면서도 추구할 만한 아름다운 일입니다. 부족한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함을 함께 채워가며 더 좋은 미래를 꿈꾸는 일이잖아요. 지혜롭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기원합니다.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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