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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27 10:50 수정 : 2011.10.27 10:53

지난 15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열린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사교클럽 ‘도시인’의 모임 장면. 사진 도시인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SNS 페이스북 통해 남녀 만남 주선하는 사교클럽 엿보기

지난 1일 저녁 서울 대치동 테헤란로의 한 레스토랑. 모임 공간으로 꾸민 대형 테이블 앞에서 한 남자가 홀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마치 머릿속에 그려놓은 듯 자리마다 이름표를 올려뒀다. 6시가 넘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미리 도착한 그 남자와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대부분 다른 이들에게는 가볍게 눈인사만 나눴다. 약속 시간을 조금 넘겨 도착한 박지영(가명·31·교사)씨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이름표를 찾았다. 먼저 도착한 옆자리 남성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주변을 둘러보니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녀가 군데군데 섞여 앉아 있었다. 박씨는 식당 안 조명이 어두운 덕에 그나마 덜 어색하다 생각했다.

30분쯤 흘렀을까. 어느덧 자리가 채워지고, 옆사람들과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던 이들을 향해 먼저 와 있던 그 남자가 말을 건넸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도시인 대표 이석희입니다.” 이어서 참석자들이 차례로 자기소개에 나섰다. “와아~” 박수 치며 서로를 반기는 분위기에 어색함은 좀 누그러졌다. 테이블마다 명함도 오갔다. 이날 저녁 20~30대 남성 7명과 여성 7명 그리고 이 대표까지 모두 15명이 참석한 소셜클럽 ‘도시인’의 첫 모임은 저녁식사와 와인으로 시작해, 늦은 밤 맥줏집까지 이어졌다.

도시인은 지난 5월 이석희(33)씨 부부가 지인들을 중심으로 꾸린 사교클럽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간단하다. 다양한 직종의 회원들끼리 음식을 나누며 교류하는 것. 거창하게 말하면 ‘인맥 경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지인들을 주로 모았지만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도 회원이 됐다. 페이스북에 모임방을 만들고 우선 이씨 부부의 대학원, 전 직장 동료 등 미혼 친구들을 회원으로 초대했다. 대형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결혼에 성공한 이씨 부부는, 몇백만원의 연회비를 내고 객관적인 배경과 직업, 학벌 등으로 짝을 맞춰주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컸다. 이런 아쉬움 때문에 주변 미혼들을 소개팅시켜주다가 아예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하게 됐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을 모은 뒤엔 ‘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는 기능을 이용해 미혼 회원들을 더 끌어모았다.

최근 국내의 한 결혼정보업체가 서울 시내에서 미혼 남녀 회원을 상대로 진행한 ‘미팅 파티’ 모습. 사진 듀오 제공
소개팅+미팅+결혼 정보업체 효과를 한번에?
박씨는 이씨 부인의 대학 친구로 이 모임에 연결됐다. 소개팅 100회의 경력을 자랑하지만 좀처럼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 아직 맺어지진 못했지만 도시인에서 드디어 광명을 찾은 느낌이다. “기존의 소개팅과 미팅, 결혼정보업체의 미팅 이벤트의 장점을 한데 엮은 만남이에요. 이 모임에서는 다른 만남 기회들처럼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없고, 관심이 있더라도 대표를 통해서 연락을 해줘요. 한 사람과 일대일로 몇 시간씩 만나면서 OX를 정해야 하는 소개팅보다는 덜 괴롭죠.” 비용 부담이 큰 결혼정보업체와 달리 회비도 밥값인 5만원 안팎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15일 저녁에는 두번째 모임이 서울 장충동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지난 모임에 나왔던 남녀 가운데 8명과 새로운 멤버 6명이 추가됐다. 모임을 열기 일주일 전 이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체 회원에게 초대장을 보내 참석 여부를 묻지만, 실제로 모임에 초대받는 이들은 그날 모임 구성원의 직업과 나이, 성격 등을 고려해 잘 어울릴 수 있는 이들이다. 각자의 성향을 고려해 식당에서 앉는 자리까지 고려해 미리 정해두는 것도 기본이다.

“자, 이제 자리를 좀 스위치해보죠?” 이날 저녁식사 자리가 무르익자 이씨는 참석자들이 좀더 다양한 이성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자리를 바꿔 앉으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두번째 모임에도 초대받은 박씨도 테이블을 옮겨 새로 인사를 건네고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갔다. 여행, 음악, 직장 이야기 등 화제가 맞는 사람들과는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두번의 모임 동안 박씨는 세 남자가 참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모임에서 두 남자를 점찍어둔데다 이번 모임에 새로 나온 한 남자한테도 끌렸다. 모임에 나오기 전 기대를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페이스북 프로필을 통해 남성 회원들을 확인해보다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여럿 발견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프로필에는 학력, 직장, 연애 여부, 사진 등이 회원끼리 찾아볼 수 있게 돼 있다.


페이스북 통해 만남의 위험부담·기회비용 줄여
이는 페이스북으로 만든 모임의 장점일 수도 있다. 모임 대표를 통해 검증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인터넷 사교모임보다 분위기는 더 좋고 위험부담은 적다. 인터넷 사교모임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다 보니 신뢰가 낮은 반면 딱딱하고 흥미가 떨어진다. “이 모임은 친구의 친구 형식의 인맥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서로 미리 파악을 할 수 있고, 좀더 부드러운 만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도시인은 현재 회원만 100명이 넘는데 회원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금융인, 의사, 교사, 판사, 회계사, 사업가 등 이른바 ‘잘나가는’ 20대 중반~30대 중후반 남녀가 대부분이다. 이 부분에 이씨는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잠재적인 어장관리’가 가능한 것도 이런 모임의 매력이다. 그만큼 성공적인 짝짓기로 귀결될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조건 좋은 남녀들끼리 피상적인 만남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박씨도 인정했다. “실제로 모임에서 만난 이들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고, 그 사람의 직업 또는 특징만 기억에 남아 있긴 하죠.” 하지만 연애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박씨는 매번 힘들고 번거롭게 해야 하는 소개팅보다는 이런 모임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덜 부담스럽게 짝을 찾을 수 있고, 시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9일 저녁 도시인들은 세번째 모임을 갖는다. 일주일 전 박씨의 휴대전화에도 모임을 알리는 페이스북 초대 메시지가 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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